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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교사와 학부모 간의 신뢰 회복할 방안은

우리의 초중고 교육 현장에서 교사와 학부모 간의 신뢰가 붕괴된 서글픈 현실은 단순히 ‘교권이 추락했다’거나 ‘학부모의 이기주의가 심각하다’는 식의 피상적인 진단으로는 절대 풀어낼 수 없는 문제다. 이는 ​오늘날 교실 내 신뢰 자본(Social Capital)이 완전히 파탄이 났기 때문이다. 신뢰가 붕괴된 현실의 원인을 3가지 관점으로 압축해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교육의 ‘소비자주의(Consumerism) 전환’과 공공성의 해체에서 찾을 수 있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학교라는 공간이 ‘함께 인성을 키우는 공적인 공동체’에서 ‘내가 돈과 세금을 내고 지식 서비스를 구매하는 계약 관계’로 급격히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학부모는 자신을 ‘소비자’로, 교사를 ‘서비스 제공자’로 인식하고 원치 않는 서비스는 컴플레인을 걸어야 할 대상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렇다면 소비자의 기본 생리는 무엇인가? 그것은 내가 지불한 비용(세금, 기회비용) 대비 내 아이가 최대의 이익과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권리 의식’일 것이다.

 

​소비자주의 메커니즘 안에서는 교사의 권위나 지도권이 ‘고객을 불편하게 만드는 부당한 행위’로 손쉽게 치부되는 경향이 있다. “내가 세금을 내는데 왜 내 아이를 통제하고 억압하려 하느냐?”는 일탈적 권리 의식이 교사의 도덕적 지도권을 해체했고, 교사 역시 ‘고객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적당히 거리를 두는 방어적 노동자’로 물러서게 되어 우리 교육은 ‘교권 보호 5법’ 개정 이후 3년 동안 거의 ‘방어적 늪’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둘째, ‘학교의 사법화’와 냉혹한 법의 침투에서 기인한다. ​‘신뢰’라는 온기가 흐르던 교실에 ‘법’이라는 차가운 심판이 잠식하게 되었다. ​과거에는 스승의 지도와 학부모의 양육이 ‘상호 신뢰’라는 공적 채널에서 대화로 풀렸다면, 오늘날은 조금의 갈등만 발생해도 아동복지법(정서적 학대)이나 학교폭력예방법이라는 ‘사법적 칼날’을 먼저 빼어 든다. ​교사는 지도 과정에서 혹시라도 고소당할까 봐 모든 기록을 남기고 학생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방어적 생활지도’에 몰입하게 된다. 학부모는 교사의 한마디, 행동 하나를 아동학대 법률 조항에 대입해 감시한다. ​프랑스 사회학자 미셸 푸코가 말한 ‘감시와 처벌’의 메커니즘이 교실을 지배하면서, “법대로 합시다”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교육적 대화와 소통이라는 평화로운 연대는 완전히 종결되고 만 것이다.

 

셋째, ‘극단적 생존 경쟁’이 낳은 ‘내 자식 지상주의’의 관념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초경쟁주의 구조는 부모들에게 무서운 영혼의 불안을 안겨주었다. 이는 “내 아이가 이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조금이라도 손해를 보거나 마음에 상처를 입으면 낙오한다”는 거대한 불안감이다. ​이 불안감은 학부모를 ‘내 아이 외에는 누구도 믿지 못하는 고립된 파수꾼’으로 만들고 있다. 다른 아이의 학습권이나 교실 전체의 질서는 안중에 없고, 오직 ‘내 아이의 정서적 편안함과 성적’만이 절대 선(善)이 되는 ‘내 아이 특권주의’가 팽배해진 것이다. ​결국 부모는 교사를 내 아이의 성장을 돕는 페이스메이커가 아니라, 내 아이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는 위협 요소로 경계하게 되었고, 교사는 이러한 과잉보호의 폭격 속에서 무기력과 피로감을 느끼며 서로를 향한 문을 단단히 걸어 잠그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를 해결할 방안은 무엇인가? 일찍이 동양의 고전 『논어』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을 주장했다. 국가나 사회, 교육 어느 것도 구성원들의 신뢰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현재의 교사와 학부모 사이의 무너진 신뢰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개별 학교의 노력이나 단편적인 법 개정을 넘어, ‘사법화된 갈등 구조’를 ‘교육적 해결 구조’로 전환하는 사회적 시스템과 제도적 안전망이 구축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교육 3주체(교사·학부모·학생)가 감시와 소송의 대상이 아닌 공동의 교육 파트너로 바로 서기 위한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어 이를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지역 교육청 중재·회복위원회’ 설치의 의무화와 강화다. ​현재 교실 내 갈등은 사소한 오해조차 곧바로 고소·고발이나 법적 소송으로 직행하고 있다. 법정으로 가기 전 갈등을 교육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공적 중재 지대’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현재의 지역 교육청에 따라 이 기구의 설치 유무를 재점검하고 또는 이를 강화해 나갈 필요성이 시급하다.

 

둘째, 소통 방식의 현대화이다. 이를 위해 ‘공적 소통 채널’의 완전 일원화와 ​상담 사전 예약제 및 공적 앱 의무화, 민원을 전담하는 행정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법령으로 정해진 것에는 반드시 이행의 여부를 철저하게 감사(鑑査)하고 이를 변화하는 시대적, 교육적 관점에 의거해 개선해 나가는 업그레이드 운영 방식이 제고(提高) 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학부모 교육’의 공적 시스템화 및 ‘교육적 협약’의 정례화 도모이다. 학부모를 학교 밖의 ‘제 3자’나 단순한 ‘소비자’로 방치할 것이 아니라, 내 아이를 함께 키우는 ‘공동 교육자’로서의 권리와 책임을 명확히 인지하도록 하는 사회적 교육 인프라가 필요하다. 이는 현재의 법적 시스템을 점검하고 보다 보완하여 강화하는 것을 염두에 둘 수 있을 것이다.

 

넷째, 무분별한 법적 공격 방어 및 교사·학부모 ‘회복 지원망’ 강화이다. ​신뢰를 완전히 상실한 배경에는 “내가 먼저 공격하지 않으면 손해 본다”는 불안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무고한 법정 공격으로부터 교사를 지키고, 어찌 보면 이 시대 교육 문제의 동병상련이라 할 수 두 당사자인 교사와 학부모가 서로 마음을 어루만지고 역지사지하는 자세로 치유할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결론은 한마디로 현재의 교사-학부모 관계는 반드시 변해야 한다. 특히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것처럼 소수의 악성 민원인으로 전체 교육 구조를 파괴하고 교사 때리기의 부작용을 초래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학부모 집단 내의 선의를 가진 다수가 자발적인 집단지성의 힘을 살려 스스로 정화하는 과정이 시급하다. 여기에는 ‘네 일 내 일’ 식의 구분이 아닌 동행 의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교사 집단 역시 끊임없이 교육의 전문성을 향상시키고 스스로 성장하기 위한 자구적인 노력과 고립된 거대한 다도해와 같은 교무실의 모습을 개선해 동료 교사 간의 연대를 강화할 수 있는 ‘교사 학습 공동체’의 활성화를 이루어 상호 간의 협치의 힘을 실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는 교사, 학부모 모두에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진리에 근거해 마땅히 그리고 신속하게 이루어야 할 공동 과업이자 공동 책임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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