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인생의 액운에 대한 자신감이며 일상생활 속에서 모든 책임·사명·비판과 분투를 평상심으로 담담하게 대할 수 있는 자세이며 골백번 죽어도 후회하지 않을 백전불굴의 의지와 대담함이다. 고난을 향해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불속이나 물속에서도 평지와 다름없이 걸을 수 있는 인생, 또한 지혜와 고민과 곤혹의 고통을 품고 있긴 하지만 지혜의 맑음과 분명함의 기쁨도 소유하고 있기에 더욱 깊은 지혜를 포용하는 인생이다.”
좋은 말만 골라 써놓은 흔한 인생론 같지만 이 책 '나는 학생이다‘(들녘)의 저자가 어떤 사람인가를 알면 이 글의 깊이와 무게도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왕멍(王蒙 71). 루신과 함께 20세기 중국 소설의 양대 거장으로 네 번이나 노벨문학상 후보로 지명된 대문호인 그는 공산당 활동, 유배, 연금, 복권을 거쳐 부주석, 중앙위원, 문화부 장관을 역임했습니다. 극단의 영욕 속에서도 ‘미치거나 자살하지 않았던’ 생의 힘을 그는 자신의 삶의 정체성이 ‘학생’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역경에 처했을 때가 가장 배우기 좋은 상황이다. 마음을 한 곳으로 집중하기에 좋은 시기여서 그 효과도 가장 크다”고 그는 말합니다. “배움은 내가 언제나 젊다는 것, 나도 여전히 진보할 수 있다는 것, 부단히 나를 채워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는 그는 유배 시절 위구르어를 배웠습니다. 다른 어떤 학습도 금지됐기에 모택동어록을 위구르어로 암송했다는 것입니다. 미국 여행을 처음 한 46살부터 하루 30단어씩 영어단어를 암기해 지금은 동서양 문화와 사상에 대해 영어로 토론까지 가능하게 됐다고 합니다.
고희(古稀)를 넘긴 나이에도 “나는 학생이다”를 되뇌며 배움과 사색에는 끝이 없다고 말하는 그의 주장은 그래서 더 설득력을 가집니다. “가장 좋은 스승은 생활이며, 가장 좋은 교실은 실천”이라고 풀어놓은 부분이 눈길을 끄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생활이 바로 배움이고, 배움이 바로 생활이며, 배움이 바로 성격’이라는 그의 논리, 멋있지 않은가요. 이제 곧 3월, 학교는 새 옷을 갈아입겠지요. 교사도 학생도 모두 ‘나는 학생’이라는 자세로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배워 아는 것’은 ‘배울 줄 아는 것’과 ‘깨우치는 것’보다 못하다는 노(老)학생 왕멍의 지혜를 실천하면서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