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낮 수원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교장의 사전동의도 없이 교실에 있는 학생을 수갑까지 채워 연행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비록 이 학생이 경찰의 말대로 전과가 많고 범죄건수가 수십차례에 이르는 등 죄질이 불량하다고 하더라도 학교 내에서 학교장의 의사에 반하여 다른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연행한 것은 우리사회의 교권경시도를 말해주는것 같아 씁쓸하다.
얼마 전에 학교 현장에서 교원을 연행해 간 교권침해 행위에 대한 울분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이러한 교권무시 사건이 생기고 보니 이 나라의 공권력에 대한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학교는 다른 집단이나 조직과 달리 성장·발달 단계에 있는 학생들이 모여있는 교육의 장이기 때문에 일과시간내의 학교는 준 성역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중대한 현행범이 아니면 학교 내에서 공권력에 의한 학생의 체포는 자제되어야 한다. 이번 사건에 연유된 학생의 혐의가 아파트 상습절도 정도인데도 불구하고 공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학교장의 동의도 없이 교실에 들어가 많은 학우들이 보는 앞에서 학생을 수갑채워 연행한 것은 학교장의 교권을 무시한 처사일 뿐만 아니라 공권력의 남용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아무리 공권력을 집행하는 권력기관이라 하더라도 학교는 장차 이 나라의 주역들을 육성하는 곳이고 학생들은 배우는 과정에 있는 미래의 주인공들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여 학교 내에서의 경찰의 행위도 어디까지나 교육적이어야 한다. 수업 중에 담임교사와 학우들이 보는 앞에서 수갑을 채워 연행한 것은 분명히 비교육적인 처사였을 뿐만 아니라 교사의 교권과 학생의 학습권까지도 침해한 비난받을 만한 행위임이 틀림없다.
다행히 관련 경찰서의 책임자가 이번 학생 연행 사건에 대하여 공식사과를 하고 이러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했다니 다시는 학교장 및 담임교사의 동의 없이 학교 내로 공권력이 투입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경찰의 공권력이 존중되어야 사회의 질서가 바로 잡히듯이 학교의 교권이 존중되어야 우리의 자녀들이 옳게 교육을 받게 된다는 사실을 우리의 경찰들이 명심해 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