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교사들에게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 (조벽 지음, 해냄출판사 펴냄, 328쪽, 1만9,000원) 교육 멘토 조벽 교수가 이 시대의 교사들에게 전하고 싶은 지혜를 담았다. 그는 우리 교육이 총체적인 위기에 놓여 있음에 통감하면서도 우리가 원하는 미래로 나아갈 희망은 아직 남아 있다고 강조한다. 그 믿음의 바탕은 세계적 수준의 역량을 갖춘 우리나라 교사들의 역량이다. 저자는 교사들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전하며, 새로운 교육을 위한 통찰을 크게 세 가지로 전한다. 역사가 묻고 미생물이 답하다 (고관수 지음, 지상의책 펴냄, 264쪽, 1만8,500원) 공생하고 공격하며 공진화해 온 인류와 미생물 이야기. 평소에는 존재감이 크지 않던 미생물이 역사적 맥락과 맞았을 때 걷잡을 수 없는 영향력을 발휘하는 모습이 펼쳐진다. 호모사피엔스의 진화에 이바지한 효모를 시작으로, ‘콜럼버스의 교환’, ‘산업혁명’, ‘세계대전’ 등 역사의 결정적 순간에 암약한 미생물의 이야기를 연대순으로 구성했다. 후반부에는 인류를 괴롭혀 온 세균을 역으로 이용해서 질병을 치료하려는 여러 연구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졸 틈 없는 수학책 (송명진 지음, 블랙피쉬 펴냄, 352쪽, 1만8,5
사회와 직장에서는 기성세대와 MZ세대 간 갈등이 이슈지만, 학교에서는 오래전부터 교사와 학생 간 갈등이 있어왔다. 개발도상국에서 성장한 교사와 선진국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도통 서로를 이해하기가 힘들다.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로 불리는 이 아이들을 이해하기 위해 오늘도 전국 각지 학교의 교사들은 머리를 싸맨다. 2024년 가을, 교사들이 학생들과 함께 보고, 토론할 만한 영화 3편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한 편은 이미 개봉해 관객들의 입소문을 모으며 장기 상영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 중산층 가족의 섬뜩한 모습을 보여주는 보통의 가족(감독 허진호)이다. 또 다른 한 편은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유서가 발견된 홍콩의 한 고등학교 교실에서 일어난 일을 다룬 홍콩 영화 연소일기(감독 탁역겸)이고, 마지막 한 편은 난임 교사의 학급에서 한 여학생이 임신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스크린에 담은 최소한의 선의(감독 김정현)이다. 좋은 영화는 영화가 끝난 뒤 이야깃거리가 풍성한 영화다. 새교육 11월호 ‘시네마 톡톡톡’에서 소개하는 세 편의 영화는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이, 극장을 나서면서부터 머릿속에 생각할 거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겨난다. 영
히드라와 원팀이 되어 헤라클레스에 대항한 거대한 괴물게 게자리는 프톨레마이오스의 48개 별자리에 속했고, 현대 천문학에서 정립한 88개 별자리에도 포함된다. 황도 12궁의 넷째 자리로 거해궁이라고도 하며, 늦겨울 남쪽 하늘에서 볼 수 있다. 황도 12궁 별자리들은 대부분 밝은 별들을 갖고 있지만, 네 번째 별자리인 게자리와 열두 번째 물고기자리는 어두운 별들로만 구성돼 있다. 특히 게자리는 밝고 화려한 별들이 많은 겨울 별자리 속에 있어 더욱 초라하게 빛난다. 가장 밝은 별이 4등성으로 황도 12궁 중에서 제일 어둡기 때문에 동서양 문화권 모두 불길한 별자리로 취급했다. 동양에서는 무덤이라는 뜻의 ‘귀수’ 혹은 상여라는 의미의 ‘여귀’라고 일컬었으며, 서양에서는 ‘암’을 뜻하는 ‘캔서(Cancer)’라고 부른다. 암세포가 게 다리같이 생긴 것에서 유래한 명칭이다. 고대 바빌로니아 점성술에서 게자리는 지하세계의 입구를 상징하여 불행과 어둠의 동의어로 불리기도 했다. 게자리는 바다뱀자리인 히드라 옆에 있는데, 이는 그리스신화에서 게가 히드라의 은신처 옆 지하세상의 문을 지키는 것과도 일치한다. 게자리는 어둡고 음침한 별자리지만, 밤하늘에서 아주 유명한 프레세
