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대 극예술연구회 ‘빈도’는 9월 27일부터 10월 2일까지 연극 ‘친구들’(원작 아베 고보·연출 임보연)을 무대에 올린다. 이번 공연은 66년 창단된 빈도의 71번째 정기공연. 27일 오후, 첫 공연을 앞두고 최종 연습이 한창이던 서울교대 사향문화관을 찾았다.
“내가 여기서 이쪽으로 넘어지는 게 낫지 않을까?”
“음향이 너무 늦어요. 조명 변할 때 음향도 같이 들어와 주세요.”
객석은 비어 있었지만 무대 위는 조명에, 소품에, 마지막 대사와 동작을 맞추느라 공연을 앞둔 긴장감이 끼어들 틈도 없이 분주하기만 했다.
1966년에 만들어진 빈도는 67년 첫 공연 ‘불모지’를 시작으로 ‘수업료를 돌려주세요’ (73), ‘뜨거운 양철 지붕 위에 고양이’(83), ‘청바지를 입은 파우스트’(99), ‘서푼짜리 오페라’(05)에 이르기까지 40여년 동안 활발하게 활동해오고 있다. 정기공연은 매년 봄, 가을에 실시하고 5월에는 워크숍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매번 공연 때마다 선배들의 연락처가 적힌 주소록을 갱신했다가 다음 공연 때면 “꼭 참석해달라”고 연락을 돌릴 정도로 선후배간 관계도 긴밀하게 유지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빈도 정기공연에서는 7,80학번대 선배 관람객들을 찾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주소록이 중간에 한번 분실된 적이 있어서 지금은 초창기 선배들의 연락처가 많이 유실된 상태이긴 하지만 그래도 빈도 주소록에는 130여명의 선배 교사들 이름이 빼곡히 기록돼 있다. 선배들이 대부분 초등학교 현장에 재직하고 있기 때문에 꼭 주소록에 의존하지 않아도 곳곳에서 선배들을 만나기도 한단다.
연출을 맡은 임보연(과학교육 3) 양은 “얼마 전에 실습을 나갔었는데 담임선생님도 빈도 출신이었다”면서 “역사가 오래되다 보니 대선배님들도 많고 그렇게 현장에서 만나게 되면 같은 동아리라는 사실만으로도 큰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고 밝혔다. 임 양은 “이렇게 선배들과 유대감이 강한 것은 교대 동아리만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졸업 후에도 바쁜 가운데 틈틈이 들러 연기연습도 도와주고 공연장을 찾아와 격려를 해주시는 선배님들께 늘 감사하는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얼마 전에는 ‘교대 동아리’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우연한 만남이 있었다고. 빈도 회원 중 한명이 실습을 나간 학교에서 교장선생님이 “빈도 아직도 활동하고 있느냐”고 물어왔던 것. 알고 보니 교장선생님은 빈도 창단 멤버였고, 후배들을 위해 기꺼이 이번 정기공연에도 참석해서 자리를 빛내주기로 약속을 했다고 한다.
이번 연극에 참여하는 재학생들은 배우들과 연출, 무대감독 등 총 20여명. 학생들이 무대설치에, 조명까지 다 맡아서 하다보니 공연을 앞두고는 수업도 제대로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바쁘다. 그래도 다행히 빈도라면 무조건 곱게(?) 봐주시는 교수님들이 꽤 있어서 큰 힘이 된다고 한다.
이번 공연의 기획을 담당한 천지은(생활과학교육 3) 양은 “동아리 활동이 앞으로 현장에 나가서도 정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한다. “우선 사람을 대하는데 큰 도움이 돼요. 실제로 우리 동아리 출신들은 다른 친구들에 비해 학생들 앞에 서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나 긴장이 훨씬 덜하다고들 얘기해요. 연극이 감성을 표현하기에 좋은 수단이다 보니 연극 활동경험을 살리면 표현력 향상, 역할게임 등 많은 면에서도 교육적 효과가 클 것 같고요.”
천 양은 “공연 때마다 교총의 후원이 정말 큰 도움이 된다”면서 “대학문화를 튼튼하게 하고 교대 선후배 사이의 교류를 활성화한다는 차원에서 교대 동아리에 대한 지원이 계속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