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3, 승부, 킹 오브 킹스 작열하는 8월의 태양만큼 뜨거운 존재를 한국 영화계에서 꼽으라면? 단연 배우 이병헌이다. 전 세계를 열광시킨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 3(연출 황동혁)으로 공개 하루 만에 93개국에서 1위를 기록했고, 동시에 극장에서는 국수 조훈현을 스크린에 그대로 옮겨둔 것처럼 소름 돋는 연기를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은 영화 승부(감독 김형주)로 200만 관객을 동원했다. 찰스 디킨스 목소리 연기로 참여한 K-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감독 장성호)는 북미 박스오피스 한국영화 1위, 아시아 애니메이션 2위를 기록하며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았다. 소니가 기획한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도 목소리 연기로 참여했는데, 넷플릭스 1위를 차지하며 팬들의 속편 제작 요청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선택한 올해의 배우 여기에 하나 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한국영화의 영광과 위기의 순간마다 중심을 지켜 온 자랑스러운 배우를 집중 조명하는 ‘배우 특별전’을 진행하고 있는데, 올해의 주인공으로 ‘더 마스터, 이병헌’을 선정했다. 신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연기를 ‘겁나게’ 잘하는 이병헌은 마스터가 아니라 몬스터
지난 6월 중순 중국 연변을 통해 백두산에 다녀왔다. 3박 4일 동안 부석림·내두산·황송포·천지·장백폭포·소천지·지하산림·선봉령 등에서 도감에서만 보거나 이름만 들어본 귀하고 예쁜 꽃들을 원 없이 보았다. 6월 중순임에도 아직 천지는 얼음이 다 녹지 않았고, 주변에 눈도 다 녹지 않은 상태였다. 거기서만 볼 수 있는 꽃 먼저 우리나라(남한)에는 없고, 백두산에서만 볼 수 있는 꽃들이다. 이번에 백두산에서 본 식물 중 가장 신선한 것은 린네풀이었다. 린네풀은 현대의 생물 분류법인 이명법을 확립한 스웨덴의 생물학자 칼 폰 린네(1707~1778)가 자신의 이름을 따서 명명한 식물이다. 우리 민족의 용산 백두산에서 이런 이국적인 이름의 식물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이 식물은 린네가 가장 좋아했던 식물이라고 한다. 물론 린네가 살았던 스웨덴에서도 자라는 식물이다. 스칸디나비아반도에서 시베리아를 거쳐 중국·일본·한반도 북부지방까지 북반구 아한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학명이 ‘리네아 보리알리스(Linnaea borealis)’로 속명에도 린네 이름이 들어 있다. 린네풀은 Y자 모양의 줄기 끝에 붉은색 또는 흰색 꽃 2개가 쌍을 이뤄 땅바닥을 보고 피었
다사다난한 교직 첫해를 보낸 뒤, 지독한 진로 고민에 휩싸였다. 한 해가 겨우 저물어 갈 때쯤, 어디로든 떠나야겠다는 강한 충동을 느꼈다. 18L짜리 배낭에 한 달 치 짐을 욱여넣고 훌쩍 떠났다. 경유지 마카오, 다시 비행기를 타고 태국의 방콕, 3등석 기차를 타고 태국-캄보디아 국경을 넘어 씨엠립으로, 12시간 야간 침대 버스를 타고 베트남 호치민으로, 다시 하노이로, 하노이에서 태국 치앙마이로, 태국의 예술가들이 모이는 도시 빠이로, 다시 방콕으로. 총 한 달간 홀로 떠나는 여행을 한 뒤, 나는 나 자신과 대화하는 법을 배웠다. 이번에는 지면 관계상 가장 기억에 남는 국가, 캄보디아의 에피소드를 써보려고 한다. 태국 방콕에서 캄보디아로, 육로로 국경을 넘는 새로운 경험 현지 유심조차 준비하지 않았던, 패기로 똘똘 뭉쳤던 내가 가진 것은 가이드북 하나였다. 가이드북에서 방콕에서 육로로 캄보디아 국경을 넘을 수 있다는 말에 매료된 나는 바로 다음 날,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이 소개해 준 네덜란드 출신 아주머니, 폴란드 출신 청년과 함께 방콕역에서 캄보디아행 3등석 기차에 올라탔다. 3등석 기차답게 열차 바닥과 창틀이 나무로 되어 있었고, 창문에는 유리가 없었
바다에서 찾는 여유 윈슬로 호머(Winslow Homer)의 1869년 작품 해변 풍경은 해변가의 아이들을 묘사한 작품으로, 그는 미국 수채화를 회화적 예술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학교와 아이들을 소재로 한 그림을 많이 그렸던 윈슬로 호머(Winslow Homer, 1836~1910)는 19세기 미국 미술사에서 사실주의에서 모더니즘으로 이행하는 전환기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하나로 평가된다. 호머는 남북전쟁 시기 삽화가로 활동하면서 현장성과 사실성을 기반으로 한 그림을 다수 남겼으며, 이는 미국적 사실주의 미술의 중요한 유산이 되었다. 특히 그는 도시와 산업보다는 농촌·해안·전쟁의 흔적 같은 일상의 심층에 주목함으로써 미국인의 정체성과 민중의 감정을 포착했다. 호머는 전 생애에 걸쳐 아이들과 학교, 그리고 일상적인 어린이의 삶을 주제로 한 작품을 많이 그렸다. 시골 학교 앞에서 소년들이 즐겁게 놀고 있는 모습을 그린 채찍놀이(Snap the Whip)를 비롯하여 교실 수업 장면 속 교사와 학생을 담은 작품들에는 학교생활에 대한 그의 따뜻한 시선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바닷가 파도와 함께하는 아이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 해변 풍경(Beach Scene)은
