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 원리와 삶의 본질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인 철학(philosophy)은 일상에서 ‘인생철학’ ‘정치철학’ ‘교육철학’ ‘경영철학’ 등의 말로 자주 인용된다. 원래 철학은 어원적으로는 ‘지식이나 지혜를 사랑’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일상에서는 철학을 ‘보편적인 생각’이자 ‘인생관, 세계관’으로 인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교육과 철학의 관계는 어떠한가? 일찍이 공자는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막연해서 얻는 것이 없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는 말로 교육에서 생각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즉, 생각은 배움의 과정에 있는 청소년들에게 앞으로 살아갈 인생의 굳건한 디딤돌이라 할 수 있다. 생각 없이 친구 따라 강남 가듯이 모방과 관행에 의존하려는 청소년들에게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교육의 중요성은 지식교육보다 더 중요하다. 이것이 바로 배움의 형성과정에서 철학과의 만남이 필요한 이유다. 그렇다면 세계 각국은 어떻게 철학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가? 유럽의 엘리트 양성을 담당해 온 교육기관에서는 오래전부터 철학과 역사를 필수과목으로 가르쳐 왔다. 정치·경제 분야에 무수히 많은 엘리트를 배출하고 있는
2023-09-22 20:24지난 8월은 여름 날씨 치곤 참 고약했다. 그래도 고추밭엔 붉은 고추를 따는 아낙의 손길이 바빴고, 영감은 참깨를 떠느라 속옷을 적셨다. 9월이 시작되었다. 늦여름과 초가을이 공존하여 가을이라고 하기엔 이르다. 그래도 계절의 시간은 흐른다. 들판엔 조생종 벼 수확이 한창이다. 이제 얼마 있지 않아 추석이다. 추석 하면 모두가 떠올리는 낱말이 고향과 부모님이다. 그러면 고향이란 무엇인가? 사전전적 의미는 자기가 태어나서 자란 곳,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곳, 마음속에 깊이 간직한 그립고 정든 곳이다. 또한 주관적 이미지의 고향은 시골의 따뜻한 풍경이나 옛 친구의 모습들이 가득하고 조부모의 모습이 떠오르는 곳이라 할 수 있다. 고향 가는 길을 떠올려 본다. 지금은 승용차가 대중화되고 교통수단이 발달하여 큰 어려움은 없지만 6,70년대 고향 가는 길은 큰 인내가 필요하였다. 그래서 고향 가는 길은 먼 기억의 시간이 곳곳에 매복하고 불가항력적인 그리움의 불꽃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길이었다. 이러한 고향 가는 길의 정감을 요즘 삶의 양식에서 MZ세대에게 이입시키기는 어렵다. 나는 추석 하면 떠오르는 말로 기다림, 기쁨, 즐거움을 꼽는다. 기다림은 무엇을 담고 있을
2023-09-22 10:07우리가 살아가는 지금의 이 시대를 4차 산업혁명이라 지칭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초연결사회’라 말한다. 이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최첨단 문명의 도구들이 상상을 초월하는 편리함과 효율성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양면성이 있듯이 그것을 운용하는 사람들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사는 관계로 우리 사회는 다양하고 복합적인 사건, 사고들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그것이 나쁜 인간성의 결과물이라면 그에 대한 경각심은 물론 근본적인 의식을 성찰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으로나마 뒷북을 치지만 성찰하지 않는 삶은 살아갈 가치가 없다(The unexamined life is not worth living)는 인류의 스승 소크라테스의 가르침을 계승하고 있다. 전국에서 발생하는 작금의 많은 사건, 사고는 한 마디로 오직 자기만을 위하고 자기가 속해있는 집단만 챙기는 이기심과 탐욕의 결정체다. 몇 해 전 지방의 건물 붕괴 사고는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될 참사였다. 불법 다단계 철거업체들이 난무하는 것도 모자라 어떻게 건물 철거를 하면서 중간부터 해체할 수 있는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다. 건물주나 사고 관련 당사자나 허가를 내준 국가의…
