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이 개정 돼 이번 4.13총선부터 교총 등 시민단체가 공개적으로 지지·낙선 후보를 표명할 수 있게 됐다. 시민단체의 압력에 정치권이 밀린 결과물로 선거운동 범위가 상당히 제한적이긴 하나 이번 선거법 개정으로 이제 교원단체도 비로서 정치활동이라 할 만한 첫단추를 풀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여전히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 교원과 교원단체의 정치활동 여건은 취약하고 불모지나 다름 없다. 일반적으로 헌법상 정치적 기본권 행사에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 △선거운동의 자유 △정당가입과 정당활동의 자유 △투표와 공직선거 입후보의 자유 등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이번 선거법 개정은 '선거운동의 자유' 측면에서만 진일보한 조치로 외국의 교원과 교원단체가 향유하고 있는 광범위한 정치적 기본권에 도달하기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 하겠다. 더욱이 교원 개인의 정치적 기본권은 종전과 달라진게 없다. 현행 국내 관계 법령은 교원 개인의 정치적 기본권 보장에 대해 극히 부정적이다. 국가공무원법 제65조는 '정치운동의 금지'라 하여 국·공립 교원을 포함한 공무원이 정당 기타 정치단체의 결성에 관여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없도록 하고, 공직 선거 운동에 관여할 수 없도록 상세한 규정을 두고 있다. 공직선거및부정선거방지법 제9조와 제60조도 공무원은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나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교원 개인의 정치적 기본권 행사는 여전히 철저히 봉쇄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편 현행법상 교원단체의 정치활동에 대해서는 이를 직접 규제하는 법령은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공직선거및부정선거방지법 제9조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기관·단체는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동안 논란거리는 교원단체가 이 법에서 말하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단체' 혹은 '법령에 의해 정치적 기본권 행사가 금지된 단체'에 해당되는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그런데 이같은 논란여지는 남겨둔 채 이번 선거법 개정으로 한국교총 등 시민단체가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명시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 앞으로의 과제는 초·중등교원과 일반공무원에 대한 정치활동 전면 금지의 정도를 OECD국가 수준에 걸맞게 어떤 수순으로 완화해 나가느냐가 될 것이다. 외국에서는 교원의 경우 일반공무원과는 달리 정치행위에 대한 제한이 한결 완화돼 있다. 교원은 공교육이라는 비권력적 복지 공여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으로 그 성격상 직무수행에 고도의 자율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은 교원들이 연방공무원과 달리 정치활동을 상대적으로 폭넓게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미국의 선거부패방지법은 공무원들이 선거에 간섭하거나 영향을 주기위해 직권을 이용하거나 정치운동에 적극적 역할을 하는 것 등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교원들은 학교나 학생의 교육과정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 정치활동은 교원 개인의 문제로 간주된다. 독일에서도 교원은 전통적으로 '교원의 공무원법상의 특수지위 이론'의 영향으로 기본권 보장에서 더 많은 자유를 보장받고 있다. 교원은 정당 및 정치적 결사 가입과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서울교대 허종렬 교수는 "현행 법률은 국민들을 의식의 면에서 선도하고 교육해 나가야 할 광범위한 식자층을 정치적 문맹화하고 있다"고 말하고 "앞으로 교육기본법에 교육과 정치의 관계에 대한 원칙적 규정을 신설하고 교원의 정치적 기본권을 법률에 구체적으로 보장해야한다"고 말했다. 또 법률전문가들은 교원 개인의 정치적 기본권 신장에 앞서 교원단체의 정치활동이 광범위하게 허용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교원단체가 벌이는 각종 교육·교원 관련 입법 요구 등은 정치활동을 필수적으로 수반하고 교원단체는 그 자체로서 구성원과는 별도의 법적인 권리주체로서 독자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본권이 있다는 관점에서다. 미국이나 영국의 교원단체는 의회의원 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공식적으로 지원해 당선시키는 캠패인을 전개한다. 직접적으로 특정 후보를 지원하는 이외에 재정적 지원을 하거나 당선된 의원과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