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학교의 교감직 폐지는 학교교육 여건의 악화와 교육의 질적 저하 그리고 교육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정책이므로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현재 소규모학교에는 여느 학교와 달리 서무 담당직원이 배치되지 않아 공문서 처리에서부터 심지어 급여계산에 이르기까지 수업 이외의 각종 행정적 업무를 교원들이 직접 처리하고 있다. 연간 공문유통량이 대규모학교와 대동소이한 상황에서 보직교사 조차 배정받지 못하는 것이 오늘의 실정이다.
가뜩이나 열악한 여건에서 납득할 만한 대안마련도 없이 경제적 논리만으로 교감직을 없애버리면 교사들의 잡무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그에 따른 수업의 질저하는 불을 보듯 뻔하다. 더구나 소규모학교 교감은 수업을 직접 담당하고 있으므로 경제적인 절감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교장 유고시 학교행정 업무의 공백 초래라는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
교원의 사기는 더욱 심각한 문제다. 대부분의 소규모학교가 농어촌, 산간·도서벽지 등 낙후된 지역에 위치하고 있으므로 이곳에서 근무하는 교원들의 근무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그럼에도 사기진작을 위한 논의는 제쳐놓고 획일적인 통폐합만이 반강제적으로 추진되어 온 상황에서 교감직 마저 폐지한다면 소규모학교 교원의 근무의욕은 크게 저하될 것이 뻔하다.
정책추진 방법에 있어서도 합리적이지 못하다. 교감직 폐지의 근거법률인 초·중등교육법은 이미 지난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그럼에도 구체적인 시행령안을 마련하는 최근에서야 본격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충분한 여론 수렴과정이 없었음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
당시에는 사립학교의 학교운영위원회 설치 의무화 등 굵직한 현안에 가려 은근슬쩍 넘어간 모양새였다. 구성원의 합의가 전제되지 않은 정책이 성공한 전례가 없다. 정부는 21세기 지식·정보화사회를 맞이하여 인적자원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교육부총리제까지 천명하고 나섰다.
그럼에도 소외된 지역에서 교육과 문화의 첨병으로 소임을 다 하고 있는 소규모학교를 소외시키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이제라도 정부는 획기적인 지원을 통하여 우수한 교육자들이 되돌아오는 소규모학교 건설에 앞장서야 한다. 교감직 존속은 그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