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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시네마편지> 말아톤

마라톤이 아니라 ‘말아톤’입니다


“현실에서 멀어지고 자기의 내면세계에 틀어박히는 정신질환. 자기가 틀어박히는 세계가 더 현실적인 세계로 느껴지며, 현실의 세계는 꿈의 세계와 같이 보이고 믿을 것이 못 되는 것처럼 느껴져서 전도된 세계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스무살 초원(조승우)은 자폐증을 가졌다. 얼룩말무늬와 초코파이와 동물의 왕국에 집착하는 아들에게 엄마(김미숙)는 매일 달리기 연습을 시킨다. 달리는 순간만큼은 아들이 자유롭고 행복해 보이기 때문에.

마라톤 풀코스를 3시간 안에 완주하는 ‘서브쓰리’라는 새 목표가 생긴 엄마는 전직 유명 마라토너가 초원의 특수학교 코치로 오자 개인지도를 부탁한다. 그러나 20년간 지켜온 엄마의 양육과 코치의 훈련방식이 불협화음을 일으키면서 엄마는 ‘하나’하면 하나밖에 모르는 아들에게 힘든 마라톤을 시켜온 것이 자신의 욕심이 아닌가 두려워진다.

TV 휴먼다큐멘터리에도 등장했던 자폐 청년의 실화를 풀어낸 영화는 거창한 ‘인간승리’나 기막힌 반전 없이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장애인을 대할 때 빠지기 쉬운 함정은 동정 아니면 배척이라는 두 가지 모순된 입장이다. “정상인도 힘든 일을 어떻게 시켜요?”와 “이런 애를 왜 데리고 나와요?”라는.

가야할 길은 여전히 험난하다. 차라리 심장이 터질 만큼 달리는 것이 쉬운 일일지 모른다. 그래도, 그래도 교과서 같은 희망을 가져본다. 길가에 늘어선 사람들이 초원을 향해 내민 아무 편견 없는 손이 그를 자신만의 세계에서 나오게 할 수 있다고 말이다.

초원이 달린 42.195㎞는 마라톤이 아니라 ‘말아톤’이었다. 편견이라는 결승점을 끊기 위해 그는 달리고 달리고 또 달린다.

‘말아톤’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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