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는 왜 오를까?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하고 있다. WTI 87달러를 넘겼고, 100달러까지 얼마 안 남았다. OPEC+가 자발적으로 감산연장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유가가 계속 상승중이다. 지난번에 유가 100달러가 넘었던 상황과 지금의 100달러 넘은 상황은 다르고, 좋지 않다.
작년의 고유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것이라면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많이 식었음에도 불구하고 산유국의 이권에 의해서 발생한 고유가 상황이다. 산유국이 증산에 참여하거나 경기가 지금보다 더 침체가 되어야 유가가 내릴 수 있다. 반면에 산유국이 지금의 생산을 유지하고, 경기가 회복국면으로 간다면 유가 100달러를 곧 맞이하게 될 수 있다.
생산량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수출량이 중요
원유시장에 영향을 주는 국가는 4곳, 사우디·러시아·미국·중국이다. 우리는 원유 생산량 기준으로 순위를 주로 보는데 유가에 영향을 주는 것은 원유 수출량이다. 생산량으로 보면 미국이 1위, 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가 2위다.
원유 소비량을 보면 미국이 전 세계 20%를 소비한다. 미국은 생산하는 양보다 소비량이 더 많아 아직도 원유를 수입한다. 중국은 생산비율은 전 세계 5%지만, 소비량이 14%다. 9%가량을 수입해야 하니 최대 원유수입국이다.
OPEC+가 감산을 하면 수요는 그대로인데 공급이 줄어드니 자연스럽게 가격이 올라간다. 미국이 공급을 늘리려고 해도 원유 생산량을 갑자기 늘리는 것이 쉽지 않다. 셰일업체들도 무리하게 시추를 늘리지 않고 있다. 그러면 공급에서 키를 쥔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다.
둘이 짝짜꿍이 되어서 원유 수출량을 줄이고 있다. 러시아는 생산량을 줄이지 않고 비축량을 늘리는 대신 수출량을 줄이고 있다. 유가가 충분히 상승했을 때 비축분을 조금씩 팔면 더 높은 가격에 팔 수 있다. 이런 모습은 원유가 앞으로 오를 것을 보고 하는 베팅이다. 원유가 내릴 것 같으면 생산량 자체를 줄인다. 그러면 이들이 유가가 올라갈 것이라고 베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원유 수요가 늘어나면 유가는 더 오른다.
미국은 최대 생산국이면서 단일국가 수입량으로는 2위다. 엄청난 소비국이다. 그래서 유가가 미국 인플레이션에 많은 영향을 준다. 미국을 제외하면 중국이 26%, 인도가 10%다.
유가가 오르면 인플레가 심해진다. 올겨울 에너지 위기가 오면 러시아에 취한 유가상한제를 풀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에서 러시아가 유리한 키를 쥐게 된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유가가 오르면 돈도 많이 벌고, 협상도 유리해지니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정책에 환호할 수밖에 없다.
사우디아라비아 입장에서 유가가 오르면 네옴시티 자금에도 도움이 되고, 인플레를 통해 친환경정책을 가속화하는 미국과 유럽을 압박할 수 있다. 그리고 유가가 올라 인플레가 다시 심각해지면 내년에 바이든 정권이 재선에 실패하고, 트럼프가 다시 당선될 수 있다. 트럼프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친화적인 태도를 보였다. 사우디아라비아 입장에서는 유가가 내리는 것보다 오르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
유가가 100달러가 넘으면 경제가 위험해진다.
중국 경기가 침체인데 유가가 이렇게 높게 유지되는 것은 경제에 좋지 않다.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가면 인플레가 다시 심해진다. 그러면 고금리를 계속 유지해야 하고, 금리가 높게 오랫동안 유지되면 이자부담을 버티기 힘든 기업과 가계가 늘어나기 시작한다. 기업은 투자를 줄여야 하고 고용을 줄여야 한다. 개인은 소비를 줄여야 한다. 7월부터 반등하기 시작한 인플레에 고유가는 불을 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점에서 유가는 주식·부동산·채권시장에 영향을 준다. 경기가 호황이 오면서 유가가 천천히 상승하는 것이 경제에서는 가장 이상적이다. 반대로 급하게 오르거나 급하게 내리는 것은 비용전가를 하지 못하므로 부작용이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