전남 장흥의 한 바다 연안 이름은 ‘여닫이 연안’이다. ‘여닫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근처에 수문이 있기 때문이다. 수문은 바닷물이 육지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육지에 있는 물은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즉 물이 드나들 수 있도록 열렸다 닫혔다 하는 문을 가리킨다. ‘여닫이’는 ‘문틀에 고정되어 있는 경첩이나 돌쩌귀 따위를 축으로 하여 열고 닫고 하는 방식, 또는 그런 방식의 문이나 창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한옥 집은 대문이 대부분 여닫이로 되어 있다.” 한옥의 경우 대문은 물론 방과 방 사이 문이나 벽장을 빼고는 대부분이 여닫이 문이고,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양문형 냉장고 역시 여닫이 문이다. 여닫이는 양주 별산대놀음 춤사위의 하나를 가리키기도 한다. 양팔을 머리 위로 올렸다가 양옆으로 펴는 동작을 여닫이문을 여는 동작에 비유한 것이다. 이때 여닫이는 ‘여닫이춤’과 같은 뜻이다. 문이나 창을 여닫는 방식은 크게 이처럼 손잡이를 밀거나 당겨서 열고 닫는 ‘여닫이’와 ‘미닫이’로 나눌 수 있다. ‘미닫이’는 ‘문이나 창 따위를 옆으로 밀어 열고 닫는 방식, 또는 그런 문이나 창’을 가리킨다. 염상섭의 ‘삼대’를 보면 “모친이 또 한번 소리를 치니까…
2006-05-04 10:28“너는 넉살이 좋아 어디 가서든 굶지는 않겠다.” “그 녀석 넉살 떠는 모습이 꼭 제 형을 닮았다.” 위 예문들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는 ‘넉살’을 활용한 것이다. ‘넉살’이란 ‘부끄러운 기색 없이 비위 좋게 구는 짓이나 성미’를 뜻한다. ‘넉살을 떨다, 넉살을 부리다, 넉살이 좋다’ 모두 가능한 표현이다. 또한 넉살 좋게 행동하는 사람을 ‘넉살꾼’, 몹시 넉살이 좋은 것은 ‘넉살맞다’, 넉살 좋게 보이는 것은 ‘넉살스럽다’, 부사 형태로는 ‘넉살스레’ 등으로 쓸 수 있다. ‘넉살스레’와 비슷한 표현으로는 ‘언죽번죽’이라는 단어가 있다. 언죽번죽은 ‘조금도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없고 비위가 좋아 뻔뻔한 모양’을 가리킨다. 윤홍길의 소설 ‘완장’을 보면 “언죽번죽 둘러다 붙이는 그 뻔뻔스러운 말버릇도 옛날이나 똑같고…”라는 표현이 나온다. ‘언죽번죽’ 자리에 ‘넉살스레’를 넣어본다면 뜻이 쉽게 이해될 것이다. “그 녀석은 주위로부터 만날 핀잔만 들으면서도 무슨 일에나 언죽번죽 참견했다.” “그는 너무도 언죽번죽해서 무슨 말을 하든지 개의치 않는다.”
2006-05-04 10:27소설가 이태준의 ‘문장강화’는 ‘붉다’라는 말이 가지고 있는 다양성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빨갛다, 벌겋다, 새빨갛다, 시뻘겋다, 불그스름하다, 빨그스름하다 등 수많은 종류의 붉은 색깔을 표현하는 말이 등장한다. 그런데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빨갛다, 시뻘겋다, 빨그스름하다’ 등 ‘붉다’는 뜻을 주로 된소리로 강하게 발음하는 경향이 있다. ‘붉다’는 말 한 가지 속에 감춰진 다양성을 생각하며 각각의 소리가 주는 감각을 살려 사용해보면 어떨까. ‘불그스름하다’는 ‘조금 붉다, 불그스레하다’는 뜻이다. 준말로는 ‘불그름하다’는 표현이 있으며 센말은 ‘뿔그스름하다’가 된다. 작은말로는 ‘볼그스름하다’가 있다. ‘볼그스름하다’는 ‘산뜻하게 조금 붉다’는 뜻으로, 박경리의 토지를 살펴보면 “아무렇게나 제 마음대로 자라난 울타리 밖의 물앵두나무도 볼그스름한 꽃이 피려 하고 있었다”는 문장이 나온다. ‘볼긋하다’ 역시 ‘볼그스름하다’와 같은 뜻으로 “능금의 빛깔이 볼긋하다” 등으로 쓸 수 있다. 한편 ‘볼긋볼긋’이라고 하면 군데군데 볼그스름한 모양, 혹은 매우 볼그스름한 모양을 가리킨다. “밤사이에 볼긋볼긋 솟아난 꽃망울이 싱그럽다.” 큰말로 ‘불긋불
