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일곱 나이에 난 첫 발령을 받았다. 일반 대학교를 졸업하고 교대를 뒤늦게 들어가 남들보다 졸업과 취업이 늦었다. 한 번에 올 수 있는 길을 빙빙 돌아오니 교사에 대한 간절함이 남달랐다. 그토록 바라던 초등교사가 되고 첫 담임을 맡았다. 2011년 3월 2일. 30명 아이들의 이름을 하루 만에 외우며 마치 출산을 앞둔 산모처럼 아이들과 만날 날을 손꼽았다. 드디어 첫 날, 나는 문 앞에서 한 명씩 악수로 맞이했다. 4학년을 갓 지난 아이들이라 얼굴에는 아직 젖살이 있고, 키는 내 허리 정도였다. 하나같이 앳된 얼굴로 생글생글 웃으며 이름표에 맞게 앉았다. 그런데 유독 한 아이가 눈에 띄었다. 키는 내 어깨 높이, 한 쪽 얼굴은 마비가 돼 힘겹게 눈 뜨는 이 아이. 당시 스물두 살 나이에 5학년인 지민(가명)이었다. “선생님, 내 자리 어디예요?” “응. 안녕 지민이구나. 여기 앉아.” “나 눈이 아파요. 여긴 안 보이는데. 딴 자리 없나?” “첫날이라 번호대로 앉는 거야. 선생님이 칠판 잘 보이도록 글씨 크게 쓸게.” 이렇게 웃으며 말을 했지만 속으로는 ‘반말이야 존댓말이야, 다른 애들은 다 이름표에 앉는데 무슨 불만이 저렇게 많은 거야?’라며 지민이가 나
2016-06-08 13:50‘나비를 키우는 아이들’은 남대구초 3학년 학생들과 ‘언어활동 중심 동물의 한 살이’ 프로젝트수업을 진행하면서 교실에서 있었던 이야기다. 이 학생들은 당시 1학년부터 3학년 때까지 3년간 담임을 맡아 지도했던 터라 유달리 추억도 많고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남대구초는 학년 당 2학급인 대도시 속 소규모학교다. 이곳에서 나는 6년 동안 대구교대 교수님들과 프로젝트수업을 함께 연구했다. 이 글의 소재가 된 동물의 한살이 프로젝트는 국어과의 언어 사용 능력 신장 방법을 고민하면서 시작됐다. 학생들의 흥미와 관심사를 고려해 과학과의 동물의 한 살이 단원을 국어과와 통합해 본 것이다. 학생들은 교실에서 각자 기르고 싶은 동물을 선택하고 그 이유를 들어 1·2차 글쓰기를 했다. 또한 동물의 한 살이 과정을 역할극, 시, 노래로 표현하고 개인별 책으로 엮으면서 68시간의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했다. 애벌레가 태어나서 자라는 과정을 관찰해 설명하는 글쓰기는 기대 이상의 효과를 가져왔다.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생명의 신기함과 소중함을 배웠고 친구들과 함께 사육 상자를 돌보면서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협력, 배려, 나눔, 존중을 실천했다. 무엇보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동안 학생
2016-04-14 20:53꽃 주위를 하늘하늘 날아다니는 오월의 나비를 보면, 교실에서 애지중지 키운 나비들을 창밖으로 날려 보내주면서 너무나 아쉬워했던, 뿌듯해했던 아이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때는 2010년, 남대구초 재임시절 3학년 아이들과의 특별한 경험이 떠오른다. 3학년 1학기 과학·국어를 통합한 동물의 한 살이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내가 교실에서 기르고 싶은 동물이란 주제로 글쓰기를 했는데, 장수풍뎅이, 사슴벌레, 달팽이, 나비를 키우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 이유는 소리가 나지 않아 공부에 방해되지 않고, 냄새가 나지 않아 공기오염이 없고, 털이 날리지 않아 병에 걸릴 염려가 없다는 것이었다. 