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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뷰] 개와 고양이의 과학

이번 호는 반려동물의 과학이야기를 준비해 봤어요. 반려동물 하면 가장 대표적으로 고양이와 강아지가 떠오르잖아요? 그래서 이번 호는 강아지와 고양이에 대한 과학이야기입니다.

 

Q1. 강아지 하면 주인을 향한 무한 충성심과 사랑 아니겠습니까? 다른 동물과 다르게 강아지가 사교성이 뛰어난 이유를 과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을까요?


강아지는 어떤 동물보다도 사람을 잘 따르고, 애교도 많고, 사교성도 좋죠! 그래서 최근 국제 연구팀이 개와 가장 가까운 종인 늑대 유전자를 비교하는 실험을 해보았습니다. 거의 모든 유전자가 같았는데, 개의 몇 개 유전자에서 돌연변이가 생겼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GTF2I’라는 유전자입니다. 이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사교성이 엄청나게 증가하는데, 개의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겨났고, 그 결과 어떤 동물보다 애교 많고, 사교성 좋은 동물이 된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주장하고 있는 거죠. 


인간에게도 ‘GTF2I’ 유전자와 비슷한 유전자가 있을까요? 네, 있습니다. 그럼 ‘GTF2I’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는 사람도 있을까요? 궁금증을 참지 못한 연구진이 찾아본 결과, 이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긴 사람은 독특한 증후군을 겪는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바로 ‘윌리엄 보이렌 증후군’입니다. 타인에게 과도한 신뢰감·다정함·사회성을 보인다고 하네요. 정말 신기하죠? 아무튼 결론은 ‘개의 뛰어난 사교성은 한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한 결과’라고 볼 수 있어요.

 

Q2. 그럼 고양이가 강아지보다 도도한 이유도 과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나요? 어떤 차이 때문에 고양이는 도도한 거죠?


여러분들은 사랑을 수치로 측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일부 과학자들은 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옥시토신’을 활용하면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요. 옥시토신은 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의 일종으로 사랑·부부애·모성본능을 촉진하는 것으로 밝혀져 ‘사랑의 호르몬’으로 불립니다. 그냥 설레게 해주는 ‘콩깍지 호르몬’이 아니라 진짜 유대감을 형성해 주는 ‘찐 사랑’ 호르몬이라고 볼 수 있죠. 실제로 부부사이가 돈독하고, 노년까지 사랑이 넘치는 부부는 옥시토신 농도가 높습니다. 


과학자들은 여기에 착안해 동물에게도 이러한 호르몬이 작용하고, 동물마다 농도는 어떨까 궁금했어요. 그래서 옥시토신을 활용해 개와 고양이를 주제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10마리의 개와 주인, 10마리의 고양이와 주인을 10분 동안 같이 놀게 한 다음 그 전과 후의 타액을 채취해 옥시토신 수치를 비교했습니다. 놀랍게도 개는 옥시토신 수치가 57.2% 증가했으나, 고양이는 12% 늘어나는 데 그쳤다고 합니다. 유대감을 느끼는 호르몬 차이가 거의 5배인 셈이죠. 


실제로 강아지와 고양이의 차이를 설명하는 기가 막힌 문장이 있죠. 강아지는 ‘오! 여기 앞에 있는 사람이 나에게 밥도 주고 안식처도 제공해 주고…, 놀아주기까지…. 이 사람은…, 신인가 봐!’ 그런데 고양이는 같은 상황에서 이렇게 생각한다고 해요. ‘오! 여기 앞에 있는 사람이 나에게 밥도 주고 안식처도 제공해 주고…, 놀아주기까지…. 나는…, 신인가 봐!’


옥시토신은 사람에게도 분비되고, 굉장히 긍정적인 효과를 미친다고 합니다. 특히 배우자·자녀와 함께 할 때 옥시토신 수치가 40~60% 상승합니다. 지금 당장 옥시토신을 분비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표현 많이 하기, 스킨십 자주 하기입니다. 지금 당장 가족·연인에게 사랑한다고 표현해 보세요. 즉각적으로 옥시토신이 분비될 것입니다.  
Q3. 반려견을 키우다 보면, 얘가 가끔 뭔가 원하는 눈빛을 할 때가 있습니다. 잘못한 게 있으면 눈을 못 쳐다보고 다른 곳을 쳐다보는 등 눈치 보는 행동을 할 때도 있고요. 이것도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건가요? 


개는 사람과 소통하는 능력이 침팬지보다 더 뛰어나다고 합니다. 대부분 동물은 사람이 손가락으로 뭔가를 가리키면 손가락 끝을 보는데, 강아지는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본다고 해요. 뿐만 아니라 사람이 눈동자를 굴려서 다른 곳을 보면 강아지는 그걸 캐치해서 그 눈동자가 바라보는 대상에 주목합니다. 이런 소통의 핵심은 바로 ‘눈 맞춤’입니다. 


