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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학교 교육이 ‘무신불립(無信不立)’의 자세를 견지하려면

일찍이 인류의 고전 『논어』에서는 무신분립(無信不立)의 교훈을 전한다. 이는 곧 ‘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는 가르침이다. 원래 정치나 개인의 관계에서 믿음과 의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공자의 사상이었다. 하지만 신뢰는 현대에 와서도 굳건한 ‘사회적 자본’의 역할을 하면서 그 중요성이 증대하고 있다. 이는 학교 교육에서도 강력한 주춧돌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전국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한 ‘교육여론조사 2013’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초·중·고를 전반적으로 평가하니 100점 만점에 49.8점(5점 만점에 2.90점)을 얻어 낙제에 해당하는 점수였다. 가장 최근에도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수업에선 고등학생들의 55.9%가 원격수업에 불만을 드러내고 차라리 없는 게 낫다고 비난했다. 학교가 이렇게 신뢰를 잃어 무능하고 무성의한 것으로 인식이 된다면 그야말로 교육이 설 자리가 없는 것 아닌가? 이는 우리 교육이 '빛 좋은 개살구'란 증거다.

 

우리 교육의 현실을 정확히 보자. 부모는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만 실상은 학교교육을 신뢰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교육비는 2021년 21조4000억 원을 넘어섰고 2022년엔 26조 원을 지출했다. 이미 사교육 공화국이라 오명을 뒤집어쓰고 사교육 망국론이 나온 지 한두 해가 아니다. 학교 교육을 신뢰하지 않는 국민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빚을 내어 자녀를 학원과 과외에 의존한다. 최근 어느 중학생은 월 100만 원의 학원비 지출에도 200만 원을 쓴다는 친구의 예를 들면서 “우리 집은 왜 이렇게 거지 같이 가난하냐?”고 불평했다고 하니 이런 가정파괴의 비극도 없다. 그러니 오붓한 가정의 행복은 먼 나라 이야기다. 그렇다면 진정으로 우리 국민이 원하는 학교 교육은 어떤 모습일까?

 

국민이 원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단순하다. 그것은 학교 교육이 추구해야 할 당연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바로 수업과 인성교육 강화, 학교폭력 예방 등이 그것이다. 이는 우리의 학교 교육이 가장 신뢰를 잃은 부분이기도 하다. 특히 수업의 혁신은 교육개혁의 출발점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학교 교육은 뼈를 깎는 자세로 혁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수업내용과 방법의 획기적인 개선이다. 일찍이 앨빈 토플러는 “한국의 학생들은 하루 15시간 동안 학교와 학원에서 미래에 필요하지 않은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우리의 학교 교육이 쓸모없는 지식인 것은 학교와 사회가 유리되고 학습과 삶이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실례로 고기 잡는 방법을 알려주기보다는 직접 잡아 친절하게 입에 넣어주는 주입식 교육으로 이런 교육에 길들여진 학생들은 자신의 인생조차도 남에게 기생하며 사는 인간으로 변모하게 된다. 학교는 스스로 학습하는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길러주어야 할 책임이 있다.

 

둘째, 인성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오늘날 청소년들의 역주행 가치관은 심각하다. 어느 조사에서 “10억이 생긴다면 1년간 감옥 생활도 감수하겠다”고 말하는 학생들이 초12%, 중28%, 고44%로 나타났다. 한때 코로나19 위기에도 “코로나 따위는 개나 줘라”하고 오만과 객기를 부리기도 했으며, 세계보건기구(WHO)의 “젊은이, 코로나19에 천하무적 아니다”는 경고에도 소귀에 경읽기였다. 이처럼 청소년의 공동체의식 부재는 학교와 가정에서의 인성교육의 결여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오랜 경쟁 교육에서 연유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셋째, 학교폭력을 근본적으로 예방해야 한다. 날로 다양해지고 심화되는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처벌보다는 회복적 생활지도에 집중하여 ‘관계회복’으로 강화되어야 한다. 결국 학교가 주도하고 교육공동체가 함께 참여하여 배전의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나서야 한다”고 하지 않는가. 문제는 현 정부가 법적 규제로 처벌주의를 강화하는 것이 곧 ‘사법 만능주의’가 되어 일시적으로는 예방이 가능할지 몰라도 결국 소송과 갈등을 불러일으켜 우리 교육을 더욱 혼란케 할 수 있다는 우려를 금하기 어렵다.

 

공교육 기관인 학교는 무엇보다 신뢰가 앞서야 한다. 좋은 학교는 학생들에게 꿈과 행복을, 학부모들에게는 믿음과 만족을, 교직원들에게 보람과 긍지를 심어준다. 공교육 살리기는 국가 차원의 교육시스템의 혁신과 학교 차원의 다양하고 적극적인 노력으로 지금보다 훨씬 나은 교육을 실행하여 학생, 학부모, 교사의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학생과 학부모들이 기대하는 건 열악한 현실 속에서도 교육의 질을 지켜내는 교사와 학교의 지혜와 열정, 땀방울이다. 이것이 '무신불립'의 자세로 이어져 신뢰받는 교사, 학교가 되는 비결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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