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필자는 ‘제25회남강교육상’ 시상식에 다녀왔다. 물론 수상자의 한 사람으로서 다녀온 것이다. 서울 오산고등학교 남강기념관에서 열린 시상식에 가보니 박근혜대통령 화환을 비롯 교육부장관 축사(학교정책실장 대독) 등 남강교육상이 꽤 ‘거창한’ 상임을 확실히 실감할 수 있었다. 제25회 남강교육상 수상은 필자에게도 남다른 의미가 있다. 문학상 등 이런저런 상을 받았지만, 그보다 훨씬 기쁘고 뿌듯한 것은 교직 32년 만에 받은 최초의 교육상이어서다. 교육상을 받을 만큼 필자가 해온 학생지도가 값진 일이었다는 자부심의 확인 때문이다. 그 기쁨이라든가 뿌듯함이야 이루 말할 수 없지만, 그러나 출장신청 과정에서 그런 기분은 확 달아나버렸다. 글쎄, 교육상 수상이 사적인 일이라 출장비를 지급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여비지급의 출장을 신청한 필자는 다시절차를 거쳐야 했다. 연가를 낼까하다가 그건 아니지 싶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교육상 수상의 시상식 참가가 병원을 가거나 이장하는 일 같은 연가 사유와 연결이 잘되지 않아서다. 결국 출장비 안받는 출장처리 후 시상식에 갔지만, 이것 역시 이해가 안되긴 마찬가지다. 사적인 일이라면 출장비 지급여부와 상관없이 출장이 아
필자는 1년 만에 학교를 다시 옮기게 되었다. 오래 전 경기도에서 도간교류할 때 빼곤 32년 교직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그만큼 절실한 까닭이 있는 이동이었다. 도대체 이유가 뭐냐고? 수업말고 딱히 할 일이 없어서라고 하면 믿어줄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어김없는 사실이다. 필자는 교직 대부분을 학생들 글쓰기와 학교신문⋅교지 지도교사로 근무했다. 최근엔 그런 열정과 학생지도 봉사의 공적을 인정받아 제25회 남강교육상 수상자로 선정되는 영광과 기쁨도 맛보게 되었다. 이를테면 교육상 수상에 빛나는 특기⋅적성교사로서의 존재감을 찾고자 1년 만에 학교를 옮기게 된 셈이다. 그러나 새로 간 학교에서 60줄에 접어든 내게 맡겨진 업무는 한 마디로 황당 그 자체이다. 32년 만에 거의 처음인 일들이 대부분이어서다. 업무분장표에 보면 교무기획부의 ‘장학/홍보/학부모계’이다. 세부 실천내용은 자그만치 13가지나 된다. 좀 지루하겠지만, 일일이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교직원협의록 작성, 장학생 선발 및 심의회 운영, 학교홍보 계획 수립 및 추진, 보도자료 수집 및 발송, 행사사진 촬영, 에너지 절약(학생 및 교사), 안전교육⋅홍보, 재난훈련교육(전
칼럼 ‘명퇴급증, 나도 떠나고 싶다’는 글을 쓴 것은 2012년 8월이다. 이명박 정부 내내 급증한 교사들의 명예퇴직 현실을 다룬 글이다. 그때 처음 밝힌 교단 떠나기는, 그러나 선생하기가 날로 어려워지고 있는 지금까지도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아니 않고 있다. 교사 명퇴는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오히려 지난 정부보다 더 많은 교사들이 학교를 떠나려 한다. 심지어 몇 대 일의 경쟁률까지 생겨날 정도이다. 실제로 어느 교사는 지난 해 8월말에 이어 이번에도 또 명퇴대열에 끼지 못했다. ‘학생인권 조례 추진 등으로 학생지도가 어려워지고 교권이 추락해서’ 등 ‘교육환경 변화에 따른 어려움’이 교사명퇴의 주요 원인이지만, 마침 활성화된 공무원연금 개편과 맞물려 보다 치열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하긴 어찌된 일인지 선생하기는 날로 어려워지고 있다. 이를테면 올바른 교육관과 제대로 된 가치관 등 제 정신이라면 교사하기가 그만큼 힘든 학교현실인 셈이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없고 성적과 줄세우기, 강제적 방과후학교와 취업에만 올인하는 학교에서 교사 역시 스승이긴커녕 그냥 ‘월급쟁이’일 뿐이라면 필자만의 억지스런 호들갑일까? 그러나 내가
