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학교 교과서에 대한 검정결과 극우단체가 만든 '후소샤(扶桑社)'의 사회과 공민교과서 뿐 아니라 채택률 기준 70% 가량을 점하는 다른 공민교과서 등도 독도를 '일본 영토'라고 대거 기술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검정권자인 일본 문부과학성은 신청본에서 독도를 '분쟁 영토'로 설명한 후소샤판 공민교과서의 독도관련 기술을 문제삼아 사실상 '독도는 일본땅'으로 '수정 개악'토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교과서 왜곡을 넘어 한ㆍ일간 첨예한 독도 영유권 분쟁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또 후소샤를 비롯한 일부 역사교과서들이 일본의 식민통치를 미화한 역사기술을 더욱 노골화하거나 현행본에는 들어 있던 종군위안부 기술을 삭제하고 강제동원 기술은 누락한 채 합격판정을 받는 등 37곳(후소샤 26곳)에서 한국사를 왜곡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5일 교과서 검정심의위원회 총회를 열어 이같은 내용의 검정결과를 확정한 뒤 공식 발표했다. 이들 합격본을 대상으로 오는 6-7월 전시회가 열리며 8월말까지 채택이 완료, 내년 4월 봄학기부터 사용된다.
검정결과에 따르면 중학교 사회과 공민교과서 8종 가운데 극우단체인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이 만든 '후소샤'를 비롯 '도쿄(東京)서적', '오사카(大阪)서적' 등 3종이 독도를 일본 영토라는 취지로 기술했으며 후소샤는 전면에 독도의 전경사진을 실었다.
'후소샤'의 경우, 신청본에서는 독도 전경사진의 설명을 '한국과 일본이 영유권을 둘러싸고 대립하고 있는 다케시마(竹島ㆍ독도)'라고 기술했으나 문부과학성이 "영유권에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만큼 적절히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개악토록 검정의견을 내, 합격본에서는 '한국이 불법점거 하고 있는 다케시마'로 바뀌었다.
또 합격본 본문에서는 독도가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상으로나 우리나라 고유의 영토'로 기술, '역사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 고유의 영토'라는 현행본에 비해 개악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문부과학성이 '후소샤' 신청본의 독도관련 기술이 중립적이며 영유권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만큼 독도 영유권에 관한 외무성의 입장에 따르라는 검정의견을 낸 것"이라며 "다만 일본 정부측은 검정의견을 낸 시기는 지난달 시마네현(島根)현의 '다케시마의 날' 제정 이전이라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도쿄서적'과 '오사카서적'은 아예 신청본에서 각각 '다케시마는 일본 고유의 영토', '한국도 영유를 주장하는 다케시마' 등으로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 그대로 통과됐다. 이들 교과서는 채택률이 각각 60%, 10% 안팎에 달해 채택률 기준으로 볼 때 일본 공민교과서의 70% 가량이 독도를 일본영토로 기술하게 됐다.
사회과 지리교과서에서도 '일본서적신사' 1종이 동해를 '일본해'로 명시한 관련지도와 함께 '한ㆍ일간 일본해의 다케시마를 둘러싼 문제가 있다'며 독도가 일본영토로 오해될 수 있도록 기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역사교과서의 경우, 후소샤판 합격본이 광범위한 부분에 걸쳐 역사를 왜곡한 4년 전의 기술에서 그다지 개선되지 않았다. 오히려 '조선의 근대화와 일본'이라는 장을 신설해 일본이 조선의 근대화를 도운 것처럼 서술했으며 '조선총독부는 철도ㆍ관개시설을 정비하는 등의 개발을 하고 토지조사를 개시하였다'며 식민정책이 한국근대화를 위한 것이라고 미화한 현행본 서술을 바꾸지 않았다.
특히 고대사에서는 대방(帶方)군을 '중국의 왕조가 조선반도에 설치한 군으로, 중심지는 현재의 서울부근'이라는 일본 사학계의 소수의견을 추가로 실어 개악했으며, 일본 고대 '5-6세기에 걸쳐 야마토(大和)조정이 조선반도의 정치에 적극 관여한 결과 조선반도를 통해 중국의 앞선 문화가 일본에 받아들여졌다'며 한반도를 속국시한 시각에서 기술, 후퇴했다.
'신라는 당의 연호의 사용을 강제받아 그것을 받아들였다' '중국의 강력한 정치적 영향하에 있었던' 등의 현행본 기술을 '당나라(중국, 중국 청조에)에 조공하였던 신라(조선도, 조선은)가'로 각각 바뀌어 개악됐다. 또 19세기 '중국에 조공했던 조선이 구미열강의 무력위협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기술, 조선의 근세사를 폄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출판'과 '청수서원'의 역사교과서도 각각 '강화도사건'에서 일본의 침략의도를 은폐, 기술하거나 현행본에 있던 종군위안부 관련기술을 삭제해 개악됐다.
다만 후소샤의 경우 신라와 백제가 일본에 조공했다는 기술, 조선은 문관이 지배하는 국가라는 기술이 각각 삭제돼 개선된 것으로 평가됐으며, '동학의 난'을 '갑오농민전쟁'으로 기술한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