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 교원평가 시범실시 발표, 사학법 개정 강행처리 등으로 교육계가 뒤숭숭합니다. 올해 역시 교육재정 상황이 어두울 전망이고 학생회·학부모회 법제화, 무자격 공모교장제 논란 등으로 조용할 날이 없을 것 같습니다. 본사는 새해를 맞아 ‘2006 교직사회의 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특별좌담을 마련했습니다. 참석자는 정영수 인하대 교수, 전제상 경주대 교수, 이영관 경기 송호중 교감, 서종훈 경남 합천삼가고 교사, 김세령 서울 장충초 교사입니다.
-올해도 작년처럼 교육공동체간 갈등과 반목이 사라지지 않고 재연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부의 교육정책 추진과정에서 나타난 교육공동체 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핵심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정영수=2005년도는 교원평가제도의 도입, 사립학교법 개정 등 교직사회의 교육공동체간 이해와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됐던 한 해였습니다. 교원평가는 교육의 잘못된 현실을 모두 교사 집단에게 전가하려는데서 오는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고 봅니다. 사립학교법 역시 일부 사학의 문제를 전체 사학의 비리로 확대 해석해 법을 개정하려 해서는 곤란합니다.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식의 해결방안은 또 다른 갈등을 불러일으킬 뿐입니다. 교육문제는 임기응변식이 아니라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근본적인 치유가 가능한 방향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전제상=오늘날 교육공동체가 겪고 있는 갈등과 대립, 혼란은 교직현상을 이해하는 관점의 차이에서 기인하고 있습니다. 정부, 교원과 교직단체, 학부모와 학생, 시민단체가 지나치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교육 현상을 해석하려 하면서 대립이 심화되었습니다. 교육공동체 모두가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의 대승적 관점을 얼마나 실천했는지 스스로를 성찰할 때 교직사회에 대한 신뢰가 싹틀 수 있을 것입니다. ▲김세령=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는 합리적인 의견 수렴체제의 구축이라 여겨집니다. 물론 정책수립을 위한 논의 과정에서 각 집단간 의견 차이가 크게 증폭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견 수렴과정을 반드시 열어놓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추진협의회를 구성하고 의견 수렴장치를 상설 운영해 ‘교육발전’이라는 본질에 부합하는 교육정책 현안 추진에 힘써야할 것입니다.
-교육위기 현상이 증폭될수록 교원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습니다. 학교 교육력 제고를 위해 교원의 역할은 어떻게 달라져야 한다고 보십니까. ▲정영수=교원평가 도입과 관련해 ‘학교교육력제고를 위한 특별협의회’를 설치했으나 실제로는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교원평가제도가 일방적으로 도입돼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습니다. 학교 교육력은 무엇보다 교사의 수업능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수업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양성교육 프로그램과 현직연수제도의 도입이 시급합니다. 교원단체는 좀더 적극적으로 교사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하고, 교사들은 자율장학을 활성화하고 스스로 다양한 자기연수의 기회를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이영관=교육에서 교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시대가 요구하는 교사상(像)은 교원윤리강령 ‘우리의 다짐’에도 잘 나타나 있습니다. 학생에 대한 깊은 관심과 사랑이 교사의 최우선 본분임을 명심하고 부단히 연구하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특히 교사에게 있어 수업은 생명보다 소중한 것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서종훈=앞으로 교사들이 보다 더 학생 중심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상담기법이나 대화 기법 등을 철저하게 연구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의 임용과정으로는 뛰어난 교사들을 수용하기가 힘이 듭니다. 필기와 실기 시험을 병행하고 있지만, 실기는 점수에 거의 반영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학부 중심으로는 사범교육 심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교사수급은 사범대학원 중심제로 가야한다고 봅니다.
