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부터 전면 시행된 고교학점제를 두고 교육 현장의 현실적 어려움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교원단체는 제도의 취지와 달리 교사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고, 학습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근본적 손질 없이는 ‘이상론’에 머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6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도서관 제2세미나실에서 ‘고교학점제 개선방안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발제한 김주영 한국교총 선임연구원은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해 학점을 이수하는 제도지만,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제도적 한계가 명확하다”며 “학점 이수 기준과 ‘최소성취수준 보장지도(최성보)’의 비현실성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이 많은 현실에서 교사가 모든 학생을 성취기준에 도달하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결국 형식적인 보충수업과 평가 조정만 남게 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학업성취율 40%를 맞추기 위해 학교 현장이 왜곡되는 사례도 소개했다.
일부 학교는 미이수 학생을 줄이기 위해 기본 점수 배점을 늘리고, 다른 학교는 수행평가의 횟수와 비중을 높여 사실상 모든 학생이 ‘이수’ 판정을 받을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방식은 학력 향상과는 무관하며, 학교 간 형평성과 평가의 신뢰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며 “학업성취율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구조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대학과 달리 여전히 학급과 담임 개념이 살아 있는 고등학교에서 학점제식 운영은 구조적 한계를 가진다”며 “학교의 행정·지도 체제와 맞지 않는 제도를 억지로 끼워 넣기보다 현실에 맞는 방식으로 재검토되거나 폐지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들도 대체로 최성보를 비롯한 현장의 문제에 공감했다.
김희정 교사노조연맹 고교학점제 TF팀장은 “미이수를 시킬 수 없으니 교사들이 최소 수준의 학생을 만들지 않으려고 수행평가를 많이 하게 된다”며 “일반 학생들의 부담이 커지는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일부 학교에서는 교사가 수행평가를 대신해 주기도 한다”며 “이런 편법이 반복되면서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을 가르치는 교사’가 되는 듯한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민건 전교조 정책2국장도 “책임교육은 부진 학생의 실질적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교육적 개념이 아니라, 학점 이수·미이수제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덧붙여진 관리 장치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또 “초·중·고를 아우르는 학습 지원, 사회·정서적 지원, 복합 요인별 맞춤형 대책이 부재한 상황에서 단위 학교와 개별 교사의 책무성만 강조하는 시스템으로 변질됐다”며 “결과적으로 최성보는 교육이 아니라 행정이 돼 버린 제도”라고 비판했다.
손덕제 국가교육위원회 비상임위원(울산 농소중 교감)은 “국가교육위원회에서도 고교학점제가 가장 큰 논의 과제”라며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은 채 제도를 밀어붙이면 교육의 신뢰가 무너진다”고 지적했다.
손 위원은 “현재의 학점 이수 기준은 현실과 괴리가 크다”며 “출석률 중심으로 기준을 단순화하고, 최성보 제도는 폐지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진로·융합 선택 과목의 절대평가 전환이 시급하다”며 “학점제의 이상보다 학생과 교사가 감당할 수 있는 제도로 손질하는 것이 국교위의 책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