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에 관한 여러 고사성어 중 ‘책을 펼치면 유익함이 있다’는 뜻의 개권유득(開卷有得)이 있다. 중국 진나라 시절 유명한 시인 도연명의 도잠전(陶潛傳)에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하고 친구와 더불어 여유로운 마음으로 책을 읽어 얻은 게 많았다’는 ‘소년래호서 우애한정 개권유득 (少年來好書 偶愛閑靜 開卷有得)’에서 유래한다. ‘개권유익’이라는 말을 남긴 송나라 태종의 3남, 진종(眞宗)황제는 ‘권학문(勸學文)’에서 ‘글 속에 저절로 많은 녹봉이 있으니, 평안하게 살려고 좋은 집 세울 것 없다. 글 속에 황금으로 꾸민 집이 있다. 나들이할 때 종이 없음을 한탄하지 말라. 글 속에 수레와 말이 총총히 있다. 글 속에 옥같이 고운 여인도 있다. 사나이가 품은 평생의 뜻을 이루려거든 책속에 온갖 부귀영화가 있으니 독서를 하라’고 권유한다. 개권유득(開卷有得)의 가치는 책속의 지식이 아니라 책을 읽음으로써 우리가 얻게 되는 사고의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어려운 상황에 처할 때 그것을 생각할 수 있는 판단력과 문제 해결력은 독서를 통해 기를 수 있다. 또한 책 읽기는 내 안에 갇히지 않는, 관용과 타협, 배려, 속 깊음, 이해심이라는 선물을 스스로에게 주는 지름길이라고 말
2015-10-22 17:53자녀교육에 유난히 관심이 많으셨던 아버지께서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필자에게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신언서판’을 두루 갖춰야 한다"고 줄곧 일깨우셨다. 그리고 그 네 가지 덕목 하나하나를 설명해 주셨다. ‘신(身)’은 몸가짐을 단정히 하는 것이고, ‘언(言)’은 말을 겸손하면서도 조리 있게 하는 것이며, ‘서(書)’는 글씨를 정성을 다해 반듯하게 쓰는 것이고, ‘판(判)’은 매사에 분명한 판단력을 가지고 행해야 한다는 말씀이셨다. 그러고 보니, 아버지께서는 스스로도 이 덕목들을 무척 엄격히 실천하고 계셨다. 원래 풍채도 좋으셨지만, 단정한 한복차림에 언제나 등을 꼿꼿이 편 채 앉으셨고, 어떤 경우에도 곁눈질을 하거나 남의 말을 엿듣는 일이 없으셨다. 나직한 목소리로 담소하기를 즐기셨지만, 당신이 말하기보다는 남의 말을 경청하기를 더 좋아하셨다. 글씨를 쓰실 때는 아무리 하찮은 내용이라도 흘려 쓰는 법이 없이 정자(正字)로 또박또박 쓰셨다. 바쁜 농사철에도 손에서 놓지 않으셨던 책과 신문은 친지·주민들의 대소사를 상담해주는 남다른 판단력의 원천이 되었고…. 슬하의 우리 여섯 남매는 성장하면서 변함없이 한결같은 모습을 지키시는 아버지를 사뭇 어려워했지만, 존경하지
2015-10-19 09:17뭔가 일을 똑 부러지게 처리하지 못 할 때 “사람이 티미하다/트미하다”고 한다. ‘티미하다’는 사전에 없고 ‘투미하다’가 있다. (1)투미하다: 어리석고 둔하다 - 그는 남들이 말을 붙여 보아도 돌미륵같이 투미해서 답답하기 짝이 없다. - 그 선수는 수비하는 모습이 원래 좀 투미해. 사람들이 ‘투미하다’를 ‘티미하다’나 ‘트미하다’로 잘못 말하는 듯하다. 이 말은 경상도 사투리라고도 한다. ‘투미하다’와 비슷한 말로 ‘트릿하다’가 있다. (2)트릿하다: 맺고 끊는 데가 없이 흐리터분하고 똑똑하지 않다 - 이번에도 트릿하게 일을 했다가는 큰일 날 줄 알아라. 똑똑하지 못한 사람을 나타내는 또 다른 말이 ‘흐리멍덩하다’이다. (3)흐리멍덩하다: 옳고 그름의 구별이나 하는 일 따위가 아주 흐릿하여 분명하지 아니하다 - 그는 일 처리가 흐리멍덩해서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한다. ‘흐리멍텅하다’라고 쓰는 사람도 있는데, 이는 ‘흐리멍덩하다’의 북한어다. 일 처리 따위가 분명하지 않은 것을 나타내는 또 다른 말이 ‘흐리터분하다’이다. (4)흐리터분하다: 성질이나 행동 따위가 답답할 정도로 흐리고 분명하지 못하다 - 아닌 것은 아니라고 또렷이 말하는 그에게는 흐리터분한 구
