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용지에는 가장 엄격한 토양오염 기준이 적용되지만 기존 학교를 증·개축할 때는 착공 전 오염 여부를 확인할 제도적 절차가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 중 뒤늦게 오염이 발견돼 개교나 준공이 미뤄지고 교육재정으로 정화비용을 부담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부지 이력을 반영한 사전조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학교용지 토양오염 관리의 개선과제’ 보고서를 통해 학교시설 공사 과정에서 나타난 토양오염 사례와 관련 제도를 분석했다. 보고서는 오염의 사전 확인과 정화책임·비용부담, 조사·정화 과정의 기록·공개를 주요 개선과제로 제시했다.
현행 ‘토양환경보전법’상 학교용지는 토지 용도별 토양오염우려기준 가운데 가장 엄격한 ‘1지역’ 기준을 적용받는다. 그러나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상 기존 학교의 증·개축 자체만으로는 교육환경평가서 제출 대상이 되지 않아 공사 전 토양오염을 확인할 제도적 계기가 제한돼 있다.
실제 가칭 부평서중 증·개축 현장에서는 2025년 12월 기초 터파기 중 오염토가 발견됐다. 정밀조사 결과 석유계총탄화수소(TPH) 최고농도는 7630㎎/㎏으로 학교용지 기준 500㎎/㎏의 약 15배였다. 정화 절차가 추가되면서 2027년 3월 예정됐던 개교는 2028년 3월로 1년 미뤄졌다.
부산혜원학교도 2022년 다목적강당 증축공사 중 토양오염이 확인됐다. 구리는 학교용지 기준의 약 74배, 아연은 약 50배, 납은 약 20배 수준이었다. 6개월 동안 2억여원을 들여 오염토양을 정화하면서 당초 2024년 예정됐던 강당 준공이 늦어져 2025년 6월 개관했다.
거제초에서는 2023년 교사동 개축공사 터파기 중 매립폐기물과 오염토가 발견됐다. TPH 18166㎎/㎏을 비롯해 7개 항목이 기준을 초과했고 정밀조사와 정화공사로 2025년 11월 예정됐던 준공이 2027년 5월로 연기됐다. 반면 우암초는 개축공사 전 실태조사에서 오염을 확인해 본격적인 공사에 앞서 정밀조사와 정화를 진행했다. 입법조사처는 이처럼 공사 전에 오염을 확인하면 필요한 비용과 기간을 사업계획에 미리 반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화비용 부담도 문제다. 학교용지는 장기간 사용되거나 매입·기부채납·용도변경 등을 거쳐 과거 오염 원인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실제 분석 사례에서도 원인자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아 토지 소유자인 교육감이나 사립학교 측이 정화비용을 부담한 경우가 있었다. 공립학교의 경우 원인자를 찾지 못하면 교육비특별회계가 사실상 비용을 떠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오염 이력을 학교 구성원이 확인할 체계도 미흡하다. 교육시설통합정보망에는 안전점검·정밀안전진단과 보수·보강 등의 이력이 관리되지만 토양오염 확인이나 정화·검증 이력은 포함되지 않는다. 관련 정보 제공도 가정통신문이나 학부모 설명회 등 개별 학교 방식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입법조사처는 기존 학교 증·개축 때 사업 규모뿐 아니라 과거 부지 이용이력과 오염 가능성을 고려하는 ‘위험기반 사전 확인’ 체계를 제안했다. 과거 공장·주유소·군용지·매립지 여부와 학교 내 소각·매립, 외부 토사 반입, 주변지역 오염 이력을 확인해 필요하면 착공 전 토양조사로 연결하자는 것이다.
학교 건축·리모델링 사전기획 단계에서 토양오염 이력을 확인하고 오염 우려가 있으면 조사 결과를 설계와 예산, 공사기간에 반영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오염이 확인된 뒤에는 정화책임 판단과 별개로 학생 접근 제한과 노출 차단, 비산먼지 관리, 대체 활동공간 확보 등 보호조치를 우선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입법조사처는 토양오염 조사 위치와 깊이, 정화 범위·방법, 검증 결과 등을 지속적으로 기록하고 토양오염 이력정보와 교육시설통합정보망을 연계할 것도 제안했다. 학교시설사업과 토양오염 관리 절차를 연계해 오염을 조기에 확인하고 정화비용과 기간을 사전에 반영함으로써 학생 보호와 교육재정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