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전 세계 영화팬들이 가장 기다리는 영화 중 한 편은 누가 뭐라 해도 오디세이(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임에 틀림없다. 고대 그리스신화의 정수이자 현대 문학의 근간이 된 호메로스의 고전 오디세이아에서 트로이 전쟁부터 함락 이후 오디세우스가 10년 동안 미지의 세계를 거쳐 이타카로 돌아가는 여정을 웅장하고 장대한 서사시로 스크린에 그려냈다. 이번 ‘시네마 톡톡톡’에서는 천재 감독이라 불리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오디세이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포인트들과 함께, 그리스신화를 다룬 영화들도 함께 복습해 본다. 609km 분량 IMAX 필름에 담은 이탈리아·스코틀랜드의 광활한 자연 “영화감독으로서 아직 채워지지 않은 영화적 영역, 지금까지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것들을 늘 찾게 된다. 내가 자라면서 봐온 수많은 신화적 영화가 있었지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급 예산과 IMAX 스케일이 만들어낼 수 있는 무게감과 진정성으로 구현된 신화는 아직 본 적이 없다. 그런 면에서 오디세이는 거대한 이야기이고, 정말 흥미로운 도전이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영화로 만든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놀란 감독이 누구던가! 5분마다 기억을 잃는 남자가 아내의 복
프롤로그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지리 교사로서 죽기 전에 꼭 가보고 싶은 장소 중 하나였다. 여행을 준비하며 가장 먼저 떠오른 이미지는 많은 지리 교과서에 실려 있는 그 사진이었다. 지면을 뚫고 치솟는 거대한 물기둥, 올드 페이스풀(Old Faithful) 간헐천의 그 장면은 어린 시절부터 ‘언젠가는 직접 보고 싶다’는 막연한 동경으로 남아 있었다. 지구가 살아 숨 쉰다는 것을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눈앞에서 체감할 수 있다는 사실이 여행의 첫 번째 동기가 되었다. 또 다른 이유는 이 장소 자체가 갖는 의미에 대한 호기심이었다. 1872년에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옐로스톤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자연보전이라는 철학이 처음으로 법제화된 장소이며,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자연유산이기도 하다. 인간이 자연을 개발과 착취의 대상으로 바라보던 시대에 이 땅만큼은 있는 그대로 보존하겠다는 결단이 어떤 풍경을 만들어 냈는지, 두 발로 걸으며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이번 여행을 결정적으로 이끈 것은 아이들을 위한 주니어 레인저(Junior Ranger) 프로그램 워크북의 존재였다. 옐로스톤을 방문하기 전후로 꾸준히 접해 온 이 프로그램은 교육자로서 큰 영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은 참 솔직하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 속담을 인정하는 순간, 마치 내가 질투심 많고 속 좁은 사람인 것만 같아 선뜻 고개를 끄덕이기도 어렵다. 참 묘하고도 짓궂은 속담이다. 사실 우리의 복통 유발자는 꼭 ‘사촌’일 필요도 없다. 나와 비슷한 연차의 동료 교사가 먼저 승진했다는 소식, 친구 자녀의 명문대 합격 소식, 비슷한 시기에 결혼한 대학 동기가 강남권 새 아파트에 입주했다는 소식까지. 심지어 SNS에서 나와 다를 바 없는 일상을 살던 지인이 최고급 해외 휴양지 사진을 올렸을 때도 마찬가지다. 겉으로는 “정말 잘됐다, 축하해!”라는 말을 건네지만, ‘나도 저 정도는 할 수 있었는데’, ‘왜 저 사람에게는 좋은 일만 생기는 것 같지?’ 등 축하와 부러움, 시기와 씁쓸함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을 경험하곤 한다. 이상한 일이다. 내 삶은 어제와 달라진 것이 없다. 어제와 같은 집에서 살고, 지난달과 같은 월급을 받으며, 늘 하던 대로의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왜 주변 사람의 좋은 소식에 내 마음이 사정없이 흔들릴까? 내가 옹졸해서, 인격이 덜 성숙해서일까? 아니다. 오히려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감정, 즉 ‘시기’나
