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국감자료를 통해 학교운영위가 선출권을 행사하는 초빙 교장을 중장기적으로 50%까지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밝히자 많은 교원들이 술렁이고 있다. 현행 교장 초빙제를 교장 무자격자에도 개방하는 공모제로 바꾸자는 논의도 교육계의 반대로 진전이 없는 터에, 지난 10년 동안 4% 정도에 머물러 있는 초빙 교장 수를 뜬금없이 50%까지 확대한다는 방안은 비현실적이고 정부의 인사권을 학부모에게 넘기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발상이다.
현실성도 의문시될 뿐 아니라 절차상 하자 있는 이러한 기상천외한 주장이 학술 세미나에서 제기된 것이 아니라 최종 의사 결정 단계에 있는 정부 차원에서 거론됐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허술한 국정 운영 시스템의 진면목을 보는 듯하다. 교육부 간부들조차 국감자료에 이 같은 내용이 왜 들어갔는지 몰라 뒤늦게 사태파악에 나서고 급기야 이 방안이 공식자료에서 삭제되는 일이 벌어졌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스럽다. 차제에 교육부는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자초지종을 공개 해명해야 마땅하다.
교장승진제도 개선 문제는 전제 교원의 사기에 미치는 영향뿐 아니라 우리 교육이 나가야 할 이념․ 목표와 직결되는 중차대한 정책이다. 실무자급 몇 명이 좌지우지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노무현 대통령은 공약을 통해 ‘교장 임용의 다양화’라는 정도의 큰 방향만을 제시했고, 교육부는 전문가와 교원․학부모 단체 대표들로 협의체를 구성해 작년 1년간 운영했으나 별다른 합의에 이루지 못하자 올 들어 교육부 관료들만으로 팀을 구성해 논의해 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교원승진제도 개선 문제는 곧 출범하는 후기 교육혁신위에서 충분히 논의한 후에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 과정에서 교총이 제안하는 수석교사제가 다시 진지하게 고려되기 바란다. 한정된 승진 자리를 놓고 제로섬 게임을 하는 한 해법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