이번 호에서는 지구에서 살고 있는 동물의 신비하고 과학적인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이번 호의 주인공은 장수의 아이콘이자 ‘토끼’와의 달리기 경주에서 이긴 ‘묵묵함’의 대명사인 거북이입니다. 100년, 아니 400년까지도 살기 때문에 집에서 키우려면 손주에게까지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죠. 3대에 걸쳐 키운다는 거북이와 관련된 과학이야기를 들어볼까요? Q1. 거북이는 왜 등껍데기가 있나요? 소라게처럼 알몸으로 태어나서 등껍데기로 쏙 들어가는 거예요? 아닙니다. 거북의 트레이드마크인 등껍데기는 피부가 변형돼 만들어진 다른 동물들과는 아예 격이 다릅니다. 놀랍게도 거북이 등껍데기는 뼈가 변형된 것이랍니다. 척추뼈를 중심으로 양 갈래로 뼈들이 생장하면서 몸 전체를 덮고, 피부밑 조직과 결합해 통처럼 변하면서 껍데기가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죽은 거북의 등껍데기 내부를 보면 척추를 관찰할 수 있답니다. 거북의 껍데기는 등에만 있지 않습니다. 일명 ‘배딱지’라고 불리는 ‘복갑’은 가슴 쪽 갈비뼈가 확장되면서 마치 등껍데기처럼 변한 후, 결국 등껍데기와 배껍질이 양쪽 끝에서 서로 만나서 융합되면서 만들어지고, 마침내 진정한 갑옷으로 거듭납니다. 그래서 ‘슈퍼
아시아와 유럽 그리고 아프리카까지 그 영향력을 뻗었던 나라 오스만 튀르크. 대제국의 수도였던 이스탄불에는 기독교와 이슬람이 오랜 시간 뒤엉킨 흔적이 남아있다. 고대 로마의 유적도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동서양의 문명이 만나는 곳 튀르키예. 특히 실크로드 상인들이 반드시 거쳐야 했던 도시였던 이스탄불은 동서양 문물 교류의 중심점이었다. 고대 히타이트부터 시작해 프리지아·우라티아·리디아와 로마문명·기독교·이슬람문명이 녹아든 곳이 바로 튀르키예이다. 그래서일까, 영국의 역사학자 토인비는 튀르키예를 두고 ‘인류 문명의 살아 있는 옥외박물관’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동서양 문명의 교차로, 이스탄불 이스탄불의 시작은 기원전 7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스 통치자 비자스는 오랜 기도 끝에 ‘눈먼 땅에 새 도시를 건설하라’는 델피 신전의 신탁을 받는다. 이 의미를 깨닫기 위해 고심하던 비자스는 보스포루스 해안 맞은편 언덕과 마주친 순간 무릎을 치게 된다. 그곳에는 보스포루스·마르마라해·에게해, 이 세 바다가 만나는 천혜의 요새에다 세상의 절경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그 누구도 눈이 멀어 미처 보지 못했던 언덕에 비자스의 도시 비잔티움이 태어났다. 이것이 바로
2024년 10월 10일 저녁 8시경 인터넷 포털 사이트와 SNS에는 같은 뉴스가 도배되기 시작했다. 소리 없는 파문은 순식간 일렁이며 크게 퍼졌다. 늦은 저녁 시작된 고요한 소란이 다음 날, 그리고 다음 날도 이어졌다. 모두가 상상조차 하지 못한 대단한 소식에 놀랐다. 한국 작가가 후보에 올랐다고 해도 크게 관심을 두지 않던 세태에서 김대중 대통령에 이은 두 번째 노벨상 수상자이자,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온 것이다. 문화예술 예산을 삭감하고, 도서관 지원금을 대폭 줄이고, 불온서적과 블랙리스트 목록을 만드는 시국에 반갑고도 감동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이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기를 빈다.” 2021년, 기다림 끝에 나온 작별하지 않는다에서 밝힌 한강 작가의 말이다. 이 책으로 또, 그 이전의 책들로 작가는 2024년 노벨문학상을 받게 되었다. 인용한 작가의 말을 다시 들여다보면 읽는 이들을 향한 당부처럼 들린다.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로 여겨달라고 한다. 한 작품만이 아닌 모든 작품을 향한 말이면서 대중들에게 기대는 말이기도 하다. #01 _ 아프지만 읽게 되는 힘이 문장에 있다 한강의 소설은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누군가는 읽기
“10월의 긴 휴일이 충전의 시간이 되려면” 우리에 갇힌 짐승은 정형행동(stereotypic behavior)에 빠지곤 한다. 너무 스트레스를 받은 나머지 무의미한 동작을 거듭한다는 뜻이다. 고개를 흔들거나, 짧은 거리를 끝없이 왔다 갔다 하는 식이다. 선생님들도 다르지 않다. 교사의 하루는 일과에 얽매어있다. 수업과 업무로 촘촘하게 짜인 시간표를 벗어나기는 어렵다. 결강과 결근은 학생과 동료들에게 바로 피해를 주는 탓이다. 그래서인지 선생님들에게도 정형행동 비슷한 모습이 나타나곤 한다. 공강시간, 하릴없이 스마트폰을 습관적으로 뒤적이거나, 할 일은 산더미인데 고민에 짓눌려 무의미하게 인터넷 서핑에 빠져 있는 시간을 떠올려 보라. 이 점에서 10월의 긴 연휴는 반갑다. 갇힌 일상에서 벗어날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한결 숨통이 트인다. 하지만 교사의 마음은 휴일에도 여전히 학교를 벗어나지 못한다. 힘겨운 학생과의 줄다리기, 동료와의 갈등이 머릿속에 계속 떠오를 테다. 다시 학교로 돌아가면 버거운 상황과 다시 마주해야 하는 까닭이다. 그래서 고민을 감싸안은 채 휴식 같지 않은 휴식으로 안절부절못하며 연휴를 보내기 일쑤다. 학교에 복귀할 즈음에도 피로와 무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