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이란 항상 다르게 읽히는 책 “안평중은 사람 사귀기를 잘하는구나, 사람들이 오래 사귈수록 그를 존경했다.” 공자가 한 재상을 이렇게 평했습니다. 안자(晏子)라는 제나라 재상, 정치적 거물이었죠. 안자는 시호 평(平)과 자 중(仲)을 합친 평중이란 말이 이름 대신해 쓰이기도 해 흔히 안평중이라고도 합니다. 그에 대한 공자의 평가가 저랬습니다. 굉장한 칭찬인데 제가 어릴 때는 이 말이 칭찬으로 생각되지 않았어요. 사실 무슨 말인 줄도 몰랐습니다. 너무 뜨뜻미지근해서요. 사마천이 다시 태어나면 안자의 마부라도 되고 싶다고 할 정도로 극찬한 인물이고 당대에 대내외적으로 많은 칭찬과 명예를 누린 사람인데 저렇게 미적지근하게 평가하다니 공자가 그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나이를 먹어가고 인생살이 경험이 늘어나자 공자의 저 말이 아주 새롭게 와 닿더군요. 그는 오랜 시간 만나고 사귄 사람들에게 신뢰와 존경을 받는 인물이었답니다. 오랜 시간 만나온 사람에게 신뢰와 존경을 받는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 아닌가요. 외려 장시간 사귈수록 그 사람의 단점과 열등감이나 공격성을 보기 쉽고, 친해졌다는 이유만으로 무례한 언사가 오가기도 하는 게 우리 범인들의…
2017-05-01 00:00우리에게 잘 알려진 ‘빨간 모자’ 이야기는 17세기 프랑스의 샤를 페로의 ‘작은 빨간 두건(Le Petit Chaperon Rouge, 1697)’과 19세기 독일의 그림 형제가 채록하고 작성한 ‘작은 빨간 모자(Rotkäppchen, 1812)’ 두 가지 판본에서 시작됐다. 샤를 페로는 궁정에서 시를 낭독하고 글을 읽어주는 사람이었다. 이때 청중으로 궁정의 아이들이 참여하는 일도 적지 않아 페로는 어떻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잘 모아서 전달할까 생각하다가 당시 민간에서 구전되는 민담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궁정이라는 분위기를 고려해 부드럽게 순화해 이야기를 개작, 재화(再話)했다. 대표적으로 손 본 작품 중 하나가 ‘작은 빨간 두건’이다. 당시 남프랑스와 북부 이탈리아 쪽에서는 ‘가짜 할머니(La Finta Nonna)’ 등 할머니 이야기가 구전되고 있었는데 이 이야기를 가져와 ‘작은 빨간 두건’으로 만든 것이다. 이 두건은 그냥 모자 하나를 쓴 것이 아니라 우리로 치면 일종의 후드 망토 같은 것이다. 소녀는 사춘기에 막 들어서는 아이지만 여전히 ‘아이다운’ 순진함을 담고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장치가 이 후드 망토다. 그 후 독일에 사는 그림 형제가 첫 동화집
2017-05-01 00:001. 교원과 징계 교원은 국가공무원으로서 국가와 국민에게 봉사하는 것이 그 임무이며, 이에 따라 특별한 복무 의무를 준수해야 하고, 이를 위반했을 때는 신분상·직무상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징계란 공무원의 의무 위반에 대해 공무원 관계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국가가 사용자의 지위에서 과하는 행정상 제재를 의미한다. 징계벌과 형사벌은 그 성격과 목적, 내용 등이 다르므로 동일 비위에 대해 징계벌과 형사벌을 병과하더라도 일사부재리 원칙에 저촉되지 않는다. 다만, 형사재판의 결과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집행유예 포함)되면 당연퇴직이 돼 공무원 신분관계가 소멸되므로 공무원 신분관계를 전제로 한 징계벌은 과할 수 없다. 또한, 공무원에게 징계사유가 인정되는 이상 관계된 형사사건이 수사 중이거나 유죄로 인정되지 않았더라도 징계처분을 할 수 있으며, 형사사건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았다 할지라도 징계처분을 할 수 있다. 2. 징계 사유 1) 법령위반 행위 「국가공무원법」 등의 제 규정과 동법에서 위임한 바에 따라 제정된 행정명령(대통령령·총리령·부령 등)과 집행명령(훈령·지침·유권해석 등)을 위반한 경우다. 2) 직무상 의무 위반 및 직무태만 행위 공무원이 담당 업무와 관
2017-05-01 00:00
