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적 사건 앞에서 요구되는 신중함
최근 발생한 하늘이 사건은 우리 사회를 깊은 충격에 빠뜨렸다.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각계의 노력이 절실하다. 그러나 사건 직후 논의되는 대책은 주로 ‘가해교사의 정신질환 여부’에 집중되거나, ▲위원회 신설, ▲교원평가 강화, ▲경찰력 확대 등 규제 중심 해법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 피상적 원인 규명과 단기 대책으로는, 학교현장에 만연한 학생 자살과 교사 무기력이라는 훨씬 심각한 위협을 가릴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규제중심의 교육부의 질환교원 정책
현재 교육부의 대책도 정신건강 문제가 있는 교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2025년 2월 발표된 (가칭) 하늘이법1에 따르면, 교육부는 정신질환 고위험 교원이 확인될 경우 긴급분리·조치제도를 신설하고, 교원직무수행적합성위원회의 역할을 강화하며, 복직심사를 엄격히 적용한다고 한다. 교원 맞춤형 자가 심리검사도구를 개발하고, 학내 CCTV 설치와 학교전담경찰관(SPO) 증원도 추진한다.
정신질환이 곧 범행 동인인가?
이 같은 정책은 가해교사의 정신질환이 이번 범행의 원인이라는 전제에 기반한다. 그러나 현재 확인된 사실은 가해교사가 우울증(주요우울장애) 진단을 받은 적이 있다는 것뿐이다. 범죄 동기가 우울증과 직접 연관되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여론은 정신질환 교원을 색출하고 교단에서 퇴출한다는 방식으로 흐르고 있다.
우울증은 유병률이 약 20%에 달하는 흔한 질환임에도, ‘우울증 환자는 교단에 설 수 없다’거나 ‘정신질환자를 걸러내야 한다’는 주장은 치료 기회를 빼앗고, 증상 은폐를 초래하는 낙인효과를 낳을 수 있다. 또한 가해자가 범행을 병 탓으로 돌려 책임을 희석할 가능성도 있다. 결과적으로 정신질환자에 대한 이상범죄 프레임만 강화되고, 사건의 본질적 맥락을 놓친 대책이 나올 우려가 있다.
범죄 위험도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언론이 주목하는 ‘진단서’는 통상 교직업무를 수행할 정도로 증상이 호전되었다고 판단될 때 발급된다. 이는 기능적 상태를 평가하는 것이지, 범죄 위험성을 예측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 범죄 위험도는 사법정신의학적 감정으로 다각적인 요소를 종합 평가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입원 감정을 통한 행동관찰·신경심리검사·환경적 요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교육부는 진단서를 근거로 한 기존의 복직절차를 강화하여, 교원직무수행적합성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는, 복직절차 강화를 포함했다. 또한 교원 맞춤형 심리검사도구 개발 및 배포하겠다는 계획도 있다. 그러나 충분한 예산과 인력 투입, 그리고 관련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장기적 계획 없는 규제 강화는 비현실적이며 요식화될 가능성이 높다.
현실적 위협은 ‘외부 범죄’보다 학생 자살과 교사 무기력
최근 5년간 학생 자살2은 꾸준히 증가해 2023년에는 214명에 달했다. 이는 2015년 93명 대비 약 2.3배 늘어난 수치다. 청소년 자살률 역시 2015년 10만 명당 1.5명에서 2023년 4.1명으로 급등했다. 10대 청소년의 사망 원인 1위는 자살(전체 사망의 약 46%)이며, 사고나 질병보다 자살이 학생의 안전에 더 현실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교사의 상황도 심각하다.3 교사 10명 중 4명은 심한 우울증상을 호소하고, 6명 중 1명은 극단적 선택을 한다. 매년 20~25명가량의 교사가 자살한다. 교사들은 과도한 행정업무, 잦은 민원, 교권침해, 그리고 ‘문제 발생 시 교사만 처벌받는다’라는 불안감 속에서 전문성과 자존감을 잃어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건 발생 직후 쏟아지는 규제 강화나 위원회 신설과 같은 정책은 오히려 교사의 책임감만 압박하고 무력감을 키울 우려가 크다.
탑다운식 규제 강화와 위원회 중심 해법의 한계
이번 정책에도 위원회 중심의 해법이 제안되었다. 그러나 기존의 위원회가 서류·절차의 복잡성만 더할 뿐 실질적 현장 지원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다. 사고 발생 시 책임만 분산될 뿐, 부족한 인력이 행정업무에 매몰되어 오히려 실질적인 도움을 받기 어려운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고위험’ 교원을 지나치게 정신건강 문제에 초점을 맞춰 정의하고, 해법을 설계한 점 역시 문제이다. 오히려 교사들이 자신의 정신건강 위기 신호를 공개하고, 치료 요청을 회피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정신건강 문제뿐 아니라 교직자로서 심각한 품위 위반을 범할 때 분리 조치가 가능하도록 그 범위를 넓히고, 그 내부에서 정신건강 문제를 다루는 것이 현실적이다.
또한 연관 법 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와 점검 역시 필요하다. 현행 「정신건강복지법」하에서는, 정신질환으로 인해 타인에게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있고, 가족이 치료를 원하더라도 당사자가 치료를 거부하면 강제 입원 등 적극적 개입이 사실상 어렵다. 이러한 제도적 사각지대를 개선하지 않으면서 정신건강 고위험 교원을 선별만 하면, 위험을 막을 수 있다는 통념은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
바텀업 방식과 지역사회 연계
학생 자살과 교사 무기력 문제는 획일적 규제 강화나 위원회 중심 행정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학교-지역사회 간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학교가 필요로 하는 상담·특수교육·정신건강·안전시설 등을 지역기관과 협력해 맞춤형으로 설계·운영할 수 있도록 자율권과 재원을 확대해야 한다. 지역·학교별 특성이 다르므로, 어느 학교는 경찰관 증원이 시급할 수 있지만, 다른 학교는 전문상담인력 배치가 더 절실할 수 있다. 학교가 자체 안전망을 설계하고 전문인력을 자율적으로 배치하도록 지원하면, 규제 중심 방식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현장 친화적인 접근이 가능하다.
학교안전을 단순 범죄예방이 아니라, 학생·교사 모두가 심리적 안정을 누릴 수 있는 환경으로 이해해야 한다. 안전하고 건강한 학교가 되면 학업성취, 교사 만족도, 학부모 신뢰도가 함께 높아진다. 국가나 지자체가 ‘안전한 학교’에 우선적 예산·복지·연수기회를 부여한다면, 자발적 개선을 촉진할 수 있다.
정신건강 관리체계 개선과 낙인 해소
하늘이 사건은 분명 학교안전망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고, 교육부의 ‘하늘이법’ 제정도 교원 정신건강 문제를 제도적으로 다룬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규제와 평가, 위원회 신설만으로는 근본적 문제인 학생 자살, 교사 무기력 등 교직사회 전반의 소진을 막기 어렵다.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상담·정신건강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현장마다 필요한 보안 대책과 전문인력을 학교 스스로 결정하도록 자율성을 부여하는 접근이 필수적이다. 폭넓은 예방과 적절한 치료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낙인을 넘어선 ‘안전한 학교’가 실현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