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지리학회(회장 이정록)가 국토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산맥 개념 재정립 연구는 비학문적인 것이라는 주장을 내놔 산맥 체계에 대한 논쟁이 심화될 전망이다.
17일 지리학회는 “국토연구원의 산맥 체계 재정립 연구는 지리학의 학문적 논의와 배경을 갖추지 못한 비전문가에 의해 수행됐다”며 “국토연구원은 산맥과 분수계(分水界)의 개념을 혼돈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리학회는 “분수계는 유역 분지를 구분하는 능선을 따라 선으로 표현되지만, 산맥은 여러 개의 산줄기가 같은 방향으로 달리는, 넓은 폭을 가진 연맥(連脈)의 개념으로 이해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리학회는 "백두대간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는 `산경표(山經表)'는 19세기 초 신경준이 우리나라의 산줄기를 분수계의 연결에 따라 족보식으로 서술한 것이며, 이는 지반운동에 의해 만들어진 산맥과는 전혀 다르다"고 덧붙였다.
또 지리학회는 "산맥이 하천에 의해 끊어져서는 안 된다는 논리 역시 자연지리학, 나아가 지형학적 상식에 어긋난다"며 "로키산맥, 안데스산맥, 히말라야산맥, 우랄산맥 등 세계적인 산맥 역시 하천에 의해 끊어져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그것을 `산맥'이라 부른다"고 설명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국토연구원의 연구결과와 같이 분수계의 근거해 산맥을 구분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지리학회는 "국토연구원의 연구에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산경표나 대동여지도보다 `더 복잡한 방법으로, 더 정확하게' 분수계를 표시하고자 했다는 점일 뿐"이라며 “언론매체를 동원해 진행되고 있는 선동에 가까운 산맥체계 재정립 주장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록 회장은 "연구성과가 공인되려면 관련 전문가들의 검증을 받아야 하는데, 국토연구원은 몇 사람의 연구 프로젝트를 이런 절차도 거치지 않고 사실인 것처럼 언론에 흘리고 있다"며 "국토연구원은 언론플레이에 앞서 지리학과 지리교육계 전문가들과 공개토론회를 개최할 것을 제의한다"고 밝혔다.
한편 국토연구원은 최근 위성영상과 지리정보시스템(GIS) 공간분석 등을 활용한 실측자료를 토대로 한반도 지형을 3차원으로 재현한 산맥지도를 완성했으며, 이 지도가 백두산에서 금강산, 설악산, 속리산을 거쳐 지리산에 이르는 총연장 1천494.3㎞의 백두대간이 끊기지 않고 연결돼 있으며, 140여 년 전 제작된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와 거의 일치했다고 밝힌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