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도 입시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면서 수험생들에게 입학지원서 안에 포함되는 에세이의 작성 요령을 가르치는 사교육 시장이 번성하고 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10일 보도했다.
미국 대학입시의 당락을 결정하는 주요요소는 내신성적과 입학시험 성적, 봉사활동이나 특별활동 경력 등이지만 최근 들어서는 에세이 지원서를 통해 다른 수험생과 자신을 '차별화'하려는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겨냥한 합숙 캠프나 온라인 과외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고 저널은 전했다.
미국 대학들은 보통 정형화된 입학지원서 안에 "의미있는 경험이나 중요한 이슈, 크게 영향을 끼친 인물, 또는 자유주제"에 관해 500자 이내의 에세이를 포함시키도록 요구하고 있다.
대학입시 수험생 수는 늘어나는 반면 대학, 특히 명문학교의 정원은 제자리 걸음이어서 점수가 비슷비슷한 수험생은 늘게 마련이고 이런 경우 에세이가 당락을 가르는 중대 변수가 될 것으로 많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생각하고 있다.
인터넷 서점 아마존 닷컴에는 '하버드대 합격생들의 지원 에세이 50편' 등 대학지원 에세이 관련 서적이 202권이나 올라와 있어 이에 관한 수험생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
더 좋은 에세이를 쓸 수 있도록 돕는 온라인 서비스도 성업중이다. 수험생들에게 에세이에 관한 아이디어를 제공해주고 학생들이 쓴 연습용 에세이의 교정을 봐주는 웹사이트 '에세이에지'는 299.95달러의 회비를 받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 계열의 입시 서비스 업체 카플란 역시 회비 899달러에 에세이와 이력서 작성 및 면접 요령을 알려주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들 업체는 회원 학생들의 수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카플란은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비슷한 내용을 가르치는 합숙 캠프에는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들지만 이용학생은 늘어나고 있다. 뉴욕의 교육서비스 업체 '아카데믹 서비스 어소시에이션'이 운영하는 합숙 캠프에는 올해 2천895달러의 회비를 내고 등록한 학생이 118명에 이른다. 2년전 이 프로그램을 수강한 학생은 30명에 지나지 않았다.
이 업체의 캠프에 등록한 고교생 에밀리 버그(여)양은 "에세이는 대학 입시 담당자들에게 내가 그학교에 가장 적합한 학생임을 알릴 수 있는 최선의 기회이며 내가 중요한 과목에서 A학점을 받지 못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워싱턴 앤드 리 대학의 윌리엄 하토그 입학처장은 "다른 요인이 동등한 학생들 사이에서는 에세이가 합격자 결정에 고려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많은 교육 관계자들은 이와 같은 '에세이 과외' 열풍에 대해 비판적이다. 데포 대학의 매들린 이건 입학처장은 "에세이 과외는 정형화된 글쓰기로 이어질 뿐"리라면서 "입시에 대한 수험생과 학부모의 강박관념을 이용해 돈을 벌겠다는 생각 자체가 싫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에세이 과외'에 들어가는 적지 않은 비용으로 인해 결국 부유한 집안 출신의 수험생만 유리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