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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수능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궁극적 해결책은?

오늘날 우리가 외치는 교육혁신, 교육개혁은 무엇을 목표로 하는 것인가? 한마디로 말해 유통기한이 지난 교육을 과감하게 버리자는 것과 다름이 아니다. 지난 산업화 시대에 우리는 ‘한강의 기적’이란 국가발전을 이루었다. 그 최고의 선봉은 뭐니 뭐니 해도 ‘우골탑’ 신화와 같은 국민의 열정에 바탕을 둔 교육이라 할 것이다.

 

문제는 그렇게 성공적인 교육을 해왔기에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자만과 오만에 빠졌다는 것이다. 이는 과거의 교육이 앞으로도 유한하리라는 맹신으로 이어지고 변화하는 세상의 흐름에 눈과 귀를 막는 어리석음이다. 그래서 국내외의 지식인, 전문가, 학자들이 나서 이제 대한민국의 교육은 디지털 대문명 사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합당한 창의적인 교육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해 오고 있다. 그 선봉에 바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존재한다.

 

서두에서 밝힌 것처럼 대한민국 성공의 일등공신은 우수한 교육시스템이었다. 그렇게 수십 년을 사용한 확실한 성공방식을 버리기는 쉽지 않다. 왜냐면 성공의 유통기한이 지났어도 다른 방식을 적용한들 다시 성공하리란 보장이 없어 선뜻 나서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 국가교육위원회는 뒷북을 치듯이 교육개혁을 내세워 수능의 다양한 정책을 숙의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정책이 현장 교사, 학부모들의 의견수렴이 없는 일방적인 Top-Down 방식이고, 중구난방이며 ‘아니면 말고’ 식으로 정권의 실적을 내세우는 듯한 느낌이 강하다. 또한 초⋅중⋅고⋅대학 간의 연계성이 부족해 흐름이 끊기고 중단되기도 한다. 한마디로 탁상공론의 현존이다.

 

수능의 원래 취지는 고도의 사고력과 문제해결능력을 측정하는 것으로 출발했으나 이제는 익숙한 유형에 빠르게 기계적, 수동적으로 적응하도록 훈련하는 반복교육과 이를 부추기는 사교육이 없이는 불가능한 것으로 전락했다. 이것이 최근 문제시된 킬러 문항의 등장 이유이고 이는 ‘수능 해킹’이 가능하다는 면밀한 분석에 따른 것이다. 문제는 우리의 고등학교가 5지 선다형의 문제풀이 교육만이 수없이 반복되고 정작 가장 중요한 질문이 없는 수업, 독서에 기초한 토의⋅토론이 결여된 체 교사의 일방적 주입식 교육만이 압도적이라는 것이다.

 

잠시 우리의 교실 안을 보자. 학원에서 수능을 위해 선행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잠자기에 바쁘고 또 학원 숙제하느라 수업에 집중하지도 않는다. 이런 결과는 기형적인 공부머리만을 길러 정작 ‘삶의 힘’을 키우는 살아있는 교육과는 무관하다. 최근 각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한 수능의 고득점자들은 고교시절을 회상하면서 “하루하루가 전쟁터와 같았으며, 문제풀이 스킬을 배워 익숙하게, 빠른 시간 내에 푸는 기계적인 인간이 되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우리는 이런 수능을 언제까지 되풀이 할 것인가?

 

2025학년도 대학입학을 위한 수능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약과 마약의 차이에서 보듯이 적당하면 약이고 지나치면 독이 된다. 약이 유통기한이 지나면 독이 되듯이 현재의 수능은 N수생 양산처럼 지나치게 과열되고 유효기간도 지났다. 입시는 산업화의 원동력이었지만 창의성 시대에는 오히려 걸림돌이다. 창의력은 모험심과 호기심으로 가득차고 실수와 실패를 거듭해 길러진다. 우리의 수능은 이런 창의력을 기르기 보다는 잘 보려는 강렬한 욕구와 준비에 많은 시간과 돈을 소비하며 그 과정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불안과 우울증, 자살률을 기록하는 괴물로 전락했다.

 

현재 아무리 좋다고 하는 각종 교육개혁도 수능시험과 관련성이 떨어지면 불안해지고 결국 호응을 얻지 못한다. 그러니 수능과 같은 입시야말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심각한 사회적, 교육적 ‘중독’의 주범이다. 세상과의 단절을 부추기고 온종일 고독하게 홀로 공부하게 만들고 한 번의 실수로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을 외치게 하는 수능은 유효 기간이 지났고, 현재 세계 교육의 트렌드와도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이제 우리 사회는 수능의 중독에서 벗어나야, 킬러 문항을 위해 울며 겨자 먹기를 강요하는 사교육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것이 참담한 현재의 공교육 회복의 길이고 청소년의 마음건강과 회복탄력성을 기르는 길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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