2015-10-15 16:02한참 ‘몇 년에 몇 억 모으기’가 인기였다. 무엇이든 속전속결로 해결하고 이루려는, 실제로 이뤄본 한국인의 정서에 딱 부합한 것 같다. 요즘은 저금리이자 경제정체기라 그런지 한풀 꺾이기도 했지만 대박을 쫓고 싶은 심리만은 아직까지도 간절하다. 한 예로 ‘10억 만들기’처럼 액수를 목표로 정할 경우, 하루빨리 목표를 이뤄야 한다는 조급함이 고위험, 고수익만 찾아 헤매는 잘못된 투기로 이어져 원금 손실과 무리한 대출은 물론 자칫 가정까지 위태롭게 된다. 그래서 목표를 단순하게 돈이라는 액수로 정하지 말고 나이대별로 정한다면 좀 더 지혜롭게 재테크를 할 수 있으리라 본다. 필자는 결혼하자마자 아내와 협의해 인생 3단계 플랜을 수립했다. 한참 신혼 재미에 빠져야할 시기에 먼 미래를 위한 인생계획을 세웠다는 것에 의아해 할 수도 있다. 그래도 가장으로서 지금이 아닌 미래를 내다보고 가정과 가족을 책임져야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 계획을 세웠다. 첫 번째는 45세까지를 노후대비나 투자금 확보를 위한 가장 중요한 시기로 보고 ‘목돈 마련기’로 정했다. 일단 재테크라는 것은 아내와 가족이 한 마음이 돼야 한다. 아내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이에 노후 대비는 물론
2015-10-07 10:41얼마 전 대입 수시 전형 원서 접수가 마감됐다. 작년에 가르쳤던 학생들 중 몇 명이 찾아와 자기소개서를 봐 달라 부탁을 했다. 자기소개서를 검토하면서 대학의 입장에서는 어떤 지원자를 뽑을까 생각해 봤다. 당연히 내신 성적이 높거나 기타 활동 중 장점이 많은 학생을 선호할 것이라 여겨졌다. 다다익선(多多益善)이라 했듯이, 지원자 중 높은 성적과 뛰어난 능력을 소유한 학생을 뽑고자 할 것이다. 그러나 반드시 재능이 많고 성적이 높다고 다 좋은 것일까? 옛적 한(漢)나라 천하통일의 일등공신 한신(韓信)은 백전백승의 장수였다. 초(楚)왕이 되었다가 모반의 기미가 있다 하여 회음후(淮陰侯)로 강등된 후 여태후(呂太后)와 상국인 소하(蕭何)에게 사로잡혀 처형을 당한다. 한신은 재주가 많았지만 도리어 이것이 걸림돌이 되어 토사구팽(兎死狗烹)의 역풍을 맞은 것이다. 처형되기 전 고조(高祖) 유방(劉邦)은 한신에게 다음과 같이 묻는다. “나는 얼마쯤의 군사를 거느릴 수 있느냐?” “폐하께서는 10만의 군사를 거느리는 데에 불과합니다.” “그대는 얼마쯤인가?” “신은 많으면 많을수록 더욱 좋습니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하는 사람이 어째서 10만의 장수에 불과한 나에게…
2015-10-07 10:36유리창에 성에가 끼었을 때 우리는 “유리창에 뽀얗게 성에가 끼었다”고 표현한다. 또 시골길에서 차가 먼지를 일으키며 지나갈 때도 “차가 뽀얀 먼지를 날린다”고 말한다. (1) 성에: 기온이 영하일 때 유리나 벽 따위에 수증기가 허옇게 얼어붙은 서릿발 (2) 뽀얗다: 「1」연기나 안개가 낀 것처럼 선명하지 못하고 조금 하얗다 「2」살갗이나 얼굴 따위가 하얗고 말갛다 「3」빛깔이 보기 좋게 하얗다 그런데, ‘뽀얗다/보얗다, 뿌옇다/부옇다’와 비슷한 말로 ‘뽀윰하다/보윰하다, 뿌윰하다/부윰하다’라는 말도 있다. (3) 뽀윰하다: 빛이 조금 보얗다 (4) 안개가 {뽀윰하게/뿌윰하게/보윰하게/부윰하게} 끼었다. (5) {뽀윰한/뿌윰한/보윰한/부윰한} 아침 안개 속에서 누군가가 걸어오고 있었다. 초등학교 국어 읽기 교과서를 보다가 ‘앙감질로 깡충깡충 뛰는 모습’이라는 표현을 봤다. ‘앙감질로 뛴다’는 말이 어떻게 뛰는 모습을 표현한 것일까? 사전을 찾아보니 다음과 같이 나와 있다. (6) 앙감질: 한 발은 들고 한 발로만 뛰는 짓. ≒침탁. (7) 아이는 발등을 돌에 찧이고 나서 동동거리며 앙감질만 해 댔다. 어렸을 적에 ‘깨끔발’이라는 말을 썼던 거 같은데, 사전
2015-09-23 18:39연말정산 시즌이 되면 환급을 많이 받아 실 수령액이 늘어난 월급명세서를 보고 흐뭇해하며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선생님이 있다. 그런가하면, 오히려 세금을 많이 내게 되었다며 원망 섞인 아쉬움을 토로하는 선생님이 있다. 말 그대로 희비가 교차하는 순간이다. 그러나 여기서 생각해볼 것이 하나있다. 환급을 많이 받았다는 것은 그만큼 돈을 많이 써서 세금을 사전에 많이 냈다는 이야기이고 환급이 적어 정산 시에 세금 액이 높다는 것은 거의 돈을 안 썼다는 것이다. 즉 200만원 환급 받고 2000만원 썼다면 50만원을 추가로 납부했으나 500만원밖에 지출하지 않은 경우보다 좋을 게 하나도 없다. 결과적으로 후자가 훨씬 이득인 것이다. 병원에 많이 다니며 의료비 지출 과다로 그에 따른 환급을 많이 받는 것보다 병원에 가지 않고 세금을 더 내는 것이 건강과 재테크를 위해서 더 감사한 것이다. 그렇다고 지출을 최대한 줄여 소비를 안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쓰고 싶어 쓰는 경우보다 어쩔 수 없이 쓰는 경우가 더 많다. 병원에 가고 싶어 가는 것이 아니라 아파서 가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세테크와 마찬가지로 재테크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저금리시대에 세액공제나 소득공제