최근 필자는 ‘남강교육상’ 2차 현지실사를 받은 바 있다. 2차 현지실사는 본인의 공적서 내용에 대한 확인 및 동료교사 면담으로 진행되었다. 그리고 한 달쯤 후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교육대상에서 떨어지고 보니’란 칼럼을 쓸 정도였으니 그 기쁨은 이루 다 말하기 어렵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2배수의 2차 현지실사에서 고배를 마신 다른 후보자가 생각난다. 아깝게 탈락되었으니 내년을 기약하면 다소 위안이 될 것같지만, 그렇지 않아서다. 남강교육상은 어떤지 자세히 알 수 없지만, 그 교육상 수상후보로는 다시 될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어서다. 실제로 필자는 연전에 연도를 달리해 ‘눈높이교육상’과 ‘올해의스승상’ 2차 현지실사를 각각 받고 탈락한 후 그 다음 해엔 아예 1차심사도 통과하지 못한 바 있다. 학생들 지도야 계속 했지만, 그걸 깨닫고 아예 서류를 내는 헛수고 따윈 하지 않았다. 물론 공적 내용이 다른 후보자에 밀려 탈락한 것이라면 어쩔 수 없다. 그렇다치더라도 그런 선발방식엔 문제가 있다는 것이 탈락의 상처를 안게된 필자의 판단이다. 탈락후보가 원치 않아도 안게될 상처에 대한 주최측의 배려 부족이 그것이다. 또 1차심사를 통과하여 2차 현지
재미교포 신은미씨가 ‘토크콘서트’와 관련, 미국으로 강제 출국되었다. 신씨가 미국 공항에 도착하자 보수⦁진보단체 재미동포들이 맞불시위를 벌이는 등 미국적 나아가 세계적으로 진귀한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국내선 엉뚱한 일이 벌어지는 후유증을 남기고 있다. 우수도서 취소소동이 그것이다. 신은미 지음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는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도서에 선정됐다. “대구 출신의 보수적인 집안에서 태어나 반공이념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 북한을 다녀와서 쓴 여행기라 공감을 갖게 하는 우수도서”(동아일보, 2015.1.20)라는 것이 선정 이유이다. 잠깐 일반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우수도서가 무엇인지 살펴보자. 문화체육관광부는 매년 학술⦁교양⦁문학분야에서 우수도서 1500여 종을 선정한다. 1종당 1,000만 원어치를 구입하여 전국 공공도서관, 청소년시설 등에 배포한다. 열악한 판매를 겪는 출판사로선 매출과 직결되므로 사활을 걸고 출품하게 된다. 보통 4~5대 1의 경쟁률에 이른다. 신은미씨 책에 대한 취소결정은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크게 두 가지다. 우수도서 심사의 졸속성과 새로 제시된 ‘특정이념에 치우
지난 해 국회를 통과한 인성교육진흥법에 의해 오는 7월부터 학교에서 인성교육이 의무적으로 실시된다. 교육부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대학입시에서 인성평가가 반영되도록 하고 우선 교육대와 사범대에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마침내 법으로까지 강제해야 하는 인성교육이란 상황에 이르게된 것이다. 잠깐 되돌아보자. 2004년 터진 대입수학능력시험 부정사건은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를 놀라게 할 만큼 상상조차 안 되는 것이었다. 세상에, 어느 민주화된 선진국에서 국가시험이 그토록 조직적으로 망가질 수 있는지, 지금 생각해봐도 전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수능시험 부정사건이 어느 정도 잊혀갈 즈음 또다시 온 나라를 발칵 뒤집는 일이 터졌다. 경남 밀양에서 남자 고교생들에 의한 여중생집단 성폭행 사건이 그것이다. 사촌여중생 3자매에 자그마치 41명의 남고생이 연루되었다니, 아마 최대의 성폭행사건이 아닐까 싶다. 어느 일간지는 ‘청소년 인성교육의 죽음!’이라는 제목으로 사건을 보도했다. 중등교장들은 방송사 카메라 앞에서 인성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다짐까지 했다. 무슨 일이 터지면 무슨 결의대회니 뭐니 하면서 요란만 반짝 떨어대는 구태가 언제 사라질지 째려보면서도 일견 수긍되는 것이