모둠별로 장수풍뎅이 애벌레, 장수풍뎅이, 사슴벌레 애벌레, 사슴벌레, 개구리 알, 달팽이를 준비했다. 그런데 나비 알은 쉽게 구해지지 않았다. 수소문 끝에 남해에 있는 나비생태원에서 나비 알을 주문했다. 4월 25일, 배추흰나비와 표범나비의 알이 동대구고속터미널에 도착했다. 생태원 관계자는 나비 알을 택배로 보내면 알이 스트레스를 받아 부화하기가 어려울지도 모른다며 고속버스 화물칸에 실려 보낸 것이다. 그 상자를 승용차 뒷좌석에 조심스럽게 실어 와서 교실로 옮겼다. 상자 속에는…
2016-04-14 20:52결론부터 말하면 독이다. 열심히 종자돈을 모아 투자하기에도 어려운 현실 속에서 빚을 내고 투자한다는 것은 그저 요행이나 투기다. 금융기관도 수익을 올려야 하기에 한국은행에서 기준 금리를 아무리 인하해도 예금 금리와 달리 대출 금리는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 어떤 형태로든 대출은 높은 이자를 부담해야 하며 결국 이자를 뛰어넘는 수익률을 올려야 하는데 대출금 상환이라는 압박과 조급함은 현명한 투자가 아닌 위험한 투기로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이다. 주식에서도 빚을 내면 안정된 장기 투자는 꿈도 못 꾼다. 오로지 값싸고 부실한 작전 주를 찾아 헤매거나 오늘 사서 내일 파는 단기 투자밖에 할 수 없다. 빚과 그에 따른 이자는 주가가 오르고 내릴 때 인내할 여유와 시간을 앗아간다. 빚을 내서 투자하고 손실된 부분을 다시 빚으로 막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그래서 개인의 경우 빚을 내거나 투기로 주식을 하다 가산을 탕진한 사례가 많고 이는 우리 사회가 주식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된 원인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평생 빚을 지지 말고 살아가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어쩔 수 없이 대출을 받아야 한다면 최대한 금리를 낮춰 이자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 먼저 주택 구입 관련 대출을…
2016-04-07 17:01봄이 되니 앞산 뒷산에 울긋불긋 진달래가 피었다. 진달래를 ‘참꽃’이라고도 한다. 먹을 수 있는 꽃이어서 ‘참꽃’이라고 한다. 비슷하게 생겼지만 철쭉은 먹을 수 없어서 ‘개꽃’이라고 한다. ‘참-’이 ‘먹을 수 있는’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말에는 또 ‘참배’가 있다. 먹을 수 없는 배는 ‘똘배’나 ‘문배’이다. 살구도 개살구가 있고 ‘참살구’가 있다. (1)참배: 먹을 수 있는 보통의 배를 똘배나 문배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 (2)똘배: 콩배나무의 열매로 아주 작고 단단하며 맛은 시고 떫다. (3)문배: 문배나무의 열매로 단단하기 때문에 무르게 하여서 먹는다. ‘참-’은 ‘진짜’ 또는 ‘진실하고 올바른’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로도 쓰인다. (4)참사랑: 순수하고 진실한 사랑 (5)참사람: 마음이나 행동이 진실하고 올바른 사람 (6)참속: 속에 품고 있는 진짜 생각이나 마음 (7)참마음=참맘: 「1」거짓 없는 진실한 마음 「2」속에 품고 있는 진짜 마음 (8)참말: 사실과 조금도 틀림이 없는 말 (9)참눈: 사물을 올바로 볼 줄 아는 눈 (10)참값: 일정한 측정에 의하여 얻은, 길이ㆍ무게ㆍ부피 따위의 정확한 값 (11)참살: 군살 없이 통통하게 찐 살 (12)참갈
