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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연구

<4> 공포행동

상대에 대한 신뢰부족 때문에 발생
“나 혼자쯤이야…”가 사회재난 불러


얼마 전 인도의 힌두 사원에서 불이 나자, 수십만의 군중들이 한꺼번에 몰려 나가면서 3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사망자들은 불에 타서 사망한 사람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밟혀서 사망한 사람이 더 많았다고 합니다. 100여 년 전인 1903년 미국 시카고의 한 극장에서도 불이 나서 6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이때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떠밀리거나 밟혀서 사망했다고 합니다.

군중으로 가득 찬 극장이나 나이트클럽 같은 곳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모든 사람을 위한 제1의 해결책은 서로서로 믿고 협력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야 희생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신뢰가 부족하면 각자는 제2의 행동을 하게 됩니다. 그것은 문으로 남보다 먼저 뛰어가 탈출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을 모든 사람들이 하고 있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행동을 ‘공포행동’이라고 합니다. 두려움을 무리 속에서 느끼면 공포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두려움이 강하다 하여 모두가 공포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탈출구에 대한 사람들의 믿음입니다. 탈출구가 열려 있고 가까운 거리에 있으면 소떼가 우르르 몰려가는 것과 같은 공포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탄광 붕괴와 같이 탈출구가 완전히 막혀 있다는 것을 알면 두려움을 겪긴 하겠지만 공포행동을 나타내지는 않습니다.

공포행동이 일어나려면 탈출구가 한정되어 있거나 열 수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이럴 때 개개인들은 다른 사람들도 뛸 것이라고 믿고 남보다 먼저 뛰어야만 탈출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이 이렇게 생각하면 공포행동이 나타납니다.

화재현장의 사람들도 모두가 질서를 지키면 희생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질서를 지키면 모두가 가벼운 부상을 입긴 하겠지만 치명상을 입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상대에 대한 신뢰의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기가 질서를 지키면 다른 사람들도 질서를 지킬 것이라는 것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자기가 질서를 지키는 데 다른 사람들이 질서를 지키지 않으면 자기는 치명상을 입게 되지만 질서를 지키지 않은 다른 사람들은 무사하겠지요. 반대로 다른 사람들이 질서를 지키는 데 자기가 질서를 지키지 않고 먼저 탈출하면 자기는 무사하겠지만 다른 사람들은 치명상을 입게 될 것입니다. 상대방의 선택에 따라 자기의 결과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이럴 때 사람들은 자기에게 가장 최선이 되는 행동을 선택합니다. 그것은 바로 다른 사람보다 먼저 탈출하는 것입니다. 자기가 먼저 탈출할 때 다른 사람들이 질서를 지켜주면 자기는 무사하고, 다른 사람들이 질서를 지키지 않고 먼저 탈출하려고 할 때도 자기는 치명상이 아닌 중상 정도의 부상을 입게 되므로 자기에게 최선이 되는 행동이 됩니다.

이와 유사한 것들은 실생활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나 혼자쯤이야…’ 하면서 하는 행동들입니다. 교차로가 막혀 있더라도 앞차 꼬리를 물고 진입하는 것, 부동산과 주식 투자 열풍 등이 이러한 사례들입니다. 그 결과는 모두에게 피해로 돌아옵니다. ‘나 혼자쯤이야…’ 하는 안이한 생각이 사회적 재난을 불러오는 것이지요. ‘나’가 급할 때 또 다른 누군가의 ‘나 혼자쯤’ 때문에 ‘나’는 큰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결국 ‘나 혼자쯤’의 미래의 최대 피해자는 바로 ‘나 혼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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