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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과학으로 보는 문화 유산>⑦ 한지


천년세월 삭지도 썩지도 않는
한지, 중국외교 필수 조공품
값비싼 페어 글라스보다 이중
창호지 문이 열적 효과 높아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목판 인쇄물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751년)과 구텐베르크보다 70여년 앞서 금속 활자로 찍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설'(일명 직지심경, 1377년)을 선조들이 만들었다는 것은 잘 알지만 이와 비견, 결코 떨어지지 않는 우리 종이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구텐베르크의 성경은 발간된 지 550년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지질 보관에 문제가 있어 열람조차 불가능한 암실에
보관되어 있다. 반면 한지는 천년 세월을 견뎌내는 것은 물론 삭지도 않고 썩지도 않는다. 인사동의 헌 책방에 가면 천년이 넘는 책들이 푸대접을
받고 있을 정도다.
고려 종이의 명성은 조선으로 이어져 한지가 중국과의 외교에 필수품으로 여겨졌고 중국 역대 제왕의 진적을 기록하는 데에 고려 종이만 사용했다는
기록도 있다. 한지의 질이 명주와 같이 정밀해서 중국인들은 이것을 비단 섬유로 만든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한지는 중국과의 외교에서 조공품으로
많이 강요되었다. 한지의 강한 특성은 한지를 몇 겹으로 바른 갑옷의 예에서도 볼 수 있다. 옻칠을 입힌 몇 겹의 한지로 만든 갑옷은 화살도 뚫지
못했다 한다.
한지의 우수성은 창문용으로 사용되는 창호지의 열적 성능에서도 잘 나타난다. 필자가 한옥에서 사용하는 창호지와 현대 기술의 산물인 창유리와의 열적
성능을 비교하니, 에너지 파동이래 많은 건물에서 사용되고 있는 값비싼 이중 창문(페어 글라스)보다 한지(창호지)를 사용한 단순한 이중 창호지
문의 열적 효과가 높았다.
창호지의 가장 큰 장점은 현대 문명 기술이 만들어 낸 어떤 종류의 창문 재료보다 실용성이 높다는 점이다. 창호지는 눈에 안 보이는 무수한 구멍이
있어 방문에 발라두면 환기는 물론, 방안의 온도와 습도까지 자연적으로 조절된다. 온돌에 장판을 발라 생활했던 우리의 주생활은 방안에 습기가 많은
것이 문제점이었으나 이 습기를 창호지로 자연 배출되도록 유도해 쾌적한 생활 공간이 되도록 한 것이다. 다시 말해 습기가 많으면 그것을 빨아들여
공기를 건조하게 하고, 공기가 건조하면 습기를 내뿜어 알맞은 습도를 유지하게 하는 신축성을 가지고 있는 것. 그래서 창호지를 흔히 '살아 있는
종이'라고도 한다. 창호지가 자연 현상에 이처럼 순응하는 성질은 모두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외국에서는 우리 한지를 최고의 종이로 인정하고 있는 반면 우리들은 질이 좋지 않은 종이라 천시하고 한지에 비해 질이 떨어지는 외국의 펄프 종이가
좋다고 여기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 우리 것을 무조건 좋다고 주장하는 것도 문제지만 무조건 경시하는 것도 큰 문제다. 우리의 훌륭한 유산을 잘
지키고 보존한다는 의미에서 한지를 절대 천대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동에너지기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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