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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6) 소가 되고 생강이 되라

‘고기잡는 법’을 가르친 전통교육

마음의 소를 타라


우리 옛 스승의 가르침으로 ‘짐승이 되려거든 소가 되고 푸새가 되려거든 생강이 되라’는 것이 있었다. 위 선비사상의 양대산맥 가운데 한가닥을 거느린 남명(南溟) 조식(曺植)은 벼슬에 오르고자 서원을 떠나는 정탁(鄭濯)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뒤란에 매어놓은 소 한 마리가 있으니 자네가 타고가게나”고-. 뒤란에 돌아가보니 소가 있을리 없다.
“이보게, 내가 타고가라고 자네에게 준 소는 마음의 소 일새. 말은 빠르나 넘어지기 쉬운지라 기가 거센 자네에게 소를 준걸세”했다. 이 마음의 소를 간직하고 처세를 했기로 정승 반열에 올라 늦도록 탈없이 벼슬살이를 할 수 있었다고 정탁은 말년에 말버릇처럼 뇌까렸다 한다.


이처럼 옛날 스승은 요즈음처럼 글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가르쳤다. 스승은 그 사람됨의 본을 잡고 틀을 잡아주면 되었다. 곧 지식을 고기에 비긴다면 가르치는 자제들에게 고기를 주지않고 고기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전통 교육의 저류에 흐르는 하나의 명맥이었다.


남명이 마음의 소를 주었다면 율곡(栗谷) 이이(李珥)는 제자들에게 마음의 생강을 주었다. 생강처럼 매서운 개성을 지니고 생각처럼 맛을 맞추어야 한다고 제자들에게 가르쳤던 것이다.


생강은 그 맛이 맵고 이리고 독특하다. 개성이 강하고 별난 맛이기는 하지만 초(醋)나 장(醬)이나 조(糟) 염(鹽) 밀(蜜)과도 조화하며 배적하는 맛이나 음식이 없다. 그 많은 소채 가운데 생강을 배척하는 소채는 없으며 생강 맛으로 보다 좋은 맛으로 달라질 뿐 생강맛 때문에 제맛을 손상한다는 법은 없다. 그래서 생강은 양념뿐 아니라 음료인 각종 탕에 들어가지 않은 탕이 없으며 약도 되고 과자도 되고 술도 되고 차도 된다. 그 많은 김치 무리에 생강이 들어가지 않은 김치가 없음도 그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생강 같은 사람이란 화이부동(和而不同)-화합하되 같지않은 사람을 의미한다. 어느 시대건 가장 이상적인 인간형이 바로 생강같은 사람일 것이요 자신의 줏대없이 타인 지향적인 성향이 강한 현대의 젊은이들에게 와닿는 가르침이다.


이처럼 세상사를 인생에 빗대어 이해를 시키고 깨닫게하여 양식으로 삼게하는 교육방법이 전통 교육의 명문화되지 않은 하나의 전통이었던 것 같다. 어릴적 필자도 참봉벼슬에서 물러난 집안어른이 하는 글방에 다녔는데 그때 그 훈장의 한 단 한가지 이야기가 잊혀지지않고 있으며 그것이 살면서 당하는 어려운 선택으로 고민할 때 큰 힘이 됐던것이다.

사람됨의 틀잡기


한 나그네가 길을 가다가 길마에 아무것도 얹지 않고 가는 소를 만났다. 빈 길마로 가느니 무거운 등짐을 얹고 가면 되겠다 생각하고 짐을 옮겨 실었다.


한참 가다 생각하니 기왕같이 가는 길이면 타고 가면 되겠다 생각하고 올라탔다. 기왕 갈려면 빨리가는 것이 좋겠다 생각하고 채찍을 휘둘렀고 달려가던 소가 도약하는 바람에 나그네는 내동댕이쳐 다리가 부러지고 짐은 풍지박산이 됐다는 인생교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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