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억원 불과…정부출연금도 안돼 평생교육·학교교육 지원 `공염불' "수신료 납부 거부운동을…" 목소리
3월부터 공영방송사로 거듭나는 교육방송이 또 다시 재원문제에 발목이 잡혔다. 문화부가 10일 입법 예고한 방송법시행령 제39조(교육방송에 대한 수신료 사용)가 `교육방송의 실시를 위해 매년 수신료 수입의 3%를 한국교육방송공사에 출연한다'고 못박고 있기 때문이다. KBS의 수신료 수입이 매년 4000억 원 규모라는 점을 감안할 때 교육방송 출연금은 年120억 원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는 교육방송이 누차 주장해온 수신료 20% 할당액(800억 원)의 6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다.
교육방송 측은 "공사출범 전 정부로부터 받아온 출연금 140∼260억 원조차 확보할 수 없는 정책이 시행된다면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은 포기해야 한다"며 "최소한의 연간 재원인 1200억원 중 50% 이상은 수신료로 충당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40∼50%에 이르는 프로그램 재방송률을 낮추고 단순 교과학습 프로그램 대신 다양한 평생·직업교육 프로그램과 교과자료형 프로그램을 제작·편성하려면 적어도 두 배 이상의 예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문화부는 수신료를 할당받게 된 것만도 큰 수확이라는 입장이다. 방송광고과 담당자는 "연간 필요예산을 임의대로 1200억 원으로 산정하고 처음부터 모두 확보하려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라며 "교재판매 등 자체수익과 광고수익 그리고 발전기금으로 예년의 예산규모를 유지한다면 공사 출범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수신료 외에도 국고보조 명목은 계속 살아 있기 때문에 점차적인 예산 확충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문화부의 이런 입장은 공사로서의 역할은 기대하면서 예산은 그대로 둔 것이어서 향후 수신료 문제를 놓고 기관간 마찰이 예상된다. 곧 방송위원회가 구성되더라도 3%를 고집하는 KBS와 20%를 주장하는 EBS의 입장 차를 좁히기는 어려울 듯하다. 그 와중에 일부 교육계에서는 준조세 성격인 수신료를 KBS가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명백한 위헌이라는 지적과 함께 수신료 납부 거부운동을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편으로는 수신료 인상안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현재 2500원인 수신료를 일정액 인상해 EBS를 위한 재원으로만 사용하자는 것이다. 수신료 인상은 국민들에게 적잖은 부담을 주는 일이지만 디지털화 등 방송환경 전환에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고 양질의 교육방송을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방송법쟁취국민운동본부는 "수신료 부분은 문화부가 시행령에 규정할 사항이 아니라 방송위원회 KBS EBS가 서로 논의할 문제"라며 "교육방송을 위한 별도의 재원확충을 국회와 방송위원회에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철 chosc@kft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