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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보호의 완성, 심리회복]

③ 나를 무너뜨리는 완벽 강박

 

“누군가의 인생에 좋은 영향을 주고 싶다.” “아이들에게 따뜻한 어른이 돼주고 싶다.”

교직을 꿈꾸기 시작했을 때 한 번쯤은 이런 마음을 품어봤을 것이다. 한 사람의 성장과 변화를 가까이서 지켜보고 좋은 영향을 미치고 싶다는 마음. 어쩌면 이런 선의가 교직을 택한 이유였을지 모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요즘의 학교는 교사의 순수한 동기, 학생을 향한 관심과 책임을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바꿔놓기 쉬운 것 같다.

 

소명감은 교사를 지탱하는 힘이다. 그러나 때로는 자기희생을 미덕으로 여기는 교직 문화와 만나 왜곡되기도 한다. 학생을 위해 더 참고, 내색하지 않는 것이 좋은 교사의 모습처럼 여겨질 때 소명감은 자부심이 아니라 자기를 몰아붙이는 칼날이 된다. 헌신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이 정도는 해야 한다’는 완벽주의와 강박으로 바뀌고, 자신도 모르게 소진된다.

 

소명감이 자기희생으로 왜곡돼

 

특히 교권침해를 경험한 교사에게는 이 과정이 더욱 힘들 수 있다. 그동안 쏟은 노력과 믿음이 한순간에 흔들리기 때문이다. 최선을 다했는데 돌아온 것이 폭언과 악성 민원이었다면 ‘나 때문인가?’하고 자신에게로 잘못을 돌리기 쉽다. 학생을 향한 사랑과 책임이 어느새 자기 비난으로 바뀌는 것이다. 교권침해로 생긴 상처에 자기 비난과 완벽주의가 겹치면 이미 지친 상태에서도 더 잘하려 애쓰게 되고 소진이 더욱 깊어질 수 있다. 이제는 ‘좋은 교사’의 기준을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잠시 다음의 질문에 답해보자.

 

- 학생에게 문제가 생기면 먼저 내 지도방식을 돌아보는가?

- 다른 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부담스러운가?

- 학생에게 항상 좋은 감정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 힘들다는 사실을 드러내면 무능해 보일까봐 걱정되는가?

 

여러 질문에 고개가 끄덕여졌다면 자신의 기준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정신분석학자 도널드 위니컷은 양육에 대해 ‘충분히 좋은 엄마(Good-enough mother)’라는 개념을 이야기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모든 순간 완벽하게 반응하는 엄마가 아니라 필요에 충분히 반응하면서도 때로는 서투르고 늦을 수도 있는 ‘현실적인 엄마’라는 것이다. 엄마가 원하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줄 수는 없다는 경험 역시 아이가 현실을 받아들이고 성장하는 과정이 된다.

 

자신에 대한 한계 인정 필요

 

이는 교사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준다. 학생 역시 완벽한 교사가 필요한 것은 아닐지 모른다. 우리는 모든 학생의 마음을 알아차릴 수 없고,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다. 학생의 요구에 바로 응답하지 못할 수 있고, 수업이 기대만큼 잘되지 않을 수 있다. 좋은 교사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내는 교사가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자기 인정이다. 오히려 한계를 인정하고 도움을 요청하며, 때로는 ‘여기까지’라고 말하는 모습도 학생에게는 중요한 배움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판단 기준을 학생에게만 두지 않았으면 한다. 학생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나를 좋아하는지, 어떻게 평가하는지에만 골몰하지 말고 나를 아껴주는 데도 충분한 에너지를 쓰자. 오늘 할 수 있는 만큼 학생을 대했는지, 나를 함부로 몰아붙이지 않았는지 말이다. 완벽한 교사가 되기 위해 애쓰느라 자신을 잃는 것보다는 조금 부족하더라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교사가 교단에 더 오래 설 수 있다. 어쩌면 ‘충분히 좋은 교사’가 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인지도 모른다.

김예람

심리상담가,

한국교총

교권강화국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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