얼마 전 신곡문학상 시상식이 열렸다. 신곡문학상은 고(故) 라대곤 소설가 겸 수필가가 쾌척한 재원을 기반으로 벌써 20회째 시상식을 치른 제법 유서깊은 문학상이다. 상금과 관계없이 수필쪽 문학가라면 전국적으로 누구나 받고 싶어하는 상이 되었다해도 크게 시비할 사람은 없을 터이다. 이로써 바야흐로 연말연시 시상의 계절은 마무리된 듯하다. 사실 ‘상의 홍수시대’라 할 만큼 각종 상이 넘쳐난다. 그것들을 보며 문득 “상이라는 것은 받을만한 사람에게 주어졌을 때 의미와 가치가 있는 것이지, 그렇지 않을 경우 쓰레기 배급에 지나지 않는다.”는 ‘명언’이 떠오른다. 이는 오래 전 SBS연기대상에서 이병헌의 대상 수상을 두고 드라마작가 김수현이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내던진 말이다. 자신이 극본을 쓴 TV드라마 ‘완전한 사랑’에서 열연한 김희애가 대상을 받지 못하자 터뜨린 ‘울분’ 성격의 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문학상은 어떠한가? 출판사 주관의 문학상이 상업성 시비에 휘말린 건 오래 전 일이지만, 일단 TV 연기대상이나 각종 영화상보다는 자유로워 보인다. 특히 지방에서 시상하는 문학상의 경우 독자나 판매부수를 염두에 둔 문학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그로 인
최근 ‘고은문화사업추진위원회’(위원장 이승우 군장대총장)가 공식 출범했다. 고은문화사업추진위원회(이하 위원회)는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군산 출신 고은 시인의 문학적 업적을 선양하기 위한 민간 주도의 기구다. 위원회는 연내에 재단법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런데 위원회 면면이 쟁쟁하다. 현직 국회의원⋅도지사⋅군산시장⋅군산시의회의장의 정치인외에도 백낙청 문학평론가, 최예태 서양화가 등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대거 위원회에 이름을 올려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도내뿐 아니라 전국에 걸쳐 위원회 일원으로 참여한 인사가 자그만치 85명이다. 위원회는 오는 10월 ‘고은만인보문화제’를 열 예정이다. 오페라 ‘만인보’ 제작 발표와 전국백일장, 시창작음악제, 시낭송대회, 학술대회 등이 펼쳐진다. 2016년엔 생가터 복원과 함께 ‘고은문학관’ 건립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경기도 수원시가 주택을 이미 제공하는 등 발빠른 ‘고은 모시기’에 비하면 다소 늦었지만, 당연히 크게 축하할 일이다. 특히 고은 시인이 생존작가여서 그 의미와 가치는 남달라 보인다. 그만큼 앞으로 추진할 ‘고은만인보문화제’에도 신중한 진행과 함께 무게가 실리
‘13월의 울화통’이 된 연말정산 후폭풍이 거세다. 단적인 예로 “‘연말정산 후폭풍’…박대통령 지지율 30%로 급락” 같은 신문기사 제목을 들 수 있다. 박대통령의 30%는 역대 대통령 집권 3년차 1분기 지지율로는 28%를 기록했던 노태우 대통령 이후 최저치다. 딱히 100% 이유는 아니라하더라도 화이트칼라(봉급생활자) 3명중 1명이 대통령 지지에서 돌아섰다는 분석 등 연말정산 파동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국민을 갖고 논 연말정산’이라해도 정부와 집권여당 새누리당은 할 말이 없게 되었다. 전반적으로 나라의 경제가 어려운 데다가 서민들 살림살이라는게 워낙 빠듯한 터라 절세하려는 봉급생활자들의 마음은 아마 한결같을 것이다. 그런데 확 달라진 연말정산으로 절세는커녕 더 토해내게 생겼으니 당연히 민심이탈의 가속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사실상 증세인 그와 다르게 연말정산에서 울화통 터지게 하는 것이 또 있다. 바로 너무 복잡한 셈법이다. 현행 대입제도도 그렇지만, 수학천재가 아니고선 선뜻 얼마를 떼가는지 근로자 본인이 셈하기 난해한 연말정산 계산법이다. 앞으로 ‘세제는 단순하고 명료해야 한다는 기본원칙’에 충실한 연말정산이 되었으면 한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제34회세종문화상을 공고했다. 