2023-09-08 11:57앞으로 전북지역 학교에서 발생하는 악성민원은 학교장이 책임을 지고 처리하게 되고,교육활동 침해에 대한 원스톱 대응 시스템이 가동되며, 50명 이상의 자문 변호인단도 꾸려진다고 한다. 구체적으로‘민원 처리 학교장 책임제’가 도입된다. 제도가 시행되면 교사가 처리하기 힘든 악성 민원 등을 학교장이 책임을 지고 처리하게 된다. 학교장 책임제는 9월 중 시행될 예정이다.(뉴시스, 8.30.) 세부 내용이 어떻게 나와 있는지는 알수가 없지만 현재 학교의 악성 민원은 누가 처리하고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교사들이 대응하기 어려운 경우는 교감이 해당 학부모를 만나거나 전화통화를 하여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해결되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교사들은 직접 간접적으로 교감, 교장에게 관련 내용이 전달된다. 만약 그 민원으로 인해 학교의 잘못된 부분이 밝혀지면 당연히 학교에서 책임을 지게 된다. 그런데 뜬금 없이 학교장 책임제를 도입한다니이해할 수 없다. 악성민원이 들어오면 관내 학교를 관리감독하는 교육청은 책임이 없는지도 묻고 싶다. 교육청 입장에서는 "우리는 책임이 없으니 너희 학교에서 책임져라"하는의도인지 궁금하다. 교권 문제로 온 나
2023-08-31 14:47교원의 학생 생활지도에 관란 고시에 대한 의견 제출일이 8월 28일까지이다. 효율적인 학생생활지도를 위한 방안 마련에 고심한 흔적이 여러군데 보인다. 그러나 단기간에 결과를 얻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고시 내용 중 일부는 학교 현실에 맞지 않거나 기존에 실패한 방안을 반복하여 제시하고 있어 아쉬움이 크다. 아쉬운 몇 가지를 제시 하고자 한다. 첫째는 일단 모든 것은 학교에서 해결라가는 것이다. 학교 구성원의 책무를 강조하고 있는 부분에서 잘 알 수 있다. 교육부에서 제시한 주요 내용은 【학교구성원 전체】 상호 간에 권리 존중, 타인의 권리 침해 금지,【학생】 학칙 준수 및 학교장·교원의 생활지도 존중, 【학교장 및 교원】 학생의 건강한 성장·발달 지원, 학내 질서유지,학교장의 학생·보호자-교원 소통 증진, 교원의 생활지도 지원 노력 의무 등 추가 규정,【보호자】 학교장·교원의 전문적 판단과 생활지도 존중, 자녀의 학칙 준수 지도 협력 등이다. 부연 설명을 하지 않더라도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이해하기 쉽지 않다. 둘째는 훈육·훈계 등의 방법에서 분리(교실내, 교실 밖) 부분이다. 학생이 수업을 방해하거나 교사의 지시에 불응할 경우, 1차로 교실내에서…
2023-08-24 14:01토론회와 공청회 등을 거치면서 9월부터 시행될 교육부의 '교권회복 및 보호 종합방안'이 가시화 되고 있으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교육부는 일정대로 관련 고시를 통해 교권보호에 나설 예정이라고 하지만 일선 교원들은 폭탄 돌리기식 방안은 아닌지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주요 내용으로 학부모는 교사 개인에게 연락할 수 없고, 교사는 교사 개인 휴대전화나 카카오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민원을 제기해 온 경우 답변을 거부할 수 있다. 학부모는 학교장 직속의 '학교 민원대응팀'에 온라인 또는 유선으로 연락해야 한다. 민원대응팀은 교감과 행정실장, 공무직등 5명으로 구성된 대응팀이 학부모 상담이 필요하다고 결정하면 학부모는 희망 날짜를 협의해 사전 예약 후해당 날짜에정문에서 신분증을 제출하고 방문증을 받은 뒤 인솔자를 따라 민원상담실에 들어갈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동아일보 2023. 8.15.) 얼핏 보면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효성이 있을까'라는 의구심이앞선다. 우선은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정보가 없는 교감, 행정실장, 공무직원이 민원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학교 전체에 대한 민원이라면 교감과 행정실장이곧바로 해결
2023-08-16 15:31요즘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노작(勞作) 활동이 사라져 가고 있다. 단적인 사례로 학생들의 청소 시간이 없어진다. 이는 우리 교육의 체계상 공부하기도 힘든 아이들에게 무슨 신체적 에너지를 허투루 낭비하는가에 대한 학부모의 열렬한 비난과 학생 인권 강화 측면에서 시작된 결과라 볼 수 있다. 그로 인해 실습 체험이 이론으로 대체되고 교무실은 교사들이 청소하거나 청소 용역을 두어 관리를 한다. 이는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으로 여길 수 있다. 따라서 전례적으로 학생들에게 노작 활동의 의미를 부여하거나 봉사 시간을 부여하는 부차적인 활동도 점차 폐지되어 가는 추세다. 이는 불합리한 관행에 대해 교사들의 교육적 성찰을 요구하고 나아가 학생 지도의 금기사항으로까지 지적되고 있다. 그 결과 요즘은 교무실에서 학생들을 만나기 힘든 상황이다. 그렇다면 학생의 노작(勞作) 활동이 사라진 학교는 과연 그에 합당한 교육적 성과를 얻는가? 세계적인 교육학자이자 러시아의 교육사상가인 바실리 수호믈린스키는 선생님에게 드리는 100가지 제안에서 “나는 오랫동안 교육을 하면서 노동이 지적 교육에서 아주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을 확인했다. 아이들의 지혜는 그의 손가락 끝에 있다.…
