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4년 비리 혐의로 구속된 서울 상문고 상춘식(尙椿植) 전 교장의 부인 등 상(尙)씨 친인척들이 학교 재단이사로 복귀하면서 불거진 상문고 사태가 서울시교육위원회의 적극적인 중재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17일부터 서울시교육청 학교보건원 4층을 점거한 채 농성을 벌여 온 50여명의 교사들은 27일 시교위가 제시한 3개항의 중재안을 수용키로 하고 11일간의 농성을 일단 풀었다. 시교위의 중재안은 ▲다음달 7일까지 새 이사진의 퇴진 ▲후임 이사 선정을 위한 상문고 정상화 추진위 구성 ▲교육관련 단체와 공동으로 종합감사 실시 등이다. 정상화 추진위는 교원대표 2인, 학부모·상씨 문중·동창회 대표 각 1인, 교육청 간부 2인으로 구성키로 했다. 이번 사태를 오래 끌수록 득 될 것이 없는 시교육청은 21일 상문고 재단법인인 동인학원에 계고장을 보내 새 이사진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한편 중재안을 받아들임으로써 늦었지만 문제 해결의 자세를 보였다. 이같은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상문고 사태가 조기에 정상화 될 것으로 보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우선 '상씨 측과 시교육청-상씨 측과 정치권의 커넥션 의혹'이 남아 있다. 유인종교육감은 25일 "사립학교법상 일정 요건을 갖추면 승인을 안해줄 수 없으며 이번 사태는 '법'과 '도덕' 사이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강조, 법대로 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유교육감의 이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상씨 측근 복귀=교사 반발'이라는 상식적인 수순을 간과, 이사 승인이 이뤄진 점과 당연히 해야 할 횡령액 변제가 면죄부가 됐다는 점에서 '또다른 사정'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은 일부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시교육청 간부 C씨와 상씨측의 유착. C씨가 교육감의 신임을 이용, 새 이사진 승인에 깊이 관여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구체적인 금품로비설까지 거론되고 있다. 농성을 끝낸 교사들도 "C씨와 관련된 사항을 조사, 의법조치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치인 H씨의 이름도 흘러나오고 있다. H씨는 지난 98년 하반기에 상씨의 부인 이씨와 재단 소유 골프장에서 여러 차례 라운딩을 함께 하는 모습이 목격되면서 소문의 중심에 서기 시작했다. 새 이사진 승인을 둘러싼 시교육청 내부의 갈등설도 풀어야 할 과제다. 당시 주무과장이 원칙론을 고수하며 '게임'에서 발을 빼려 하자 이 과장을 전보조치 시키고 '뜻 맞는' 사람끼리 처리했다는 것이다. 교육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봉합되기 위해서는 상씨 측근의 완전한 배제와 로비설의 실체를 밝히는 한편 승인 취소로 물러나게 될 이사진의 행정소송 등에 시교육청이 얼마나 능동적으로 대처하느냐에 달렸다고 보고 있다. /이낙진 leenj@kft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