2006-05-04 10:26‘에누리’하면 우리는 흔히 가격을 깎는 일을 말한다. 예를 들어 “물건 값을 에누리하다”라고 쓸 수가 있는데, ‘이처럼 값을 깎는 것’ 말고도 ‘물건 값을 더 많이 부르는 일’도 에누리라고 쓸 수 있다. “에누리 없는 가격”이라고 하면 ‘물건 값을 더 많이 부르지 않고 원래 가격으로만 판다’라는 의미이다. ‘에누리’는 가격과 관련된 뜻 말고도 ‘사실보다 보태거나 깎아서 들음’이라는 의미도 있다. “그 사람 말은 에누리해서 들어야 한다.” 이 말은 “그 사람은 과장을 잘하기 때문에 듣는 사람이 잘 판단해서 들어야 한다”는 의미가 되는 것이다. 대형할인점 현수막에 ‘에누리 행사’라고 써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 말은 ‘할인 행사’, 즉 ‘세일’이라는 말 대신에 순 우리말 ‘에누리’를 활용한 것이다. ‘할인’이나 ‘세일’ 대신에 순 우리말 ‘에누리’를 잘 살려서 쓴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2006-05-04 10:21오늘은 ‘애먼’이라는 토박이말에 대해서 알아본다. 좀 생소한 말인데 흔히들 ‘엄한’이라고 아는데 ‘엄한 짓’, ‘엄한 사람’이라고 표현하는데 ‘엄한’은 사투리이고 표준어는 ‘애먼’이다. ‘애먼’은 ‘일의 결과가 다른 데로 돌아가서 억울하게 느껴지는, 또는 엉뚱한’이라는 뜻의 순우리말이다. ‘정작 죄진 사람들은 도망치고 애먼(억울한) 사람들이 얻어맞았다’라고 할 때 ‘죄가 없는 사람’ 즉 ‘억울한 사람’을 ‘애먼 사람’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또한 ‘애먼’은 ‘엉뚱한’ 이라는 뜻으로도 쓰이는데 ‘일은 안 하고 애먼(엉뚱한) 컴퓨터만 탓한다’, ‘저 사람 참 애먼(엉뚱한) 소리 잘 한다’라고 쓰일 수 있다.
2006-05-04 10:20우리 토박이말 중에는 ‘한소끔’라는 말이 있다. 이 ‘한소끔’은 ‘한번 거품을 내면서 끓어 오르는 모양’을 뜻하는 부사다. 간혹 이것을 ‘한소금’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있는데 올바른 표현은 ‘한소끔’이란 것을 알아두자. ‘한소끔’이란 표현은 주로 요리책에서 많이 볼 수가 있는데 국수 삶는 방법을 설명할 때 “국수를 한소끔 끓인 후에 찬물을 붓는다”라고 쓰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이는 “거품이 날 때 까지 끓인 후에 찬물을 붓는다”는 뜻이다. 국수뿐만 아니라 “밥이 한소끔 끓다”, “육수를 끓인 뒤 재료를 넣고 다시 한소끔 끓인다” 등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한소끔’은 또한 ‘어떤 일이 한판 그럴싸하게 벌어지는 모양’이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염상섭의 소설 ‘취우’를 보면 “열이 나기 시작하면 초저녁은 한소끔 되게 앓고는…”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이는 이불이 젖을 만큼 심하게 열이 난 것을 뜻한다.