2023-08-14 14:25왜 교육과 전통시장을 연계하는가? 일상을 살아가면서 상대를 배려하고 가진 것을 나누며, 상호 간의 이익을 추구하면서 삶의 활력을 되찾을 수 있고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는 최적의 배움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도서관, 박물관, 전시장, 회사, 관공서 등 많은 곳도 배움의 산실일 수 있다. 하지만 다시금 곳곳의 전통시장을 돌아보는 것이 어떠한가. 그곳엔 사람 사는 냄새가 있고 삶의 흔적과 시끌벅적한 소리, 그리고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몸짓이 있다. 그러한 생생한 삶의 현장은 교육적으로 ‘살아있는 배움터’가 되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옛 장터에는 세상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혜와 기술이 있다. 지혜로운 상인은 언뜻 보기에는 손해 볼 것 같지만 시장에 나온 사람들에게 따뜻한 정을 베풀어 결국 구매를 유도하고 다음에 다시 찾아오게 하거나 다른 물건을 하나라도 더 사게 만든다. 서비스도 좋다. 구매한 물품을 정성껏 포장해주고 비닐봉지를 한 겹 더 씌워서 들고 가기에 불편함이 없도록 해준다. 그런 까닭에 사람들은 상인들의 훈훈한 인정이 그리워 재래시장을 습관적으로 찾아간다. 필자는 그곳에서 한 가지 물건 구매의 철칙을 준수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서민의 삶을 대표하
2023-08-03 14:32세상에는 참 아름다운 가치(價値)들이 존재한다. ‘자유, 평화, 행복, 생명, 나눔, 사랑, ....’ 말만 들어도 저절로 가슴이 벅차오르는 인간이 만든 유의미한 가치들이다. 요즘은 많은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행복’을 말한다. 한때 일본의 인기 작가로부터 시작한 ‘소확행’이란 용어가 우리 사회에 널리 회자된 까닭이기도 하다. 이처럼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은 고대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론’ 이후 작금에 이르기까지 일상에서 우리가 가장 추구하고 싶은 인간의 드러난 성취욕구인지 모른다. 흔히들 ‘행복은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드는 것’이라 한다. 그런데 내가 행복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는 또 다른 많은 아름다운 가치들을 실천하는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그래서 어려운 환경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신들보다 더 어려운 누군가에게 작은 사랑을 베풀어 얻는 행복은 더욱 숭고한 가치를 내포한다. 지역사회와 어느 고등학교가 연대하여 교육 현장에서 작은 사랑을 나누고 감사하며 행복한 삶을 선순환하는 아름다운 선행(善行)이 있어 이의 교육적 의미를 제기해 본다. 인천광역시에 소재하는 ‘계양산 전통시장’은 지역사회에서 30년의 역사를 품고 있다. 수년
2023-07-19 11:02몇 해 전 정신과를 처음 방문했었습니다. 회사에서 자기 불안, 대인 관계 불안이 커지며 업무를 할 때 제대로 집중할 수 없던제 증상을 인터넷과 유튜브에 검색해보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성인 ADHD 특징에 대해서 알 수 있었고 제 증상과 매우 유사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듯 다급하게 주변 정신과에 연락을 해서 방문 일정을 잡고 상담을 했습니다. 친절하지만 차가운 태도의 의사선생님은 개인 면담과 종합주의력 검사인 CAT 검사 등을 통해 제 상태를 확인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어쩌면 성인 ADHD일수도 있겠다'고 하셨습니다. 막막함이 들기도 하고 원인을 찾은 거 같아서 시원하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약을 처방받고 몇 달 복용도 했습니다. 그런데 의사선생님의 추가로 해주셨던 조언을 잊었던 것 같습니다. "운동을 하면 근육이 성장하고동시에 뇌에 자극이 가서 뇌 발달에 좋습니다. 평소에 안 쓰던 근육을 쓸 수 있는 색다른 운동을 한 번 해보세요." 이 말을 들었지만 운동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무언가를 새로 할 만큼의 에너지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궁금해집니다. 정말 운동이 뇌 발달에 도움을 줄까요? 준다면 어떻게 도움이 될까요? 우
2023-07-12 09: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