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즈넉하다’는 말은 ‘고요하고 아늑하다’는 뜻을 갖고 있다. 한수산의 ‘유민’을 보면 “아지랑이만 가득한 들판을 바라보며 거들은 인적도 없이 고즈넉한 길을 걸어서 시내 쪽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라는 문장이 나온다.
‘고즈넉하다’는 ‘말없이 다소곡하거나 잠잠하다’는 뜻도 있다. “그녀는 고즈넉이 앉아 있다가 조용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고즈넉한 정황은 장소로 치자면 ‘뒤꼍’ 같은 곳이다. 뒤꼍은 집 뒤에 있는 뜰이나 마당을 가리키는데 이런 뒤꼍은 대부분 늘 고즈넉하고 깊다.
또한 시골마을에 있는 골목길, 또는 골목 사이를 뜻하는 ‘고샅’도 고즈넉한 곳이 되겠다. 이 때의 ‘고샅’은 ‘고샅길’과 같은 뜻으로 쓰인다. 이동하의 ‘장난감 도시’에는 “누나와 나는 마을의 고샅길을 온통 순례하며 감나무란 감나무는 죄 찾아다녔다”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이외에도 ‘고샅’은 좁은 골짜기의 사이, 또는 사타구니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요즘은 잘 쓰지 않지만 아름다운 우리말 중 하나가 바로 ‘도린곁’이란 단어이다.
‘도린곁’은 사람이 별로 가지 않는 외진 곳을 가리킨다. 송기숙의 ‘암태도’를 보면 “남강 선탕에서 저쪽으로 해변을 돌아가면 후미진 도린곁에 문 지주 집이 있었다”라는 문장이 나온다.
사는 것이 늘 바쁘고 정신없는 요즘, 그럴수록 이 고즈넉함이 그리워지고 귀중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