개는 가장 가까운 종인 늑대와는 달리 자기 힘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와 맞닥뜨리면 주인의 눈을 바라보면서 협력을 통해 해결하려고 합니다. 과학자들은 개의 이런 표정은 ‘3만 3천 년 동안의 가축화 과정에서 사람의 선택으로 진화한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죠. 또한 연구자들은 개의 얼굴에 늑대에게 없는 특별한 근육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AU101’이라는 이름의 이 근육은 얼굴 안쪽 눈썹을 들어 올리는 역할을 해요. 연구자들은 “이 근육을 들어 올리면 눈이 더 크게 드러나고, 사람이 짓는 슬픈 표정과 비슷한 모습이 되면, 사람의 돌봄 반응을 유도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눈동자를 굴리는 데 일조하는 근육을 얻게 된 개는 더욱더 사람들과 유대관계가 깊어져서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졌죠. 결국 개는 눈동자를 자유자재로 굴릴 수 있게 되었으며, 사람의 눈동자도 나름대로 해석할 수 있게 진화가 된 것이죠. 

 

Q4. 고양이는 플라스틱 통이든 상자든 그 모양대로 몸을 집어넣잖아요. 어떻게 이렇게 유연하고 모양이 잘 바뀌나요?


고양이의 유연함 덕분에 ‘고양이 액체설’까지 나왔는데 들어보셨나요? 2017년 이그노벨상을 수상한 <고양이 유변학>이라는 논문에서 고양이 액체설을 언급했어요. 보통 고양이 액체설을 언급할 때는 고양이의 유연성에 초점이 맞춰졌으나, 이 연구는 고양이 대신 액체의 특성에 중점을 두고 과연 고양이도 이러한 액체의 특성과 얼마나 유사한지를 분석했죠. 해당 논문에서는 데버러 수(Deborah number)1의 특성을 이용했는데, 데버러 수가 1보다 크면 고체, 1보다 작으면 액체와 같은 성질을 띤다고 해요. 


고양이는 평소 걸어 다닐 때는 데버러 수가 1보다 높아서 고체의 특성을 유지하지만, 특정 공간에 들어가면 데버러 수가 1보다 작아져서 액체처럼 된다고 합니다. 고양이가 자기가 원할 때 액체의 특성을 가질 수 있게 된 이유는 바로 고양이의 몸 구조 덕분입니다. 고양이가 연체동물처럼 움직일 수 있는 건 척추뼈가 더 많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척추뼈가 33개지만, 고양이는 무려 53개에 달합니다.

 

또한 사람은 쇄골뼈가 다른 뼈들과 연결되어 있어 움직임이 제한적이지만, 고양이의 쇄골뼈는 뼈가 아닌 인대에 붙어 있어서 더 유연하고요. 뿐만 아니라 뼈와 뼈 사이 완충작용을 하는 인대가 강아지나 사람보다 훨씬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고양이는 액체처럼 유연하고, 이런 유연성 덕분에 어떤 자세로, 아무리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항상 착지 직전에 ‘머리는 하늘 위로, 다리는 땅을 향하는’, 즉 정위반사(正位反射)로 가장 안정적인 자세를 취해서 생존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Q5. 강아지 혓바닥은 부드러운 반면 고양이 혓바닥은 까끌까끌한데, 왜 그런 걸까요?


고양이 혀를 연구한 논문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PNAS>2 논문지에도 실렸답니다. 고양이 혓바닥을 현미경으로 확대해서 보면 유두라는 돌기가 290개나 있습니다. 높이도 2.3mm로 굉장히 높은 편입니다. 


고양이 혀는 일종의 ‘뛰어난 성능을 가진 빗’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고양이 혓바닥에 있는 유두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돌기 안에 침이 고여 있고, 고양이가 털을 핥으면 돌기의 침이 털로 옮겨갑니다. 고양이 침에는 각종 소화효소가 들어있어 털에 묻어있는 미세한 부스러기를 분해해 없애고, 털의 기름짐과 떡짐을 잘 풀어준다고 해요.

 

즉, 고양이 혓바닥은 빗 역할을 하는 것과 동시에 그 돌기 안쪽에 고여 있는 침은 분무기처럼 털을 핥는 순간 털 속으로 스며들어서 떡진 털을 풀어주는 1석2조의 역할을 한답니다. 이러한 구조는 고양이뿐만 아니라 고양잇과 동물, 즉 호랑이·사자·퓨마·치타·표범·삵 등도 모두 동일하며, 모두 같은 목적으로 이런 까슬까슬한 빗 역할을 하는 가시를 혓바닥에 가지게 되었다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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