2015-09-21 17:31지금 이 땅의 선생님들은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허명(虛名)을 버린 지 오래다. 앞에선 화려한 존경의 말을, 뒤에선 코웃음 치는 사회적 대우를 받는 게 요즘 교육계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선생님들의 쳐진 어깨를 펼 수 있도록 꾸준한 기회를 만들어 준 한국교총에 감사 드린다. 이 땅의 모든 선생님들은 드러내 놓고 뽐내지 않을 뿐 묵묵히 아이들의 아름다운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 수기는 일선의 모든 선생님들 하나하나의 노력에 비해 하찮은 것이지만, 27년만의 감동에 잠시 흥분해(물론 영국이의 사전 허락이 있었지만)막상 밖으로 드러내 놓고 보니 부끄럽기 짝이 없다. 지금도 학생들을 있는 모습 그대로 인정하고 뒤에 서서 다독이며 열심히 가르치고 계시는 모든 선생님들, 그리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엇나가지 않고 바르게 자라준 제자 영국이와 이 영광을 함께 하고 싶다.
2015-09-17 21:132013년 햇살 따뜻한 어느 봄날. “교감 선생님! 전화 받아보세요. 제자라고 하는 분이 바꿔 달라는데요?”라며 옆자리의 행정 실무사가 전화를 돌려줬다. “저, 혹시 이우창 선생님 아니신가요? 저 영국(가명)인데 기억나세요?” 수화기 저편에서 굵직한 남자 목소리가 들려 왔다. 잠시 멍했다. ‘영국이의 소식을 영국이 목소리로 직접 듣다니….’ “기억하다마다, 내가 너를 어떻게 잊을 수 있겠니?” 순간 나는 27년 전의 기억을 더듬고 있었다. 그리고 퇴근하자마자 중요한 일들을 교육 일기처럼 써 놓은 옛날 자료들을 들추기 시작했다. 교직에 발을 들여놓은 후 두 번째 학교에서 4학년을 담임했던 1986년 3월 어느 날, 세련돼 보이는 어머니와 함께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입을 야무지게 꽉 다문 영국이라는 이름을 가진 의젓한 사내 녀석이 우리 반에 전학 왔다. 영국이의 모습은 내가 느낀 첫 인상처럼 자신감이 넘쳤으며, 기존 학생들보다 발표나 행동이 훨씬 활발했다. 그때부터 5월까지, 영국이는 결석은 물론 지각 한 번 없이 성실하게 학교생활을 하며, 우리 반에서 1등을 도맡아 할 정도로 성적도 우수한 학생이었다. 그러던 영국이가 6월 초순부터 하루, 이틀 결석을 하는…
2015-09-17 21:11용을 그린 다음 마지막으로 눈동자를 그린다는 뜻으로 가장 요긴한 부분을 마쳐 일을 끝냄을 이르는 말이다. 무슨 일을 할 때 최후의 중요한 부분을 마무리함으로써 그 일이 완성되는 것이며, 또한 일 자체가 돋보인다는 것을 비유한 말로 세간에 자주 회자되고 있는 고사성어이기도 하다. 한편 어떤 일이 총체적으로는 잘 되었는데 어딘가 한군데 부족한 점이 있을 때 ‘화룡에 점정이 빠졌다’고도 한다. 이 사자성어에 내포된 의미와는 조금 다를 수 있지만, 교육과 관련해 생각해보면 ‘ 누가, 어느 곳에 점정(點睛) 할 수 있을까? 하는 그 점(點)이다. 스승인 교육자의 점정(點睛) 책무는 한 인간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일임이 분명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피교육자에 대한 올바르고 정확한 판단이 완벽을 기하는 중요한 점정(點睛)의 요건일 것이다. 문제는 이와 같은 점정(點睛)을 반드시 부모나 교사가 해야만 하는가를 생각해 본다. 다시 말해 누구보다도 나를 잘 알고 있는 본인 스스로 어느 시기엔가는 자연스럽게 점정(點睛)을 해야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그런데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있다. 점정(點睛)은 반드시 눈이어야만 할까? 개개인의 성격과 취미 그리고 지향하는 꿈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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