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지식을 전달하는 행위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에 바른 가치와 태도를 새기는 일이다. 그러나 교실의 현실은 그 이상과 멀어지고 있다.
교권 약화로 교실 불안정해져
수업 중 교사 발언은 자주 왜곡돼 소비된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속담을 예로 든 말이 ‘우리 아이를 교만하다고 지적했다’는 식으로 퍼진다. 학생이 수업을 방해해도 교사는 조심스럽다. 언성을 높였다가는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신고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교사를 상대로 한 고소 건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한국교총에 따르면 2024년 교권침해 피해 교원 소송비 지원은 53건, 지원금은 1억2960만 원에 달했다.
이처럼 교실이 불안정해진 데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그중 하나는 급격한 정책 변화다. 1998년 무시험 전형, 상대평가 축소 등 경쟁 완화 정책이 시행됐다. 취지는 좋았으나 학습 의욕 저하와 성취도 하락을 불렀다. 여기에 교원 정년이 만62세로 단축돼 약 2만 명의 교원이 퇴임했다. 이로 인한 교원 공백, 충분한 검증 없이 발급된 자격증, 성과급 제도 등은 현장에 긴장감을 줬지만, 협력보다는 경쟁을 심화시켰다.
2010년 이후 교사 통제권도 약해졌다. 위축된 교육은 수요자에 맞는 기형적 형태로 변했다. 학생 간 사소한 다툼이 학부모 간의 갈등으로 번지고, SNS를 통해 확대 재생산된다. 교실에서 벌어지는 아이들 사이의 사소한 다툼이 내 자식을 편드는 부모의 싸움으로 확전돼 교사를 괴롭히는 사례는 이제 비일비재하다. 교사의 지도력은 점점 힘을 잃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한때 교육의 힘으로 나라를 일으켰다. 자원도, 자본도 부족하던 시절, 70명이 넘는 과밀학급에서도 아이들은 웃으며 공부했고, 학부모는 학교와 협력했다. 그 시절 교사와 학부모, 학생은 ‘함께 성장하는 공동체’였다. 지금 필요한 것은 그 시절의 단순한 향수가 아니라, 교육의 신뢰를 회복하는 구조적 복원이다.
교육의 변화는 교실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교사와 학생이 중심이 되는 열린 교육 생태계를 구축하고, 교실에서 만들어진 교육 콘텐츠가 지역과 사회로 환류되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 상처받은 교사에게 심리상담은 위로가 될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교사가 어려울 때 가장 먼저 의지할 곳은 국가 제도가 되어야 한다. 민원을 견디는 일이 교사의 역량이 돼서도 안 된다. 교육 당국은 교원이 교육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행정적·법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교원 존중이 최소한의 장치
교육은 결국 사람을 키우는 일이다. 교사를 보호하는 것은 교사를 위한 특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다음 세대를 책임지는 최소한의 장치다. 교사가 존중받을 때, 교실은 다시 배움의 공간으로 살아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새로운 정책이 아니라, 교육의 신뢰를 다시 세우는 일, 바로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