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트레스나 과로로 인한 질병과 사망이 증가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달라는 소송이 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가운데 교사들이 모두 다른 직종 종사자보다 더 심한 스트레스를 겪는다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끌고 있다. 춘천교대 김정휘 교수는 최근 발간된 ‘교육의 위기: 교사의 직무 스트레스와 탈진’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한국교육정책연구소의 2003년 교육정책 연구과제 공모에서 선정된 연구 중 하나다.
“교직은 구조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기 쉬운 직업”이라고 전제한 김 교수는 “교사들은 학생, 행정가, 학부모, 지역사회의 이해관계와 관련된 상호 충돌적인 역할 수행을 자주 요구받기 때문에 일반 직장인들이 겪는 직무 스트레스와는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교사의 직무 스트레스 원인으로 ▲학생훈육(지도)과 학급관리 ▲학교장·교감과의 관계 ▲동료교사와의 관계 ▲학부모와의 관계 ▲수업지도·진로지도상의 문제 ▲교사 대우 및 근무여건 ▲교육기능 본연의 문제 ▲일반업무 수행 ▲교육행정이나 학교조직 구조 ▲교사개인의 특성 및 성장 발달사 ▲교사집단의 장인정신 결여 ▲매스컴의 부정적인 교육관, 사회의 기대 ▲인사관리 및 교권침해의 양태 등을 꼽았다.
99년 네덜란드에서는 교사, 심리치료사, 의사, 간호사 등 학생이나 환자를 보살피는 직종 종사자들의 탈진증상을 비교한 조사가 실시됐다. 설문조사 결과, 남녀 모두 교사들이 다른 직종 종사자보다 더 심한 정서적 피로와 개인 성취 감소를 나타냈다. 성별로는 남성이, 또한 근무시간이 길고 나이가 많을수록 탈진증상과의 상관관계가 높았다. 또 여교사는 남교사와 다른 직종 여성들에 비해 긴장도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98년 국내 조사에서도 여교사들은 불안 정도나 자기 비하, 죄책감 등이 일반 여성보다 높고 두통, 호흡곤란 등 신체증상의 호소도 일반여성(0.75%)보다 높은 수치(0.81%)를 보였다.
이처럼 교직의 스트레스가 크게 나타나는 것은 교사들이 다른 직종보다 시간 통제가 어렵고 의사결정 참여나 동료의 지원이 부족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학교의 구조나 기능상 교사들은 항상 학생이나 동료교사들과 인간관계를 유지하지만 동료교사나 관리자와 교실 교육 문제를 상의하는 데는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교직은 상당히 외로운 직업”이라며 “교사가 다른 직업 종사자들보다 스트레스와 탈진을 많이 받느냐 적게 받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스트레스와 탈진이 교사 일반에게 광범위하게 만연돼 있다는 것, 심신이 건강한 교사가 건강한 교육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또한 “우리 사회의 미래를 맡기고 있는 교사의 과도한 직무 스트레스와 그 결과 발생하는 탈진을 방관하거나 도외시해선 안된다”면서 “사원들이 일과 후 회사시설을 이용해 건강관리를 하도록 함으로써 직원의 건강증진을 도모하는 기업의 예를 참고하는 등 교사들의 복지, 정신·신체적 건강관리를 돕는 것이 교육 지도자들의 우선목표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사의 직무 스트레스를 낮추기 위한 방안으로 김 교수는 ▲교직생활에서 겪은 성공담은 물론 실패담도 발표하도록 유도 ▲다른 연배의 동료교사 집단을 가르침으로써 교단경험을 넓히도록 허용 ▲다른 학교 방문 독려 등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