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메이 코델. 아이들을 무척 좋아하는 스물 넷 시카고의 신설 공립학교 교사. 처음 교단에 섰던 설렘과 일화를 담은 그녀의 일기가 몇 해 전 라디오 방송에서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녀는 미국 교육작가협회에서 주는 '전미국 교육보고서대상'을 받았다. 그 내용을 묶어 낸 책 "에스메이의 일기"(원제 Educating Esme/세종서적). 그녀의 일기장 내용을 살짝 들쳐봤다.
부임한지 며칠 지나지 않아 교장과 함께 간 졸업식, 그리고 새 학교에 올 학생을 만나는 예비 모임 자리. 성(姓)이 아니라 이름으로 교사를 소개하는 것은 교육위원회 방침에 어긋난다며 '미시즈 코델' 이라고 부르겠다는 교장에게 '미즈 에스메이'로 해달라고 우기는 그녀에게는 젊은 교사다운 발랄함과 신선함이 가득 차 있다. 초등학교 5학년. 그들의 교실은 매일매일이 전쟁터다. 다국적·결손가정의 아이들, 학습지진아, 마음이 비틀린 아이들과 하나하나 '눈인사'를 하고 '고민바구니'에 담긴 고민해결을 위해 매주 '갈등해결회의'를 한다. 수학은 '퍼즐풀기'로 시작하고 글을 못 읽는 아이들을 위해 '알파벳 박물관'도 만든다. '해피박스'속에서 선물을 꺼내주며 좋은 책을 읽어주고 유명작가를 초청, 직접 대화를 나누게 해 꿈과 상상력을 펼치게 하고….
그러나 이런 에스메이를 보는 교장의 눈은 곱지만은 않다. 고루한 교장과의 갈등, 굳은 교육행정조직에 절망하다가도 아이들을 보며 또 다시 힘을 내는 그녀. 아이들과 부대끼며 한데 섞일 줄 아는 쾌활하고 재치있는 그녀의 활약으로 학교의 분위기는 바뀌어간다. 사회 초년병, 풋내기 교육자에 지나지 않지만 발랄하고 아이들을 너무 사랑했던 덕분에 성공한 선생님, 에스메이. 이런 선생님을 만난 '악동' 31명은 인생을 통틀어 엄청난 행운아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하지만 첫 마음을 지키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인 듯. 그녀도 '그 후 3년'이란 에필로그에서 "첫해만큼 못하고 있는데…"라고 밝히고 있으니 말이다. '처음 그때'의 설렘과 열정을 기억하시는지요. 나는, 우리는 제자들에게 그렇게 평생 기억되는 선생님이었을까요. 새 학년엔 에스메이와 함께 '맨 첫 마음'으로 돌아가 보면 어떨까요. /서혜정 hjkara@kft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