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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과학으로 보는 문화유산⑧ 석빙고


사계절 얼음이용 세계적 유례없어
10∼30평, 저장 얼음두께 12㎝이상
철물, 회 사용으로 습기침입 방지
볏짚, 갈대깔아 얼음 감소율 줄여

우리 유산 중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과학적인 것으로 석빙고를 꼽을 수 있다. 석빙고의 외견은 단순한 고분 형태다. 빙실 공간이 주변 지반에 비해
절반은 지하에, 절반은 지상에 있는 구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런 석빙고에 무슨 대단한 과학이 들어있냐고 할 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석빙고의 유래는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러간다. "삼국유사"에 의하면 노례왕(24∼57년)때 이미 얼음창고를 지었다는 기록이 있으며 "삼국사기"의
'신라본기'에도 지증왕 6년(505년)에 얼음을 보관토록 명령했다는 기록이 있다. 석빙고의 규모는 대부분 30평 이상, 적은 경우에도 10평이
넘었다. 석빙고에 저장하는 얼음의 두께는 12㎝ 이상이 되어야만 했다.
빙고의 바닥은 흙다짐이나 흙다짐 위에 넓은 돌을 깔아 놓았고 바닥을 경사지게 만들어 얼음이 녹아서 생긴 물이 자연 배수되게 했다. 빙고 구조에서
가장 특징적인 요소는 빙실 천장을 아치로 만든 것이다. 그러나 이 형식은 전체를 아치로 만든 구름다리나 성문들과는 달리 일정 간격으로 세우고
이를 구조재로 해 그 사이를 석재로 쌓거나 판석을 얹었다. 석재는 화강석으로 규격은 대체로 0.5톤 정도. 석빙고 건축 때 철물과 회를 많이
사용했는데 철물은 석재와 석재 사이가 서로 분리되지 않도록 삽입했다. 회를 많이 사용한 것은 봉토 조성 때 진흙과 함께 혼합해 외부에서 물이나
습기가 침입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한 용도였다. 천장에는 빙실규모에 따라 환기구멍을 만들었다. 환기공은 봉토 밖으로 나오게 해 그 위에 환기공보다
큰 개석을 얹어 빗물이나 직사광선이 들어가지 않도록 했다.
장동순 교수는 석빙고가 반지하 냉동창고의 역할을 할 수 있었던 메커니즘을 분석했다. 즉 단열재로 사용한 볏짚이나 갈대의 존재 여부 및 얼음의
충진량에 따른 계산 결과를 분석한 것이다.
얼음의 충진량이 50%인 경우 짚이 없을 때는 석달후 얼음량 감소가 6.4%, 여섯달후 38.4%가 되는 반면, 짚이 있을 경우 석달후 얼음량
감소는 0.04%, 여섯달후 얼음량 감소는 0.4%에 불과했다. 얼음 충진량이 100%인 경우 짚이 없을 때는 석달후 얼음량 감소가 9.2%,
여섯 달 후 51.8%로 절반 이상이 감소한 반면, 짚이 있을 경우 석달 후의 얼음량 감소는 2.8%, 여섯달후에는 18.4%나 되었다. 얼음의
양과 볏짚의 유무에 따라 얼음 저장 능력이 조절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했다는 뜻이다.
또 석빙고는 여름 더위에 의해 생긴 양기를 얼음으로 억누르게 해 국가를 보호하는 의미도 지녔다고 한다. 여름에 항상 얼음을 먹을 수 있도록 만든
시설은 세계적으로 거의 유례가 없다는 것을 부연하면 우리 조상들의 슬기에 으쓱해질 수 있을 것이다. <이동에너지기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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