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위원회 집행위원에까지 선출되는 겹경사를 맞은 신임 한국교육개발원 고형일 원장(52). 우리나라뿐 아니라 OECD의 교육정책 연구와 집행에까지 참여하게 된 고 원장을 만나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먼저 OECD 교육위원회 집행위원에 선출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집행위원은 무슨 일을 하는 어떤 자리인가요?
“감사합니다. OECD 집행위원은 OECD의 교육관련 의제를 검토하고 회의 운영을 주재하는 역할입니다. 앞으로 3년간 국내외적 교육정책의 연구와 집행에 참여하게 됩니다. 5명의 선출직중 유일한 아시아인이어서 지역대표라는 책임감도 느낍니다. 최선을 다할 겁니다.”
취임사가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종교적 화법에 휘둘리지 않으며 과학적 화법을 통한 교육연구를 끊임없이 수행할 것”이라고 하셨는데요. 어떤 의미인지요.
“종교적 화법은 ‘신념’에 의해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믿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뜻합니다. 종교적 화법이 본인이 옳다고 믿는 일을 위해 기꺼이 자기희생을 하도록 하는 데에는 놀라움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만, 교육논의와 교육연구에 까지 침범하는 것은 경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시민이나 여론지도자들의 발언에 둘러싸인 교육연구가 어떤 신념이나 신조에 의해 무비판적으로 복사되고, 이런 연구가 계속되게 되면 한국교육개발원이라는 국가정책 싱크탱크의 교육연구가 별 도움이 안 된다거나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보편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불행한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한국교육개발원 구성원 모두가 과학적 방법을 적용, 질 높은 연구물을 내놓도록 분발해야 할 것이고 이를 위해 부단히 노력할 것임을 취임사에서 밝힌 것입니다.”
개발원이 총리 직속 인문·경제사회연구회 산하 연구기관이지만 연구물의 결과를 보면 여전히 교육부 입김 하에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줍니다. 최근 ‘평준화’와 관련된 연구결과도 몇몇 신문에서는 자료가 정확하지 않다거나, 급조한 것이라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는데요. 개발원의 연구 인력들이 교육계 최고 두뇌집단으로서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교육논의와 교육연구의 결과가 때로는 정부의 입장과 맞지 않거나 반대의 입장에 서야할 때가 있다고 봅니다. 이것은 학자의 자존심과 전문적인 자율성에 따라 자신의 연구 결과를 정직하게 발표하고 그에 따라 정책이 올바르게 입안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번 평준화 결과에 대한 일부 언론보도는 오보였음을 관련 신문사에서도 인정했고, 그에 대한 기사가 다른 매체에도 보도되었음을 말씀드립니다.”
원장님이 이끌어 가실 개발원 3년이 앞으로 어떻게 기록될지 궁금합니다. 어떤 비전을 가지고 계신지요.
“실천 가능한 것부터 차근차근 구성원들과 함께 바꿔나가고자 합니다. 먼저 ‘연구의 양보다는 질을 추구’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현재 본원이 담당하고 있는 많은 수탁사업들은 점차 줄여나가고 교육체계 전반에 관한 전문정책연구와 개발에 주력할 것입니다. 특히 국가차원의 교육이슈들을 중심으로 대안을 마련해나갈 것입니다. 연구역량도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처우개선과 우수 인재 영입, 개발에 노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