01일곱 시간에 걸쳐 공연하는 연극을 보러 갔다. ‘일곱 시간’이나 공연을 하다니,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하다. 그 관심을 두고 특별히 예술적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세상에, 그렇게 긴 연극이 있단 말이야? 어떤 건지 한번 봐야겠다’ 하는 정도의 호사가적 관심에 가까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일곱 시간’에만 집중하는 관심은 대중적인 관심(popular issue)에 머문다. 나도 저 공연을 보고, 누구에겐가 ‘일곱 시간 공연을 보았노라’고 말하고 싶은, 일종의 ‘지적인 허영심’ 같은 것에 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나는 이 공연을 보리라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무대에 올리는 작품을 확인하는 순간, ‘아! 인내심이 필요하겠구나. 짜릿한 재미 같은 것은 기대하지 말아야지. 지루해서 졸면 어떻게 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 작품은 도스토옙스키 원작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었다. 젊은이들에게 관람을 권유해 봤다. 재미없으면 책임지라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진한 관심을 갖고 응하는 사람은 그 분야 전공자 외에는 그리 많지 않았다. 원작을 읽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일곱 시간짜리 연극 관람을 선뜻 결정하기 어려우리라. 난해한 내용에 일곱…
2017-05-01 00:00
장미는 5월부터 피는 대표적인 꽃이다. 이번 대선을 ‘장미 대선’이라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 소설 속에 핀 두 송이 장미가 있다. 한 송이는 신경숙이 베스트셀러 소설 ‘엄마를 부탁해’에서 엄마에게 최고의 찬사를 보내며 쓴 장미이고, 다른 송이는 정이현이 소설 ‘달콤한 나의 도시’에서 불타는 사랑을 표현할 때 쓴 장미다.‘엄마를 부탁해’ 표지는 강렬한 빨간색에 밀레의 ‘만종’에 나오는 듯한 여자가 기도하는 그림이다. 그런데 이 소설의 일본어판 표지는 장미 사진으로 뒤덮여 있다. ‘엄마를 부탁해’가 장미와 무슨 연관이 있어서 이런 표지를 쓴 것일까. 일본 출판사에 문의해본 것은 아니지만, 소설에서 장남이 서울에 처음 집을 장만했을 때 엄마가 담장 옆에 장미를 심어주는 내용에서 착안한 것이 확실하다. “그가 집을 갖게 되고 처음 맞이한 봄에 서울에 온 엄마는 장미를 사러 가자고 했다. 장미요? 엄마의 입에서 장미라는 말이 나오자 그는 잘못 듣기라도 한 듯 장미 말인가요? 다시 물었다. 붉은 장미 말이다, 왜 파는 데가 없냐? 아뇨 있어요. 그가 엄마를 구파발에 쭉 늘어서 있는 묘목을 파는 화원으로 데리고 갔을 때 엄마는 나는 이 꽃이 젤 이뻐야, 했다. 엄
2017-05-01 00:00
이륙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기내에서 도착지 날씨를 알려주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이웃 나라니 새삼 놀랍지는 않지만, 생각보다도 일본은 훨씬 더 가까웠다. 비행기에서 내리자 공항 천장을 가득 메운 요괴 그림들이 먼저 우리를 반긴다. 현란하게 채색된 애니메이션의 향연에 놀라 이곳저곳으로 시선을 돌리자 이번에는 공항 한 면을 가득 메운 유리창이 눈에 띈다. 스테인드글라스 형식의 애니메이션이 한가득이다. 가히 요괴 공항으로 불릴만하다. 사카이미나토 시요괴 만화의 고향 공항 곳곳에 배치된 요괴 그림은 바로 요괴 만화의 거장, 미즈키 시게루(水木しげる)의 대표작인 ‘게게게의 기타로(ゲゲゲの鬼太郎)’의 캐릭터들이다. 곳곳에 숨은 요괴 그림은 지방도시의 작은 공항에 불과한 요나고(米子) 공항을 여행자들의 기억 속에 각인시킨다. 공항에서부터 고조된 가슴은 요괴 열차에 올라 사카이미나토 시(境港市)의 요괴 마을에 도착하면서 그야말로 뻥 터질 만큼 부풀어 올랐다. 외눈을 달고 달리는 택시들, 기괴한 웃음으로 여행자를 맞이하는 이정표들, 요괴 모양 얼굴로 만들어진 빵들. 발길 닿는 곳마다 마주치는 익살스런 요괴들 때문에 미소와 탄성을 멈출 수 없다. 철들지 않는 남편, 애니
2017-05-01 00:00
증권부 기자로 일하다 보니 거의 온종일 홈트레이딩시스템(HTS) 거래창을 띄워놓는다.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주식 종목별 차트 안에는 인간의 일곱 욕망과 수만 가지의 고민이 한꺼번에 투사된다. 산이 깊으면 골이 깊다는 말,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 아무리 똑똑한 사람 1만 명이 있어도 그들이 ‘군중’으로 모이는 순간 지성은 사라지고 만다는 말 등등을 똑똑히 배울 수 있는 곳이 바로 주식 거래의 현장이다. 차트의 움직임은 경이로울 정도로 예측불가다. 단 한 순간도 쉽게 가는 법이 없다. 똑같은 시간 똑같은 종목의 똑같은 상황을 놓고서도 누군가는 ‘사자’를 외치지만 누군가는 ‘팔자’를 외치며 물량을 집어 던진다. 하긴 그렇게 같은 상황을 보고도 생각이 다르니 거래(去來)가 가능한 것일 테다. 중요한 것은, 내 눈앞의 거래에만 시선이 팔려 있으면 시장 전체의 흐름을 놓친다는 점이다. 2011년 ‘지금, 경계선에서’라는 명저를 내놓은 작가 레베카 코스타는 현대 사회의 인간이 작은 일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문명의 위기를 자초했다고 꼬집는다. 찰리 채플린은 인생에 대해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에서보면 비극’이라고 통찰했다.
