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에두르다’는 ‘에워서 둘러막다’는 뜻을 지닌 동사다.
“경찰이 집을 에두르고 범인에게 자수하기를 권했다.”
심훈의 소설 ‘상록수’에도 이 단어가 등장한다. “예배당을 에두른 야트막한 담에는, 쫓겨 나간 아이들이 머리만 내밀고 족 매달려서….” 채만식 역시 소설 ‘탁류’에서 백마강을 “에두르고 휘돌아 멀리 흘러온 물”이라고 표현했다.
이처럼 주위를 둘러막는다는 뜻 외에도 ‘에두르다’는 ‘바로 말하지 않고 짐작하여 알아듣도록 둘러대다’는 뜻도 있다. 같은 뜻으로 ‘에둘러대다, 에둘러치다’ 등으로 쓸 수도 있다.
“기분 상하지 않을 테니 에두를 것 없이 바로 말해라.”
“그가 말을 에둘러 하기는 하였지만 그래도 대충 알아들을 수는 있었다.”
언젠가부터 ‘에두르다’라는 표현 대신 ‘돌아가다, 돌려서 말하다’라는 말이 더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다. 물론 뜻은 더 분명하게 와 닿곤 하지만, 에두르다라는 말이 가지고 있는 애틋함이나 애잔함은 잘 느껴지지 않는 것 같다.
요즘 사람들은 에둘러서 말하는 사람을 답답하다고 다들 싫어하는 듯하다. 하지만 에둘러 말하는 것은 그 사람이 내 말에 혹시 상처를 받을까 조심스러워서 망설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분명히 말하는 것이 미덕인 시대라지만 상대방의 기분이 상하지 않게 에둘러 타이르거나 한 번 더 고민해 에둘러 얘기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