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텅 빈 교실에서 홀로 남아 빵과 우유를 먹고 있는 한 여학생을 우연히 목격했다. 가까이 다가가자, 그 여학생은 화들짝 놀라며 먹고 있는 것을 얼른 감추었다. 순간, 그 여학생이 급식 대신 빵과 우유로 끼니를 때우는 이유가 궁금했다. 날씨가 더워 밥 먹으러 가는 것이 귀찮다는 그 여학생의 말에 잠시 할 말을 잃었다. 5교시 2학년 ○반 영어 시간. 요즘 학생들의 식습관을 알아보기 위해 질문을 했다. 먼저, 몇 명의 학생들이 학교 급식을 하는지가 궁금했다. 3명의 학생을 제외한 모든 학생이 급식을 신청하여 학교에서 식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리고 과반수의 학생이 중식과 석식 두 끼를 학교에서 해결한다고 했다. 이들 학생 중 대부분은 부모가 맞벌이하고 있었으며 학교 급식에 만족했다. 무엇보다, 학교 급식을 신청하지 않은 세 명의 아이들 식사 해결 방법이 궁금했다. 이 중 2명의 아이는 도시락을 싸서 온다고 하였으며, 1명의 아이는 학교 매점에서 판매하는 인스턴트식품(빵, 과자, 우유, 음료 등)으로 끼니를 때운다고 했다. 하루 중, 학교 매점에 가는 횟수를 물었다. 학생들이 매점에 가는 횟수는 평균 2번이었다. 아예 매점을 가지 않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2017-05-21 23:46문재인 대통령이 3년 전 안산 단원고 세월호 사고 당시 희생된 기간제 교사 두 명에 대해 순직 인정 절차를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이번 제19대 대선 후보들은 한결 같이 당선 시 비정규직을 감축하고 근무여건 개선 및 처우 개선을 공약한 바 있다.한국교총 등 교직단체는 조속히 관련 법령을 개정해 전국의 기간제 교사들이 사기와 사명감을 갖고 근무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줄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미 한국교총은 지난 4월 임시대의원회에서 기간제 교사와 사고 책임을 통감하며 유명을 달리 한 교감의 순직 처리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한 바 있다.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교육부, 인사혁신처, 국가인권위원회 등 관련 기관은 관련 법령 분석 및 개정을 모색하고 있다.세월호 사고 처리 당시 인사혁신처는 기간제 교원의 순직 인정을 ‘불가’로, 인권위는 탄력적으로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대통령의 지시에 앞서 이 두 기관의 해석인 가능과 불가의 교집합인 절충점을 찾는 데서 기간제 교사의 순직 인정 및 처우 개선의 출발점을 찾아야 한다. 특히 이번 단원고 사고 희생 기간제 교사의 순직 인정 문제는 향후 전국의 기간제 교사를 비롯한 모든 비정규직 처우 개선의
2017-05-18 16:17김영란법 시행후 처음 맞는 스승의 날(제36회) 이틀 전 제자들과 점심식사를 같이 했다. 그들 중엔 경기도 파주에서 근무하고 있는 제자도 있다. 스승의 날이라고 일부러 먼 길을 마다않고 옛 선생님을 찾아 내려온 지극정성이다. 전주공업고등학교 학생기자 출신으로 2008년 졸업한 제자들이다. 해마다 스승의 날이면 3~4명이 모여 날 찾아오곤 한다. 작년엔 그냥 밥만 먹고 헤어지지 않았다. 제자들과 어울려 당구도 치고 자정이 넘도록 술까지 마셨다. 끊다시피한 술을 마신다는게 솔직히 부담스러웠지만, 내년이면 30대가 되는 제자들이 해마다 찾아오는게 너무 기특하고 대견했다. 제자들에게 술을 사주기로 한 1년 전 결심을 착실히 실천에 옮긴 것이라고나 할까. 전직 교사로서 가장 뿌듯하고 보람이 느껴지는 기분을 올해도 어김없이 만끽한 셈이다. 그들이 밥값을 내고 이런저런 선물을 주어서가 아니다. 세월이 제법 흘렀는데도 제자들에게 기억된다는 것, 바쁜 일상을 제쳐두고 그렇게 날 만나러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그 액션이 고맙고 뿌듯하기만 하다. 그러나 현직 교사들에겐 그런 뿌듯함이 딴나라 이야기일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김영란법 때문이다. 이런저런 선물은커녕 카네이션조
2017-05-15 09:53사교육 문제는 정권이 바뀔때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할 정도로 해결이 쉽지 않다. 사교육비는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책은 별다른 것이 없다. 대선 공약에서도 어떻게 해 보겠다는 것 보다는 사교육을 줄이겠다는 의지만 표명할 정도로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사교육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긴 하지만 이는 사교육 자체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학생수 감소로 인한 현상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초·중·고등학교에서 익숙해진 사교육은 대학을 들어가서도 지속된다. 대학 졸업후에도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 대한민국 교육의 현주소다. 