한국문화⋅예술⋅학술 등 5개 부문 수상자에게 각각 3천만 원의 상금을 준다는 내용이다. 필자가 알기론 정부 주최 대회 최고액의 상금이 놀랍지만, 정작 놀라운 건 따로 있다. 바로 추천방식이다. 상금을 3천만 원이나 주는 아주 큰 상, 세종문화상인데도 추천은 개인, 기관 등 별 제한이 없다. 제출서류 역시 추천서와 공적 증빙서류 등 간단하다. 관료적 사고의 정점이라 할 정부 부처가 그렇게 ‘열린’ 방식으로 추천을 받는 건 분명 칭찬할 일이다. 그러면 교육상쪽은 어떤가? 얼마 전 필자는 어느 고교 교장이 교육대상 상금 전액을 장학금으로 희사했다는 기사에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그런데 교장의 선행사실에 놀란 것이 아니다. 필자가 깜짝 놀랐던 건 유감스럽게도 상금 전액이 ‘고작’ 200만 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전국에 걸쳐 시행되는 교육상이 정확히 몇 개인지 알 수 없으나 상금은 1,000만 원이거나 그 이상인 경우가 그렇지 않은 상보다 더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대한민국스승상⋅눈높이교육상⋅올해의 스승상⋅백농교육상⋅SBS교육대상 등이 얼른 생
정부가 내놓은 2,000원 인상안대로 담뱃갑이 올랐다. 담뱃세 인상액 2,000원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 20%를 야당이 요구해온 소방안전교부세로 전환하기로 했다지만, 1000만 명쯤으로 추정되는 흡연자들로선 새정치민주연합(새정연)에게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다. 특히 ‘담뱃값 1,000원~1,500원 인상 의견접근’(중앙일보, 2014.11.28)이란 보도를 접한 후 2,000원 인상 확정이라 충격이 더 크다. “애초 정부도 담뱃값 논의과정에서 야당과의 협의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넉넉하게 2,000원 인상안을 발표”한 것인데, 새정연이 법인세 어쩌고 하다가 여당의 손을 잡아준 것이다. 새정연에 대한 배신감은 툭하면 서민정당임을 내세워 생긴 것이라 할 수 있다. 이것저것 주고 받았다고 자부하면서 만족해하는 모양이지만, 서민정당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쉽게 말해 담뱃값을 1,000원쯤 깎는 것이 소방안전교부세나 재벌기업 법인세율 인상안보다 훨씬 ‘친서민적’ 협상임을 간과한, 야당도 아닌 악수를 둔 셈이다. 정권교체 실패라든가 계파 싸움 등 그 동안 어떤 악재에도 흔들림없이 야당을 지지해왔지만, 이제 그렇게 되지 않을 것 같다. 서민증세라며 변죽만 잔뜩 올려놓고 정부
을미년 새해가 밝았다. 양띠인 필자로선 감회가 남다르지만, 이명박 정부에 이어 교사 명예퇴직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서울교육청의 경우 내년 2월말 명예퇴직 희망 교원 수가 3,700여 명에 이른다. 이는 지난 2월말의 1,258명보다 3배 늘어난 수치다. 전북의 경우도 지난 8월말 325명에서 570명이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언론에선 공무원연금법 개정에 따른 불이익 따위를 들먹이며 명퇴 급증의 주된 원인으로 꼽고 있지만, 그 때문만은 아니다. 한국교총이 제31회스승의 날을 맞아 전국 초⋅중⋅고 교사 3,27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교원인식설문조사’에 그 답이 명확히 나와 있다. ‘명예퇴직 증가 원인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94.8% 교사가 ‘교육환경 변화에 따른 어려움’이라고 답했다. 또 ‘어떤 교육환경 변화 때문이냐’는 질문에 70.7%가 ‘학생인권 조례 추진 등으로 학생지도가 어려워지고 교권이 추락해서’라고 답했다. 좀 된 조사이지만, 크게 달라진게 없어 그럴 듯해 보인다. 실제로 요 몇 년 사이 필자와 같이 근무했던 동료 여러 명이 교단을 떠난 바 있다. 정년이 3년쯤 남은 필자와 또래이거나 후배들마저 학교를 떠났
