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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인성교육, 자기 내면 성찰하는 데서 시작해야

이덕주 전인교육학회 회장

16년간 인성교육 힘쓴 공로
대한민국 인성시민교육대상
“스스로 마음 돌볼 줄 알아야
행동으로 실천할 수 있어…”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회상해 보면 사진처럼 떠올라요. 뇌에 남아 있는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쭉 돌아보다 보면, 긍정적인 생각보다 부정적인 생각이 더 많이 떠오릅니다. 부정적인 생각이 머릿속에 남아 있으면 행동에 영향을 줍니다. 이걸 버릴 줄 알아야 합니다. 마음빼기 명상을 경험한 학생들이 그럽니다. ‘개운하고 편안하다’고요.”

 

이덕주 전인교육학회 회장(카이스트 명예교수)은 학교 수업에 참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흐뭇하게 웃었다. 우리나라 헬리콥터 개발사의 산증인으로 꼽히는 그는 32년간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지금은 인성교육에 힘을 쏟고 있다.

 

전인교육학회는 2008년 인성교육과 전인교육에 뜻이 있는 교수와 교사, 각계 전문가 200여 명이 모여 만든 학술연구·실천 단체다. 이들이 만든 ‘스스로 깨닫는 인성교육, 마음빼기 명상 교실’ 프로그램은 교육부 인성교육 프로그램으로 인증받았고,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 수는 2017년 이후 기준, 14만3000여 명에 이른다. 지난해만 전국 360개교에서 4만9000여 명이 참여했다.

 

마음빼기 명상 프로그램의 핵심은 자신을 돌아보고 부정적인 생각을 비워내는 방법을 알려주는 ‘자기 내면 성찰’에 있다. 프로그램 표준안을 바탕으로 학교급, 학생 특성, 주제에 맞게 적용하고 있다.

 

전인교육학회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인성교육을 위해 힘쓴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제12회 대한민국 인성시민교육대상을 받았다. 8일 이 회장을 만났다.

 

Q. 최근 대한민국 인성시민교육대상을 받았다

“인성교육에 관심 있는 교사, 교수, 각계 전문가 등이 모여서 16년간 인성교육을 연구하고 실천했다. 그 성과를 인정받았다는 생각에 감사하다. 아이들의 미래와 더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동력이 생긴 느낌이다.”

 

Q. 전인교육학회를 설립한 목적은 무엇인가

“인성교육의 중요성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2008년쯤 선생님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는데, 인성교육의 부재는 선생님의 스트레스로 이어진다는 걸 절감했다. 선생님이 무너지면 교육 현장도 무너진다는 생각으로 인성교육에 뜻있는 분들과 함께 학회를 만들었다.”

 

Q. 왜 인성교육에 주목했나

“하버드대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성공과 행복의 요건으로 인간관계가 가장 중요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인간관계는 결국 인성이 바탕이 돼야 한다. 세상이 변해도 인성은 변하지 않는다. 인성교육은 인간의 본성을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어렸을 때부터 스스로 성찰하고 부정적인 생각을 버리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

 

Q. 카이스트 학생들을 대상으로 명상 수업을 진행했다

“10여 년 전, 카이스트가 대전으로 옮겨 갔다. IMF 이후 이공계 기피 현상도 있었을 때다. 학교에선 잘해보자는 마음으로 강도 높은 쇄신 정책을 운영했는데, 학생들이 힘들어했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방법을 고민하다가 모든 수업을 멈추고 며칠 동안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인성교육을 시켜달라고 했다. 생각지 못한 요구였다. 정신 건강 전문가들을 찾아가 조언을 구했더니, 그동안 했던 명상을 직접 수업으로 만들어보라고 했다. 그게 ‘지금이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 강의의 시작이었다. 처음에는 항공우주공학과 수업이었다. 그러다 누구나 들을 수 있는 교양 과목으로 개설됐다. 이후 온라인 대학 공개강좌 무크와 온라인 교육 플랫폼 코세라에도 탑재했다. 지난해 9월까지 전 세계에서 10만 명이 수강한 것으로 알고 있다.”

 

Q. 인성교육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시대다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마음빼기 명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교육대학, 사범대 학생을 대상으로 가르치면 어떨까, 생각한다. 학교 현장에서 학폭 같은 사건이 일어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학생, 학부모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서 힘들어하는 선생님이 많다. 자신을 지키고 직장생활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방법을 대학 교육과정 안에서 가르치면 좋겠다. 선생님이 되기 전에 배울 수 있다면 효과는 더욱 클 것이다. 학회에서는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올해는 2월 15일에 예정돼 있다. 교대, 사범대 교수님들이 관심 가져주길 바란다.”

 

Q. 시대 변화에 따라 인성교육 방법도 달라져야 할 듯하다

“인성교육진흥법에 보면, ‘인성교육이란 자신의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고’라는 내용이 나온다. 인성교육은 스스로 내면을 성찰하는 데서 시작한다는 의미다. 자신을 성찰해 부정적인 생각을 버리고 자기중심적인 입장에서 벗어나야 개방적이고 통합적으로 사고할 수 있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외부에서 주입식으로 가르치는 건 곤란하다. 자기 스스로 마음을 돌보고 깨달아야 행동으로 실천할 수 있다.”

 

Q. 앞으로 계획이 궁금하다

“AI, 빅데이터 시대다. 학회에서는 그동안 마음빼기 명상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얻은 결과를 데이터로 축적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인성교육의 효과를 객관적으로 보여주고 관련 정책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 2022년부터 3년간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와 함께 ADHD 환아를 대상으로 마음빼기 명상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10명 남짓으로 시작했는데, 치료에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고, 40명으로 대상을 확대해 진행 중이다. 인간의 전두엽은 17~18세까지 발달한다고 한다. 수학 공식을 외우고 영어를 열심히 배우면 하드웨어는 좋겠지만, 소프트웨어, 즉 인성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사회에서 힘들어진다. 인성교육의 필요성을 과학적인 데이터로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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