사교육에서 얼마만큼 효과를 보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결정되는 기형적인 현상 때문에 사교육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단의 대책이 나와야 하겠지만 특단의 대책이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여기에 학부모들의 인식 개선이 되지 않고 있는 것도 사교육을 잠재우지 못하는 하나의 원인이다. 사실 사교육의 문제점은 필자가 지적하지 않아도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다. 사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려고 글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학교에서 수업을 하면서 항상 느끼는 것이, 학생들은 학교의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보다 사교육에서 배운 내용을 더 중시하고 있다
2017-05-15 09:48문재인 정부가 교사의 신분을 국가직 공무원에서 지방직 공무원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한다. ‘교육은 우리 국가의 미래고 희망이다’는 엊그제의 말을 잊는 듯하다. 정말 어이없는 일이다. 소방사들 앞에선 지방공무원을 국가공무원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한 것과 달리 시작부터 교육을 홀대하려는 목소리에 우리 모두는 귀 기우려야 한다. 선거기간 내 교육부를 없어야 한다는 일부 진보교육감들의 의견을 반영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새 정부에 대한 기대는커녕 교육의 불안과 혼란만 몰려오고 있다. 현장 교육을 위해 묵묵히 자기 책임을 다하고 있는 교육자들을 무시하는 일이다. '교육이 정치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원론적 말은 알면서도 정권 인수와 함께 무차별적 혼란은 우리 교육을 위축시킬 뿐이다. 역대 정부가 그렇게 해 왔고 또 그렇게 하겠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학교현장 교원들의 의견은 전혀 듣지도 않고 정치적 판단만으로 우리 교육을 더 이상 흔들어서는 안 된다. 새 정부의 처사는 있을 수 없다. 아니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지난 김대중 정부의 교원 정년단축도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대혼란이 이어오고 있고, 이번 교원 지방직 추진은 더더욱 개악으로 어떠한 일이 있어
2017-05-12 13:13최근 세계사적 흐름(trend)은 제4차 산업혁명이다. 한국 사회에서도 이 제4차 산업혁명이 화두다. 이전 제3차 산업혁명까지가 과거라면 제4차 산업혁명 이후는 미래다. 제4차 산업혁명은 지능, 정보, 기술이 바탕이 된다. 이제 전 세계적으로 제4차 산업혁명의 추동은 거역할 수 없는 시대적 조류(潮流)가 되고 있다. 교육 역시 이와 같은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사회 흐름과 견주어 새롭게 변해야 할 소명을 안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 용어는 2016년 세계 경제 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에서 처음 언급되었는데, 정보 통신 기술(ICT) 기반의 새로운 산업 시대 다양한 영역과 분야를 대표하는 용어다. 컴퓨터,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제3차 산업혁명인 정보혁명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한 것이다. 모름지기 제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 사물 인터넷, 빅데이터, 모바일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경제·사회 전반에 융합돼 혁신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차세대 산업혁명이다. 제4차 산업혁명은 지능, 정보, 기술이 연계된 인공 지능(AI), 사물 인터넷(IoT),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모바일 등 지능정보기술이 기존 산업과 서비스에 융합되거나 3D 프
2017-05-10 12:58박근혜 대통령 파면에 이은 구속⋅기소로 5월 9일 조기 대선이 실시된다. 교육분야 공약을 살펴보니 그게 그거다. 대입전형 단순화, 누리과정 확대, 고교 무상교육 등이다. 그 외 수능 자격고사화, 고교학점제, 학제개편, 무학년제, 국가장학금 확대, 일제고사 폐지 같은 공약도 있다. 이런 교육 공약들은 본질에서 한참 비켜나 있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지금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원초적 교육문제는 ‘무너진 공교육’이다. 학교 공부만으로는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없다는 불안감이 학원을 가게 한다. 실제로 서울대의 특기자전형 구술 면접은 사교육의 선행학습 없이 풀 수 없는 문제였던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수능 자격고사화라든가 대입전형 단순화와 함께 반드시 시행되어야 할 것은 바로 공교육 활성화이다. 공교육 활성화에는 교원 사기진작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어떤 후보의 대선 공약에도 교원이 없다. 일례로 지금의 담임·부장수당 등이 언제 책정된 것인지 까마득한데도 그런 열악한 처우개선 공약은 없다. 물론 수당 얼마 올리는 것이 교원 사기진작의 전부는 아니다. 학교폭력이나 학생인권조례 따위로 지금 교사는 더 이상 오그라들데 없는 처지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학생들에게…
