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추강(秋江) 이행재(85). 그는 초등교육계에서 42년을 몸담고 2002년 구리 교문초에서 정년을 맞았다. 지난해 84세 때는 ‘희로애락은 삶의 징검다리’라는 네 번째 수필집을 펴냈다. 그가 발간한 수필집은 여러 분야에서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그는 올해 수필집 제5권과 첫 시집(詩集) 동시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첫 질문으로 아름답고 보람찬 교직 추억을 물었다. 그는 정년퇴임교 1교1특색사업 합창부 운영, 교육부 주최 한국청소년합창제 제1회 최우수상(2000)과 이듬해 대상 수상을 꼽는다. 교육자로서의 공적을 인정받은 경기도교원단체총연합회의 사도상(師道賞)도 잊을 수 없다. 퇴임식 때 찾아준 1963년 첫 제자들의 축하 방문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그는 언제부터 글쓰기를 시작했을까? 그 동기가 궁금했다. 교사로서 글쓰기 관심은 당연히 평소에도 있었다. 6학급 초임 교장 때는 ‘주말 글짓기 과제’ 로 4~6학년을 지도하여, 우수작은 지방지, 교육신문 등에 투고, 어린이들이 출판 인쇄의 매력을 맛보게 했다. 학교 역점사업으로 학급·학교 신문, 문집을 발간하였다. 각종 식사(式辭), 축사, 기념사, 격려사, 훈화는 직접 썼다.
국내외 여행기 ‘일찍 일어나는 새, 높이 나는 새야!’(2009) 출간은 문집 발간의 실마리가 되었다. 2017년 77세 때 계간 ‘대한문학’에 수필로 등단하면서 본격적으로 글을 썼다. 수필집 ‘두물머리 추억’(2019)은 작품상을 받았다. ‘천사대교와 퍼플섬’(2022)은 국내외 여행, 전직 동료, 친구, 제자, 동아리 이야기 등 각종 모임에서의 에피소드, 가족의 소중함을 담아 우수도서상에 선정되었다.
그는 계간 한국창작문학 작품상 수상에서의 심사위원장 평, “하나하나의 작품이 무게감이 있는 수필”에서 자존감이 쑥 올라갔다고 회고했다. ‘우수도서’ 심사평에서는 “이 수필집을 한번 들으면 놓기 싫은 수필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전한다. ‘희로애락은 삶의 징검다리’는 대한문단에서 작가상(2023)으로 선정되었는데 “개성이 뚜렷한 노익장 작가”라는 격려를 받았다. 그는 수상 때마다 계면쩍함이 없지 않았으나, 이런 격려가 원동력이 되어 계속 글을 쓰고 싶은 의욕이 솟구쳤다고 고백한다.
이행재 前 교장하면 ‘배사모’(배구를 사랑하는 모임) 활동을 빼놓을 수 없다. 2001년 퇴임 직전, 교내 배구 희망 교원들로 조직으로 출발, 구리•남양주 지역으로 확장되어 교원배구동호회로 성장 발전했다. 올해 창립 24년인데 현재 39명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그간 43회 전국배구투어로 기능 향상, 문화관광, 친교가 두터워졌다. 이 작가는 여기서 초대회장 12년을 맡아 매회 작성한 회의록은 배사모 문집 1,2,3호 출간에 핵심 자료가 되었다. 배사모는 출신교나 출신 지역 구별 없이 융화를 이루며 전현직 교육자로서 품위 유지와 건강 증진으로 돈독한 우의를 쌓고 있다. 그는 터줏대감 초대회장으로서의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가 80대 중반인 지금까지도 작품활동 지속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글을 쓰다 보면 무료함을 잠재울 수 있으니 나의 유일한 무기다. 책을 출간하고 나면 독자와 문우의 다양한 접촉으로 소통이 이루어져 때론 격려와 박수도 받으니 엔도르핀은 저절로 상승한다”며 “지금까지 남의 글을 읽고 전달만 했는데 늦게나마 내 글로 더 깊은 자아를 찾아 표현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또 창의적인 작가 활동은 치매 예방도 된다니 금상첨화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한국창작문학, 월간문학, 미당문학, 대한문단 등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데 여건이 허락하는 한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밝힌다.
그는 지금까지 한평생 교육자로서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오직 제자 사랑으로 양심하나 올곧게 지키며 떳떳하고 청빈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그에게 인생관을 물으니 〈나옹 선사의 시〉를 읊는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창공은 날 보고 티 없이 살라 하네. 사랑도 성냄도 벗어놓고, 미움도 탐욕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 가라 하네.
그는 수필가를 꿈꾸는 도전자에게 주는 조언도 잊지 않는다. “수필은 문학의 여러 장르 중에서 누구나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다. 일단 무조건 자기 생각을 펜 굴러가는 대로 적어라. 칠곡 할미는 문맹에서 문자 해득으로 쓴 시(詩)가 일약 중학교 교재에 실렸다. 글쓰기는 정년이 없으니 늦다고 생각했을 때가 빠른 때다. 다만 욕망과 열정이 필요하다. 필자는 희수(稀壽)에 등단하여 다섯 번째 수필집을 준비하고 있으니 용기 갖고 도전하시길 응원한다”고 말했다.
노익장의 그이지만 시력은 점점 침침해지고 청력도 많이 약해져 가고 있음을 느낀다고 한다. 그러나 수필가, 시인으로서 작가라는 칭호에 맞는 품격있는 작품 출간을 위하여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펜을 계속 잡겠다고 한다. 올해는 수필집 제5권과 시나브로 썼던 시를 모아 첫 시집(詩集) 동시 출간을 한걸음 한걸음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