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발령받은 학교에서 방송 업무를 맡았다. 모든 교사가 공개 수업을 하던 때였고, 그 모습을 촬영하는 일도 업무 중 하나였다. 선배 교사들의 수업을 참관할 좋은 기회였다. 40학급이 넘는 큰 학교에서 모든 교사의 수업을 관찰했고, 수업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교사의 말이 학생들에게 잘 전달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었어요. 어떤 목소리와 빠르기, 크기로 말하느냐에 따라, 또 어떤 단어를 쓰느냐에 따라 수업 분위기가 달라졌거든요. 말, 특히 교사의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죠.”
홍영주 경기 성남서초 교사는 실제로 말이 어떤 형태로 전달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펼쳐지는 상황을 교실에서 마주했다. 긴 시간, 아이들에게 어떤 말을, 어떻게 들려줘야 할까, 고민하고 실천한 이유다.
최근 홍 교사는 그간의 노력과 시행착오, 깨달음을 에세이 <오늘도 너를 응원해>에 담아냈다. ‘다정한 말의 힘’이 교실을, 학생들을, 그리고 교사 자신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생생하게 전한다.
한 심리학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는 하루에 자기 자신과 적게는 1만2000 개에서, 많게는 5만 개까지 대화하는데, 대화 대부분이 걱정 가득한 부정적인 내용이었다. 홍 교사는 “어릴 때부터 시작한 자기 대화는 성장 배경과 주변 환경, 경험에 영향을 받는다”면서 “이 시기에 교사가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너 메시지를 전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의 마음은 질문으로 가득 차 있다고 해요. ‘나는 누구지?’ ‘어떤 사람이지?’ 같은 정체성에 관한 질문이요. 이때 ‘너는 긍정적인 아이야’ ‘너는 이해력이 좋아’ ‘너는 건강해’ 같은 긍정적인 메시지를 들려주면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무의식 속에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만약 이런 말을 해주는 사람이 주변에 없다면 어떨까? 홍 교사는 “힘든 상황에 놓였을 때 잠재돼 있던 자기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 때문에 좌절하거나 이겨내기 어려워진다”며 “교사의 말이 중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긍정적인 너 메시지는 무조건적인 칭찬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아이들은 눈치가 빠르다고 했다. 어떤 마음과 의도로 하는 말인지 누구보다 빨리 알아챈다는 것이다. 핵심은 존재, 그 자체를 긍정하는 데 있다. ‘네가 우리 반 학생이라서 감사해’ ‘선생님은 너를 참 좋아해’ ‘우리가 함께해서 행복하다’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는 “‘열심히 노력해서 시험 결과가 잘 나왔구나’처럼 과정을 칭찬하는 것도 좋지만, 노력하지 않아도, 실수를 해도 선생님은 너를 믿는다는 걸 느끼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비언어적인 태도나 행동도 중요하다. 아이들을 향한 교사의 시선을 말한다. ‘눈 맞춤’이다. 홍 교사는 “말을 하지 않아도 선생님이 어떤 마음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지 아이들을 잘 안다”면서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말의 시작”이라고 귀띔했다.
문제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는 ‘리프레이밍’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현상에 대한 관점을 바꾸는 것이다. 교사가 보기에는 문제 행동이지만, 아이들의 행동에는 긍정적인 의도가 숨어있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갈등과 다툼이 있을 땐 다섯 단계를 거쳐 해결했다. 사실을 확인하고 숨은 긍정 의도를 찾고, 긍정 의도를 확인, 이해시키고, 긍정적인 의도를 충족하는 건강한 말과 행동을 찾아 실천하도록 격려하는 것이다. 그는 “잘못된 행동을 무작정 지적하는 건 오히려 그 행동을 강화하는 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교실을 다정한 말로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그에게도 힘든 시기가 있었다. 학생, 학부모의 폭언, 욕설을 견디다 못해 잠시 학교를 떠나야 했던 기억은 지금도 상처로 남아있다. 그는 “약해진 체력부터 회복하고 책을 읽었다”고 했다. 책을 통해 여러 사람의 경험을 간접 체험하고 나니, 나를 힘들게 한 학생, 학부모도 상처와 아픔이 쌓여 그랬던 게 아닐까, 이해하게 됐다고.
“‘나를 사랑하라’는 시를 만났어요. 그리고 깨달았죠.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은 나 자신이고, 나를 가장 사랑해 줄 사람도 나라는 사실을요. 매일 일기를 쓰면서 스스로 너 메시지를 전합니다. ‘영주야, 오늘도 수고했고, 잘했어.’ 선생님들께도 말씀드리고 싶어요. 너무 애쓰고 있다고, 잘하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