2017-05-08 09:295.9 선택의 날이 코앞에 다가 왔다. 앞으로 5년 간 대한민국호를 이끌 선장을 선택하는 막중한 투표를 해야 할 때가 됐다. 완벽한 후보자가 부재한 현실에서 우리는 차선을 강요당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우리는 이제 제19대 대통령 선거 입후보자 중 선택에 앞서 각 후보들의 공약, 정책, 철학, 가치 등을 종합해한 명을 선택해야 한다. 이번 제19대 대선은 역대 그 어느 선거보다도 엄중하고 중차대한 선거다. 각 후보들은 그 동안 6차례의 후보 토론회, 선거 공보, 선거 벽보, 공약집 등을 통해서 유권자인 국민들에게 선택을 호소했다. 지금도 전국을 훑으면서 대규모 유세를 계속하고 있다. 물론 후보들은 저마다 자신을 ‘교육대통령’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들은 입으로는 교육대통령을 호소하지만, 진정성 있는 교육대통령감은 없다는 자조적 체념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후보들이 그럴듯한 교육공약과 정책을 쏟아내고는 있지만 교육에 대한 종합적 비전 제시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분석에서다. 이제 후보별 공약과 정책에서 우열과 옥석을 가리고 교육대통령을 선출하는 일은 유권자의 몫이다. 특히 교육대통령 선출은 50만 교원들의 선택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한 번 뽑아…
2017-05-08 09:23지금의 학교평가는 평가단이 현장방문을 하지 않는다. 학교자체 평가로 변경 되었기 때문이다. 학교평가에 대한 문제점을 필자도 여러번 지적했었다. 이렇듯 문제가 있다보니 결국 자체평가라는 제도로 변화가 된 것이다. 자체평가라고 해서 학교에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평가영역이나 지표등은 대체로 정해진 틀에 맞게 해야 한다. 사전에 교육청에서 내려보내기 때문이다. 학교입장에서는 편한 면도 있고 그렇지 않은 면도 있다. 그런데 올해 평가 지표 중에 자체 평가단 구성에서 지역사회인사와 학생을 꼭 포함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 색다른 점이다. 여기서 학생의 참여는 학교교육의 한 주체로 참여하는 것이니 맞다는 생각은 들지만 지역사회인사는 좀 신중하지 못했다는 생각이다. 교사, 학부모등 교육이 주체가 들어가는 것 역시 맞지만 지역사회 인사를 반드시 포함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물론 포함하면 되지만 여기에 또 한가지 단서조항이 있다. 해당학교의 학부모가 아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해당학교와 직접 관련이 없어야 한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학부모는 위원은 쉽게 참여할 학부모를 구할 수 있지만 학부모가 아닌 지역인사는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또한 학교의 실정
2017-05-04 10:415월 가정의 달. 감사하고 고마움을 표해야 할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감사의 마음이 지나쳐 청탁금지법을 위반한 경우, 주고받는 사람 모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난 9월 청탁금지법 시행 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스승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그래서일까? 스승의 날을 앞두고 청탁금지법과 관련하여 도교육청 공문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거기에 따른 해석도 제각각이다. 학교 차원에서 중간고사 기간을 활용하여 교직원 대상 청탁금지법 연수가 있었다. 기존 위반 사례를 바탕으로 자칫 교사가 범하기 쉬운 내용의 사전 연수이기도 했다. 연수가 끝난 뒤, 많은 교사의 질문 중의 하나가 스승의 날 학생들이 주는 카네이션 꽃이 청탁금지법에 해당하는가였다. 학생 대표(학생회장, 학급반장 등)가 교사에게 주는 꽃은 청탁금지법과 무관하나, 학생 개개인이 교사에게 주는 꽃은 청탁금지법에 위배된다는 국가권익위원회의 애매모호(曖昧模糊)한 해석이 교사의 의구심을 더욱 증폭시켰다. 눈에 보이는 위반 사례보다 암암리에 행해지는 금품 수수 내지 선물 공세가 더 큰 문제라고 연수에 참여한 교사들은 한목소리로 말했다. 중요한 것은 서로에게 부담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2017-05-02 1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