2006-05-04 10:19토박이말 중에는 ‘새때’라는 말이 있다. ‘끼니와 끼니의 중간이 되는 때’를 ‘새때’라고 한다. 한승원의 소설 ‘날새들은 돌아갈 줄 안다’에 보면 “처남은 아침 새때쯤부터 벌겋게 취해 있곤 하는 호주가였다”라는 표현이 나온다. 여기서는 ‘아침과 점심사이’라는 뜻으로 새때를 썼다. 우리가 흔히 일하다가 잠깐 쉬어 먹는 음식을 새참이라고 하는데 이는 ‘사이참’의 준말이다. 아침, 점심이나 저녁 제 때 먹는 음식이 아니라 ‘끼니와 끼니 사이에 먹는 음식’을 ‘새참’이라고 하는 것이다. “점심을 기다리지 못하고 새때부터 먹기 시작했다”, “새때부터 손님들이 들이닥쳤다”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짬’이라는 말에 대해서도 알아보자. ‘짬’은 ‘어떤 일을 할 겨를’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문순태의 소설 ‘타오르는 강’을 보면 “등짐꾼들이 잠시도 허리를 펼 짬도 주지 않고”라는 부분이 나오는데 ‘허리를 펼 겨를도 없이’라는 표현으로 ‘짬’을 쓴 것이다. ‘짬을 내다’, ‘짬이 나다’, ‘너무 바빠서 잠시 짬도 없다’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흔히들 ‘짬짬이’란 말을 많이 쓰는데 이는 ‘짬이 나는 대로 그때그때’, ‘틈틈이’란 뜻으로 “일하면서 짬짬이 책을 읽는다”라고 활
2006-05-04 10:18‘가탈’라는 토박이말에 대해서 알아보자. ‘가탈’은 ‘일이 수탄하게 나아가지 못하게 방해가 되는 일’, ‘억지 트집을 잡아 까다롭게 구는 일’을 뜻하는 순 우리말이다. 박경리의 ‘토지’를 보면 “어릴 적부터 음식에 가탈이 심하던 영환도 후실댁이 만든 음식에는 불만이 없었다”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것은 ‘입맛이 까다롭다’는 뜻이다. 이외에도 다양하게 쓰일 수 있는데 ‘첫 사업이라 가탈도 많다’, ‘가탈을 부리다’, ‘시누이의 가탈’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가탈’의 센 말이 흔히 ‘까탈스럽다’라고 할 때의 ‘까탈’이다. ‘가탈’과 ‘까탈’은 명사로는 쓸 수 있지만 형용사로는 쓸 수 없다. 따라서 ‘까탈스럽다’는 잘못된 표현이고 ‘까다롭다’ 정도로 바꿔 쓸 수 있다. 또한 우리가 자주 쓰는 말 중에 일본말인줄 알고 쓰는 순 우리말이 있다. 바로 ‘사리’이다. ‘사리’는 ‘어렵거나 힘든 일을 살살 피하며 몸을 아낀다’는 의미의 ‘사리다’에서 나온 말이다. 사리는 ‘흩어지지 않게 동그랗게 포개어 감다’는 뜻으로, 실이나 국수 같은 것을 동그랗게 감은 뭉치를 얘기할 때 쓴다. 국수 사리, 냉면 사리, 우동 사리, 라면 사리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가 있는데 국수 뭉치
2006-05-04 10:17‘들머리’라는 말은 ‘들어가는 첫 머리’, 한자로 ‘입구’를 뜻하는 우리말이다. 오늘날에도 비교적 잘 살려 쓰고 있는 토박이말이다. ‘동네 들머리에서 친구를 만났다’, ‘전시장 들머리에 있는 조각품’, ‘덕유산 들머리’, ‘해인사 들머리’처럼 지역이나 건물의 입구를 뜻하는 어디에나 쓸 수 있다. 또한 글의 차례에서 ‘도입’이라는 말 대신에 ‘처음 시작하는 부분’이라는 뜻으로 쓸 수도 있다. 이번에는 ‘바투’라는 말을 살펴보자. 흔히 우리는 ‘혼인 날짜를 바투 잡았다’고 하는데 이 때 ‘바투’는 ‘가깝다’는 뜻의 토막이말이다. ‘바투 다가서다’, ‘자동차가 너무 바투 붙었다’ 등과 같이 활용할 수 있다. ‘머리를 짧게 깎았다’는 뜻으로 ‘머리를 바투 깎다’라고 할 수도 있다. 가까운 곳은 잘 보이지만 멀리 있는 것은 잘 안 보이는 눈을 ‘근시안’이라고 하는데 ‘근시안’ 대신에 ‘바투보기눈’, 근시를 ‘바투보기’라고 쓸 수도 있다. “요즘 안경 쓴 학생이 많은 것은 바투보기가 안되기 때문이다.”
2006-05-04 10:14‘오롯하다’는 ‘남고 처짐이 없이 온전하다’라는 뜻을 가진 형용사이다. “부모님의 오롯한 사랑”이라는 표현을 아마 한두 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오롯한 살림살이’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김원우의 ‘짐승의 시간’에 보면 “시야가 점차 분명해지면서 흐릿한 새벽길이 오롯하게 떠오르고 있었다”라는 표현이 있다. 이것은 ‘새벽길이 온전하게 다 보인다’라는 뜻이다. ‘오롯이’라는 부사로도 쓸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성인들의 가르침이 오롯이 담겨 있는 책이다.” “삶의 모습이 오롯이 그림 되어”, “그때의 감동을 오롯이 가슴에 담고” 등으로 활용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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