교사를 위한 학급운영 마인드셋 (트레버 뮤어·존 스펜서 지음, 허성심 번역,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336쪽, 1만 8,000원) 교사들이 학급을 효과적으로 운영하며 안정적인 교직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실용적 지침을 제공한다. 학급 관리와 문제행동 지도, 자율적인 학급을 위한 의례, 교실 공간 구성, 시스템화된 교실 운영 방식 등에 관한 구체적 실무 팁과 다양한 교수법을 담았다. 교사의 번 아웃과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줄이는 감정 관리법, 에너지 분배법 등 ‘자기 돌봄’ 기술도 수록했다. 수업에 바로 써먹는 AI시대 문해력 도구 30 (전보라 지음, 학교도서관저널 펴냄, 280쪽, 2만 1,000원) 생성형 AI에 대한 의존성이 높아지는 학생들을 위한 리터러시 교육법을 소개한다. 실제 수업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들의 AI 문해력을 차근차근 높이며, 미디어 리터러시와 비주얼 리터러시 등으로 확장하는 수업방법을 단계별로 제시했다. 수업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30가지 문해력 도구와 수업 예시를 제공하며, 수업 유의사항과 활동지 양식, 참고 자료를 수록해 교사가 상황에 맞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공부의 재발견 (박주용 지음, 사회평론 펴냄, 264쪽, 1만
불가능한 임무를 척척 해결해 온 IMF(Impossible Mission Force)의 에단 헌트 요원은 다시 한번 인류를 구해야 한다. 이번 빌런은 디지털상 모든 정보를 통제할 수 있는 인공지능 NTT이다! 지난 5월 17일 전 세계 최초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감독 크리스토퍼 맥쿼리)의 설정이다. 조직의 배신자가 빌런이었던 1편에서 시작해 8편에 와서는 인공지능이 빌런이 될 정도로 스토리텔링은 정교해졌고, 액션씬은 더 스펙터클해졌다. 놀라운 사실은 1편이 나온 1996년부터 올해까지 30년을 지나는 시리즈에서 에단 헌트 요원 역은, 12회 내한의 기록을 자랑하는 슈퍼스타이자 한국 관객들에게는 ‘친절한 톰 아저씨’로 불리는 톰 크루즈가 홀로 맡았다는 점이다. 1962년 숀 코너리로 시작해 2021년 대니엘 크레이그로 6명의 각기 다른 제임스 본드를 선보인 007 시리즈와 가장 큰 차별점이다. 톰 크루즈는 1편부터 주연 배우를 맡으면서 제작에도 참여했고, 현재는 기획을 총괄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오롯이 ‘톰 크루즈의, 톰 크루즈에 의한, 톰 크루즈를 위한’ 영화라고 해도 전혀 과하지 않다. 30년 세월의 강을
김지연은 2018년 문학동네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젊은 소설가다. 등단 8년 차지만 문인들이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그의 단편 마음에 없는 소리는 2022년 교보문고가 주관한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 2위에 올랐다. 사석에서 ‘김지연 팬’이라고 고백하는 소설가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문학동네 젊은 작가상을 세 번 받았고 2024년 현대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요즘 젊은 작가의 소설에 관심을 갖는 독자라면 그의 이름이 어느 정도 익숙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음에 없는 소리는 그의 첫 소설집 표제작이다. 작가 고향인 거제로 보이는 해안가 소도시를 배경으로, 할머니가 휴업한 작은 식당을 이어받아 소고기뭇국과 ‘멸추김밥’을 메뉴로 개업하는 35세 여성 이야기다. 고향 또래들은 어느덧 번듯하고 안정적인 삶을 찾아가는데 주인공은 ‘아무것도 안 하지는 않았는데 딱히 무얼 했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처지에 있다. 시에서 지원해 주는 청년 사업의 커트라인에 딱 걸리는 나이 만 35세지만 생일이 보름 정도 지나 지원금도 받지 못한다. 그러나 일단 식당을 개업한다. 고향 좁은 동네엔 서로 십 대에서 이십 대 때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친구들이 많았다. 이 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