2016-03-31 17:26절약과 저축을 통해 마련한 목돈은 어떻게 해야 할까. 안정된 수익률의 저축으로 만족해야 할지,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해야 할지 고민이다. 증권은 보통 주식과 채권으로 나뉜다. 채권은 주식보다는 위험이 적고 안정된 수익률을 올릴 수 있지만 개인이 투자하기에는 주식 이상으로 오랜 시간 연구가 필요하고 전문가의 도움도 받아야 한다. 자산관리사에게 일임하는 경우는 알아서 투자해주겠지만 직접 사고팔려면 직장인에게는 여러 제약이 따른다. 주식은 직접투자와 간접투자로 나뉜다. 간접투자 상품으로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각종 펀드와 최근 많이 가입하는 ELS(주가연계증권), ETF(상장지수펀드), ETN(상장지수증권) 등이 있다. 펀드만 놓고 봐도 각 금융기관의 상품들이 다양해 일일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그렇다보니 펀드매니저가 ‘알아서 잘 투자해주겠지’라는 마음으로 쉽게 접근하면 안 된다. 마이너스 수익률 펀드도 상당하고 상품 가입부터 투자 내역 확인, 수익률 저조시 갈아타기, 지속적인 수수료 등을 생각하면 간접투자에 기울이는 시간과 노력은 직접투자 못지않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포스코 주식을 2007년 주당 15만 원에 395만 주를 매입한 후 2015년 대략…
2016-03-24 11:17좋지 않은 일로 남의 입에 오르내릴 때 ‘구설에 올랐다’ 또는 ‘구설수에 올랐다’는 말을 쓴다. ‘구설’은 ‘헐뜯는 말’이고 ‘구설수’는 그런 말을 듣게 될 운수라는 뜻이므로 구설수에 오르는 게 아니고 ‘구설’에 오른다고 하는 게 맞다. ‘구설수’를 쓰려면 ‘구설수가 끼었다’로 쓸 수 있다. (1) 구설(口舌): 시비하거나 헐뜯는 말 ¶ 남의 구설에 오르다 / 괜한 구설을 들을지도 모르니 그런 행동은 삼가라. (2) 구설수(口舌數): 남과 시비하거나 남에게서 헐뜯는 말을 듣게 될 운수 ≒구설복 ¶ 구설수가 들었다. / 구설수가 있다. / 이달에는 구설수가 있으니 말조심해라. ‘구설’이라는 말과 비슷한 우리말에 ‘말밥’이라는 말이 있다. 발음은 [말빱]이다. (3) 말밥: 좋지 못한 이야기의 대상 ¶ 들은 말을 말밥 삼아서 그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4) 말밥에 오르다: 좋지 않은 화제의 대상으로 되다 ¶ 점잖은 사람을 남의 말밥에 오르게 하지 마세요. (5) 말밥에 얹다: 좋지 않은 화제의 대상으로 삼다 ¶ 그 사람이 무슨 잘못이 있다고 말밥에 얹어 헐뜯는지 모르겠다. 남의 말밥에 오르는 것도 조심해야 하지만 괜히 남의 꼬투리를 잡아 말밥에 올리기를 좋아하는
2016-03-17 20:31부동산 경기는 갈수록 예측할 수 없어 낙관론과 폭락론이 팽팽하다. 일단 저출산과 넘치는 공급으로 인해 장기적으로는 부정적인 쪽이 우세하다. 그렇다고 부동산을 무시할 수도 없다. 가족이 살아가야 할 보금자리는 삶을 누리기 위한 필수요소다. 수익률을 높이는 투자가 아닌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기 위한 실수요적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실수요를 위하면서도 투자까지 이어지는, 즉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주택청약종합저축을 통해 LH(한국토지주택공사)나 SH(서울주택공사) 등 공공분양주택을 분양받는 것이다. 