사고외주 (홍진기 지음, 어크로스 펴냄, 152쪽, 1만 5,000원) 편리함을 이유로 생각하는 과정 자체를 AI에게 넘겨주는 ‘사고외주(思考外注)’ 현상을 짚는다. 대학 교수인 저자는 강의실에서 마주한 학생들의 매끄러운 보고서에서 고민과 망설임 등 사람 냄새가 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그는 우리가 ‘똑똑한 무능함’에 빠져들고 있다고 경고한다. 질문을 던지고 상충하는 정보를 비교하며 논리를 다듬는 비효율적인 시간이야말로 인간의 판단력을 키우는 핵심임을 역설하며, 사유의 주도권을 되찾아올 것을 제안한다. 신화의 역사 (심용환 지음, 민음사 펴냄, 정보 없음, 1만 9,000원) 신화를 흥밋거리 정도로 소비하는 경향을 지적하며, 수천 년간 끊임없이 재해석되어 온 역사적 산물로서의 가치를 조명한다. 그리스신화의 시작부터 북유럽과 이집트, 그리고 중국에 이르기까지 각 문명이 시대의 위기와 욕망을 어떻게 신화화했는지 살펴볼 수 있다. 저자는 아이돌 숭배, 팬덤 정치, 음모론 등을 새로운 형태의 신화로 평가하며, 인간에게 거대 서사로서 신화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한다. 읽지 않는 사람들 (나오미 배런 지음, 전병근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412쪽, 2만 2,000
선거가 끝나면 늘 같은 풍경이 반복된다. 누군가는 결과를 받아들이고 일상으로 돌아가지만, 누군가는 결과 뒤에 숨겨진 진실을 찾기 시작한다. “뭔가 이상하지 않아?” “분명히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어.” 흥미로운 것은 이런 현상이 선거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스포츠에서는 판정 논란이, 연예계에서는 방송국의 특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학교도 예외가 아니다. 수행평가 결과가 기대보다 낮게 나오면 “특정 학생만 챙겨준다”는 루머가 돌기도 한다. 사람들은 왜 끊임없이 음모론을 만들어낼까. 정말 세상에는 우리가 모르는 거대한 비밀이 존재하는 것일까. 아니면 인간의 마음속에 음모론을 만들어내는 어떤 심리적 장치가 존재하는 것일까. 첫 번째 장치 _ 의미를 찾는 뇌, ‘아포페니아’ 심리학자들은 인간을 ‘의미를 찾는 동물’이라고 부른다. 우리의 뇌는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패턴을 찾는다. 돌의 생김새나 별자리를 연결해 이야기를 만들고, 우연히 반복된 사건 속에서도 의미를 읽어낸다. 진화적으로 보면 이는 매우 유용한 능력이었다. 수풀 속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을 때, 바람인지 맹수인지 빠르게 판단해야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바람이었더라도 맹
말하지 않고 말하기 (김정운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464쪽, 2만 4,000원) 논리적인 설명이 상대의 마음에 닿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언어를 완벽하게 흉내 내는 시대에 진짜 필요한 것은 유창한 말이 아닌,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비언어적 소통’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인간 상호작용의 핵심 조건으로 터치, 눈 맞춤, 정서 조율, 순서 바꾸기, 함께 보기, 관점 바꾸기 등 여섯 가지를 제안한다. 소통은 단순한 메시지 전달 기술이 아닌 존재의 조건이자 ‘서로 감탄하는 상호주관적 경험의 회복’이다. 불안을 잠재우는 문해력 상담소 (한희정 지음, 다봄교육 펴냄, 220쪽, 1만 7,000원) 2010년부터 100회가 넘는 학부모 연수 현장에서 마주한 고민과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한 권으로 갈무리했다. 단순히 ‘책을 많이 읽히라’는 모호한 조언에서 벗어나, 초등 국어 교육과정의 설계 원리를 바탕으로 아이의 문해력 빈틈을 정확히 진단하는 실질적 방법을 제시한다. 읽기·쓰기 능력뿐만 아니라 수학 지문이나 스마트폰 환경 등 일상 속 ‘도구적 문해력’까지 다각도로 짚으며, 현실적인 문해력 로드맵을 친절하게 안내한다. 고전에
지방 교사, 더 넓은 시야가 필요하다 그동안 교사라는 직업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안정적인 직업 중 하나로 꼽혔다.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과 든든한 공무원연금, 그리고 정년 보장이라는 3대 축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지워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이러한 직업적 안정성은 역설적이게도 자산 관리 측면에서는 ‘달콤한 함정’으로 작용한다. 매달 쥐어지는 안정적인 소득에 안주하는 사이, 수도권과 지방 간의 자산 양극화는 되돌릴 수 없을 만큼 벌어졌기 때문이다. 지방 교사로서 실거주로 지방에 살아가다 보면 ‘주거’와 ‘투자’가 자연스럽게 동일시된다. 매일 출퇴근하는 학교가 있고 나의 일상이 펼쳐지는 지역이기에, 자신이 근무하는 곳에 집을 사고 그곳에 부동산 자산을 묻어두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으며, 굳이 내가 살지 않는 다른 지역 부동산 시세에는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은 실거주 관점에서는 좋지만, 자산 측면에서는 아쉬울 수 있다. 아무리 살기 좋은 내 집일지라도, 인구가 빠져나가고 성장이 따라주지 않는 지역의 부동산은 시간이 흐를수록 자산가치가 약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방 거주자라고 해서 반드시 내 집을 지방에 마련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