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를 더 이상 정책실험실로 만들지 말고, 새로운 개편의 청사진에 앞서 지금의 혼란을 해결할 조치와 일정을 요구한다.”
한국교총과 교사노동조합연맹,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3개 교원단체가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를 대상으로 고교교육 정상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정문에서 ‘고교교육 정상화 촉구 교원 3단체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교육당국은 준비와 검증 없는 대입개편과 서·논술형 확대 추진을 멈추고 고교학점제로 인한 학생의 불안, 교육격차, 학교의 혼란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총 등은 우선 고교학점제의 폐해를 지적했다. 지난해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됐지만, 현장에서는 많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고를 수 있지만, 진로선택과목까지 상대평가에 포함됐고, 대입을 앞둔 학생들은 원래 취지와는 다르게 등급에 유리한 과목에 집중한다. 또 소규모학교와 일반 학교 간, 소규모학교의 지역 간 편차가 커 학생의 과목선택권 부족 현상도 나오고 있다.
교원 3단체는 이에 대해 “대학 서열과 줄 세우기 입시는 그대로 둔 채, 교원과 학교 여건도 갖추지 않고 제도부터 밀어붙이면서 혼란은 학생 몫이 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배움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에게는 미이수의 불안과 낙인이, 교사에게는 다과목 수업·평가와 학생부 기록, 보충지도·학점 관리가 쌓이고 있다”며 “학생 수를 기준으로 교원 수요는 줄이면서 더 많은 과목과 지도를 요구하는 모순도 여전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부가 대입개편과 서·논술형 확대를 추진하면서 학생과 학부모, 학교 모두가 더 큰 혼란에 빠질 것을 우려하고 검증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교총 등은 “학생과 학부모는 입시가 또 어떻게 바뀔지 불안해하고, 교사는 감당할 여건도 없이 새로운 부담을 떠안을까 우려하고 있다”며 “경쟁 구조를 그대로 둔 채 평가 방식만 바꾸면 입시 부담이 다른 형태로 옮겨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교육부 장관과 국가교육위원장이 교원단체와 즉각 대화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세부 요구 사항은 ▲2022 개정 교육과정 개정 즉각 착수 ▲과도한 과목 세분화와 학기제 재검토를 통한 보편교육 강화 ▲진로·융합 선택과목 절대평가 전환 ▲정규교원 확충을 통한 질 높은 대면 수업 보장 ▲미이수제와 최소 성취수준 보장지도 폐지 ▲교육청이 인력과 예산을 책임지는 실질적인 기초학력 지원체계 구축 등이다.
교원 3단체는 기자회견 말미 “학생의 고등학교 3년은 되돌릴 수 없으며, 혼란을 반복하게 해서는 안 된다”며 “교육부와 국교위는 미래교육을 말하기 전에 오늘의 학교부터 책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발언에 나선 강주호 한국교총 회장은 “1년 넘게 고교학점제 개선을 촉구해 왔지만 현장의 핵심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교원은 늘리지 않으면서 업무만 늘리고, 교사의 헌신으로 제도의 빈틈을 메우는 방식은 끝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