2017-05-01 00:00
작약이 피고 수국이 피면 어느덧 오월이다. 꽃의 향연으로 시작하는 오월은 유난히 마음이 먼저 들뜬다. 영산홍처럼 붉은 날짜들이 많아서인지 모른다. 석가탄신일과 어린이날, 그리고 나머지 날짜를 학교장 재량휴업일로 정해 9일간 단기 방학에 들어가는 학교도 많다. 게다가 9일이 대통령선거일이니 8일도 재량휴업을 한다면, 4월 29일(토)부터 5월 9일(화)까지 무려 11일간의 휴업일이 생긴다. 가정의 달을 위한 배려 학생에 대한 수업을 고려한다면 파행이겠지만 어차피 5월 한 달은 이래저래 학교 행사와 맞물려 교실에서 차분한 수업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그런데 문제는 학교가 휴업일로 쉬면 맞벌이 부모 등 여건이 맞지 않는 환경의 아이는 사각지대에 놓인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경기도교육청에서는 8일 만큼은 재량휴업일로 정하지 말기를 권고한 상태다. 여하튼 특별휴가를 열흘 정도 누린다는 것은 학생이나 교사에게 재충전의 시간임은 분명하다. 이렇듯 즐거운 샛바람이 불어오는 5월. 아이들이 무절제한 생활을 하지 않도록 부모와 함께 교사는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한다. 가정에서의 특별한 프로그램이 없다면 학교의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주변 도서관에서 책을 보며…
2017-05-01 00:00
학교에서 교과를 제대로 가르쳐서 참된 이해를 개발시키게 하기 위해서는 여러 방안이 있지만 최근에 주목을 받고 것 중에 하나는 역행설계(Backward Design) 교육과정이다. 역행설계 교육과정은 미국의 위긴스(Wiggins)와 맥타이(McTighe)가 제안한 이해중심 교육과정(Understanding By Design, UBD)이라는 교육과정 설계 모형의 별칭이다. 이 모형은 사실에 대한 기억이 아니라 심층적인 지식의 구조에 대한 앎과 적용이 이뤄졌는가를 평가과제로 제시한다. 위긴스와 맥타이는 이런 ‘이해’를 돕기 위한 단원 설계와 수업 계획이 기존과는 다른 방식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제까지 교사들은 주어진 학습목표를 보고 어떤 재미있는 활동을 수업에 포함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수업이 모두 이뤄진 후에 평가를 시행했다. 그러나 이해중심 교육과정 설계 모형에서는 교사들이 수업 전에 먼저, 단원의 기반이 되는 ‘중요한 내용’이 무엇인지를 학문의 핵심 개념과 원리에 기초해 끌어내고, 학습자가 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음을 드러내는 증거가 될 수 있는 평가과제를 개발한다. 그런 다음, 학생이 평가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는 방식으로 학습
2017-05-01 00:00자유학기제 전면 시행 첫해가 지났다. 긍정적인 취지와 우수사례만 주목하면 한없이 좋아 보인다. 그러나 아직 첫걸음을 뗀 지금의 상태에서는 보완할 점도, 개선할 점도 많이 남아있다. 교육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 우선 긍정적인 측면을 보면 자유학기제는 꿈과 소질을 이끌어내고 스스로 발견하게 하는 교육을 목표로 도입됐다. 자유학기제가 추구하는 행복교육은 우리가 나아가야 할 미래다. 자유학기제는 ‘배를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려 하기보다는 먼저 먼바다를 꿈꾸게 하라’는 말을 실천하며 아이들이 ‘자신이 무엇을 잘할 수 있고, 무엇을 하고 싶으며, 무엇을 꼭 이뤘으면 좋겠다는 꿈과 소질을 이끌어내고 발견하게 하는 교육’을 꿈꾼다. 무한 잠재력을 가진 아이들을 참되고 유능한 인간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위해 자유학기제는 교육의 변화를 모색했다. 이를 위해 교육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이 변화된 것이 자유학기제를 통해 얻은 가장 큰 소득이 아닌가 싶다. 교육의 변화는 곧 학교의 교육력과 역량 강화다. 핵심성취기준을 토대로 학생들의 미래역량을 키울 교육과정을 재구성해 운영하고, 프로젝트 수업 등 창의적 문제해결력 신장을 목표로 학생활동 중심의 수업 혁신을 이루고, 지필 고사에…
2017-04-01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