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가 몰래 녹음한 음성 파일을 근거로 교사에게 내린 정직 처분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해당 녹음 파일은 자녀의 가방에 녹음기를 몰래 넣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지만, 행정소송에서 증거능력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서울고법 행정7부는 3일 초등 교사 A씨가 서울시교육감을 상대로 낸 정직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징계 취소 결정을 내린 서울행정법원의 1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재판부는 “A씨가 녹음 파일이 현출되지 않은 징계 절차에서 해당 발언을 모두 인정했다”며 “설령 녹음 파일을 들었기 때문에 징계 절차에서 자신의 발언을 인정했다고 해도 그런 사정만으로 원고 진술의 증거능력이 부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초등학교 3학년 담임교사였던 A씨는 2018년 학생에게 “학교 안 다니다 온 애 같아” 같은 발언을 해 정서적 학대를 한 혐의로 고소당했다.
당시 학부모는 자녀의 가방에 몰래 넣은 녹음기에 녹음된 파일을 증거로 제출했고,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해당 파일은 징계 절차에는 제출되지 않았지만, A씨가 해당 발언을 모두 인정했고 이를 근거로 서울교육청은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렸다.
A씨가 낸 정직 처분 취소 소송에서 1심은 “녹음 파일 등을 분명히 배제하지 않은 채 존재와 내용을 참작해 이뤄진 징계 양정은 그 자체로 타당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며 징계 처분을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몰래 녹음한 음성 파일은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형사재판 1·2심에서 유죄의 근거로 인정됐지만, 대법원은 지난해 1월 “피해 아동의 부모가 몰래 녹음한 피고인의 수업 시간 중 발언은 ‘공개되지 않은 대화’에 해당한다”며 증거능력이 없다고 보고 사건을 파기 환송했고, A씨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현재 검찰이 상고해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교총은 해당 판결에 대해 “동일 사건임에도 형사재판은 무죄, 행정재판에서는 징계가 인정된 또 하나의 사례”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6월 광주지법 제1행정부는 지적장애 학생에게 신체 접촉을 한 혐의로 기소된 교사가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행위 자체는 공무원의 품위 유지 위반에 해당하므로 징계 처분은 가능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에 교총은 “아동학대 등 형사사건이 발생하면 교원은 이에 대한 대응에만 치우쳐 사건과 연관된 징계나 행정소송을 상대적으로 소홀히 해 승진, 보수 등에 불이익을 받기도 한다”며 “아동학대 신고·고소 등 형사소송 진행 시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교육청에 징계 유보를 요청하고 징계가 진행될 시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