전부터 공공분양주택은 로또라고 할 만큼 인기가 높다. 그도 그럴 것이 주변시세의 80% 내외로 저렴하게 분양받아 그 지역의 토지와 집값 상승분에 편승하다보면 결과적으로는 반값으로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이다. 공공물량은 주로 공급면적 85㎡(구 34평)이하의 국민주택을 대상으로 분양이 이뤄진다. 워낙 경쟁률이 높다보니 가점이 중요하다. 일단 1순위가 되려면 해당지역에 최소 1년 이상 거주해야 하고 2년 이상 무주택과 청약저축 실적이 있어야 한다. 청약저축은 최대 월 10만원까지 인정받아 저축총액이 많은 순으로 당첨 된다. 최근 인기
2016-03-17 17:21학생들끼리 쓰는 말로 ‘담임’을 ‘담탱이’라고 한다. 분명 표준어도 아니고 좋은 뜻을 담고 있지도 않다. 그렇다면 ‘-탱이’라는 말은 왜 붙게 됐을까. ‘-탱이’가 붙은 말로 표준어 중에는 ‘영감탱이’라는 말이 있다. (1)영감탱이 ≒영감쟁이ㆍ영감태기: 나이 든 남편이나 늙은 남자를 낮잡아 이르는 말 상대를 낮잡아 이르는 뜻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표준어는 아니지만 여러 방언에서 ‘-탱이’가 붙은 말을 발견할 수 있다. (2)볼탱이(볼따구니/볼때기/볼퉁이) ‘볼탱이’는 ‘볼따구니/볼때기/볼퉁이’의 방언인데, ‘볼탱이’는 ‘볼퉁이’에서 소리가 바뀐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볼퉁이’는 ‘볼’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이러한 소리 변화는 일부 방언에서 ‘귀퉁이’를 ‘구탱이’라고 하고 ‘모퉁이’를 ‘모탱이’라고 하는 것과도 같다. 이른바 ‘ㅣ’모음 역행 동화라고 하는 음운 현상인데, 앞 음절의 후설모음 ‘ㅏ,ㅓ,ㅗ,ㅜ’가 뒤 음절에 전설모음 ‘ㅣ’가 오면 이에 이끌려 전설모음 ‘ㅐ,ㅔ,ㅚ,ㅟ’로 변하는 현상이다. 후설모음이 전설모음으로 바뀌는 일종의 전설모음화인데, 특히 뒤에 오는 ‘ㅣ’의 영향이므로 ‘ㅣ’모음 역행 동화라고 한다. (3)아비→[애비], (잡히다→
2016-03-10 15:00노후 대비와 재테크의 첫 출발점은 신혼이다. ‘지금 즐기고 나중에 해야지’하는 마음으로 목돈 마련 시기를 미루면 점점 하기 싫고 힘겹기만 하다. 신혼부터 이어진 소비패턴이나 습관들을 뒤늦게 바꾼다는 것은 재테크 이상으로 힘들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행복한 가정의 조건으로 화목, 경제적 여유, 건강 등을 꼽는다. 이혼 사유 중에서도 성격 차이를 제외하면 경제 문제가 가장 크게 작용한다. 그만큼 가정생활에서 경제적인 부분은 중요하고 큰 비중을 차지한다. 결혼 초에는 부부생활에 있어 사랑의 힘이 크게 작용한다지만 나이가 들수록 경제적인 부분이 받쳐주지 못하면 결국 갈등과 위기를 겪게 된다. 부부교사나 맞벌이 교사라면 신혼 때 경제적 마인드가 잡힌 배우자에게 월급통장을 모아 부부가 한마음으로 재테크를 하는 것이 첫째다. 월급통장을 각자 관리하거나 재테크를 따로 하다 보면 체계적인 절약과 저축이 이루어지지 않아 월급의 대부분을 생활비와 용돈으로 무분별하게 소비하게 된다. 목돈을 모으기는 고사하고 단순히 소득과 지출만 일치시킬 뿐이다. 결혼하자마자 넓은 평수의 아파트에서 생활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아무리 전세라고 하지만 아파트는 빌라나 연립주택에 비해 초기 비용이 많이
2016-03-02 1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