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날, 학교에서 일직을 하면서 이 글을 쓰고 있었습니다. 문득 배가 고파져 이 곳 저 곳 음식점에 전화를 했지만 문을 연 곳은 아무 곳도 없었습니다. 자칫 점심을 거르게 되지나 않을까 걱정할 때에 아이 몇 명이 살며시 교무실 문 사이로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제가 당직인 것을 기억하고 있던 아이들이 송편과 부침개를 가지고 온 것입니다. 아이들 덕택에 저는 점심을 맛있고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마주 앉은 아이들을 보면서 문득 제가 쓰고 있는 소설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제 소설은 이 아이들과 같은 학교의 아름다운 모습보다는 그늘만을 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학교를 부정적으로 그린 저의 소설을 못마땅하게 읽으실 선생님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때론 과장되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굳이 구차하게 제 글을 변명하자면 현대소설의 특징은 현실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기를 즐겨한다는 점이고 저도 그 논법을 따랐다는 것입니다. 현대소설이 어두운 면을 굳이 들추는 것은 현실을 왜곡하자는 것이 아니라 일상화된 현실 속에 숨어 있는 모순을 우리에게 깨닫게 하고자 하는 소설 본래의 정신 때문일 것입니다. 제 글에 등장하는 학교에서 소외되고 있는 주인공들을 우리가 다시 한 번 인식하고 진심으로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다면 학교라는 공간은 좀더 따뜻해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 제 글의 마음입니다. 먼저 저에게 작은 재능을 허락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저를 기르시느라 고생하신 부모님께 감사드리며 저의 부족한 글을 뽑아주신 심사위원 분들과 신문사에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