소문이 무서운 법이다. 90대 노부부의 ‘죽어가는’ 삶을 그린 영화에 20대 예매율이 가장 높은 걸 보니 절로 드는 생각이다. 20대뿐만이 아니다. 10대들의 관심과, 그로 인한 관람이 이어지고 있다. 아무리 대입수능에 이어 고입 연합고사가 끝나 문화체험이 빈번히 이루어지는 일정이라해도 10대들이 90대 노부부가 주인공인 다큐영화를 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다. 지금 극장가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감독 진모영) 회오리가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사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이하 ‘님아’)는 11월 27일 개봉 무렵만해도 대개의 영화들이 그렇듯 소 닭 보듯하던 작품이었다. 리뷰조차 또 다른 다큐영화 ‘목숨’과 묶어, 그것도 일부 신문에서만 소개되었다. 신문이 ‘님아’ 소식을 경쟁적으로 다루기 시작한 것은 개봉 7일 만에 1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부터다. 이는 한국 독립영화사상 최단기간 기록이다. 2009년 293만 3897명을 동원, 다큐영화 최고 관객기록을 갖고 있는 ‘워낭소리’보다 13일이나 앞선 개봉 7일 만의 10만 명 돌파이기도 하다. ‘님아’는 개봉 18일째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186개로 시작한 스크린은 무려 726개
KBS가 내년 1월 1일부터 TV 프로그램을 개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45년 전통의 ‘명화극장’, 17년간 뜻있는 시청자들 참여를 이끌어온 ‘사랑의 리퀘스트’, 지상파 3사의 유일한 정통 농촌드라마 ‘산너머 남촌에는2’ 등이 폐지되는 모양이다. 폐지보도 이후 반발이 이어졌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명화극장 폐지반대’ 글로 도배가 되다시피 했다. KBS 본관 앞에선 1인 시위까지 벌어졌다는 소식이다. 1997년 10월 전파를 타기 시작한 ‘사랑의 리퀘스트’의 경우 ARS를 통해 지난 해까지 총 830억 7,000여 만 원을 모아 희귀병 환자들을 도운 것으로 알려진 대표적 공익 프로이다. 시청률과 관련해서도 의아스러운 점이 있다. ‘산너머 남촌에는2’ 폐지가 그것이다. 2007년 10월 시작한 ‘산너머 남촌에는’에 이어 2012년 5월 20일 첫 방송한 ‘산너머 남촌에는2’는 지난 2월 자체 최고 시청률 11%(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한 ‘인기드라마’다. 10% 넘는 시청률은 최근까지도 큰 변동이 없다. 물론 궁극적으로 방송사의 프로개편이 나무랄 일은 아니다. 물이 오래 고여 있으면 썩듯 없앨 것은 없애고 새로 꾸밀 건 꾸며야 한다. 그렇더라도 개
상반기 인기리에 방송되었던 KBS ‘정도전’(6월 29일 종영)이후 TV드라마를 보지 않았다. ‘정도전’ 같은 대하드라마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퓨전사극 따위를 보며 굳이 시간 낭비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월~목, 토⦁일요일까지 거의 일주일 내내 밤 10시대 TV드라마들을 ‘눈썹 휘날리게’ 보던 때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TV 보기에 소홀한 시간들이었다. 그런 소홀함을 벗어나게 해준 드라마가 SBS 대기획 ‘비밀의 문-의궤살인사건’(이하 ‘비밀의 문’)이다. 9월 22일 시작, 12월 9일 24회로 종영했다. 당연히 단 1회도 거르지 않고 ‘비밀의 문’을 지켜보았다. 2회가 전국 시청률 9.7%(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는 등 초반 기세는 그럴 듯했다. 뒤주에서 죽은 사도세자(이제훈)에 대한 ‘전향적’ 조명이란 점이 관심을 끌었다. 알려진 영조(한석규)에 대한 약점 잡힌 군주의 모습도 눈길을 잡을만했다. 이왕 있어온 사도세자 묘사는 당쟁의 희생양으로 그려졌다. 2007년 정조를 주인공으로 한 MBC 대하드라마 ‘이산’이 그랬다. 큰 성공은 거두지 못했지만, 지난 봄 개봉한 영화 ‘역린’에서도 사도세자는 노론의 음모로 억울하게 죽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