-일반 국민과 학부모들의 학교교육에 대한 불신과 불만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공교육 불신 극복을 위한 최우선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서=공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신도 문제지만, 이를 악용해 교사들을 마치 놀고먹는 사람 취급하는 대다수 언론매체가 더 큰 문제라고 봅니다. 공교육 불신을 조장하는 분위기가 결국은 학부모들을 그렇게 유도하고 있습니다. 물론 일부 학부모들은 교육의 핵심을 찌르는 여러 고견들을 내놓지만, 대부분은 정작 우리 교육의 실상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언론에 호도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정=현 교육체제는 평등주의라고 하는 미명 하에 학력의 하향평준화를 가져왔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사교육비가 지속적으로 투입되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차별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수요자 중심의 교육제도를 만들어 가야 하는데 이는 평준화의 틀을 깨지 않고는 힘들 것입니다. 일차적으로 GDP 6%를 교육재정으로 확보해 공교육 지원을 늘려야 합니다. 또한 대입 관련 정보를 사교육기관에 의존하는 현재 구조로는 공교육 불신을 극복하기 어려운 만큼, 단위 학교에서 교육청이나 대교협 등 공신력 있는 기구를 통해 입시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게 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합니다. ▲전=공교육 불신 극복을 위한 키워드는 ‘교육의 질은 교원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는 말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교원의 전문성은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를 탓하기에 앞서 교원 스스로 고도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학부모, 학생들의 지지와 존경은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입니다. 교원은 교육공동체가 공생하는 문을 여는 주인공으로 미래사회의 운명이 교원에 의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교직단체 이원화 정책이 실현된 지 6년이 지나고 있습니다. 교직사회 발전의 한 축으로 자리잡고 있는 교직단체의 역할과 기능은 어떻게 정립돼야 할까요. ▲김=교직단체는 그동안 교원들의 근무여건과 전문성 신장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고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집단이익을 추구하는 권력집단처럼 비춰지기도 하지만 이는 과도기적 현상으로 보입니다. 교직단체는 교사의 권익 실현을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학생들의 교육적 성장을 위한, 교사의 윤리성과 전문성 신장을 위한 역할도 자리 잡으리라 여겨집니다. ▲서=국민들 앞에서 각자 이익을 위해 첨예하게 대립하는 모습은 앞으로 서로가 지양해야 할 부분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 자주 만나서 의견을 교환해야 할 것입니다. 각 단체의 수장이나 위원들이 자주 교육문제를 토론하고 합의점을 찾아 교육부보다 앞서 정책을 도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교육부가 제시한 의견을 놓고 싸울 것이라 아니라 서로 의논해서 우리 교육의 중요부분들을 결정해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이=교직단체도 그 성격에 따라 순기능과 역기능이 크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교원지위향상을위한특별법에는 교직단체가 나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습니다. 교원에 대한 예우 및 처우 개선, 교원의 지위 향상, 교육발전 도모 등에 교직단체가 힘을 모았으면 합니다. 소모적 논쟁은 자제하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그 역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머리띠를 두른 노동자로서의 투쟁은 더 이상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전=오늘날 교직단체가 교직사회 및 일반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막강합니다. 그러나 교직단체 복수화 이후, 교직사회는 대립과 갈등이 계속됐고 교직단체는 정책 형성과정 참여, 권익 옹호에만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교직단체가 한 가지 이념이 아닌 다양한 관점에서 제 기능을 다할 때, 교육공동체 지지와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은 물론 교직단체 위상도 제대로 정립될 수 있습니다. 교직단체를 향한 국민과 학부모들의 비판적 시각을 성찰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학교간, 지역간, 계층간 교육격차가 심화되고 있으며, 특히 소외계층 교육이 사회문제화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교육격차 및 소외계층에 대한 범국민적 지원 노력에는 어떠한 정책들이 추진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정=교육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력격차 해소와 교육복지 확충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열악한 교육환경을 개선하고 교육복지를 확충하는 일은 장기적인 지원정책인 반면, 지역별·학교별 학력격차 문제는 당장 시급한 문제로 우리에게 다가와 있습니다. 학력격차가 현실적으로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인식해야 전담교사 배치, 행정지원 확대 등 보완책도 가능할 것입니다. 소외계층에 대한 교육복지의 확충을 위해서는 고등학교 수준까지 의무교육 기간을 확대해야 합니다. 물론 이러한 모든 정책에는 재정확보가 우선돼야 하므로 GDP 6% 확보가 시급합니다. ▲김=교육격차는 학교요인 못지않게 가정, 지역사회 등의 영향을 받으므로 교육정책 추진과 동시에 지역개발 및 복지정책이 추진되어야 합니다. 또한 소외계층 학생의 필요와 요구에 맞는 교육비를 지원하는 바우처 제도 도입, 학교-지역사회-기업-시민단체간 파트너십을 형성하기 위한 공공정책 추진, 소외계층 및 지역에 대한 범국민적 봉사활동 인프라 구축 등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정부가 올해 야학 160곳에 1천만원씩 지원하고 38곳의 학습도시에 문해(文解)교실을 운영한다고 하는데, 최소한의 교육기회를 보장하는 ‘교육안전망 구축’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늦은 감이 있으나 다행이라고 봅니다. 사회적 양극화 해소 차원에서 저소득층 학생에 대한 선별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단, 방과후 학교 도입은 학교를 학원화할 우려가 크므로 도입에 신중을 기해야 하고 선결조건으로 방과후 학교 운영주체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정부는 새해에도 많은 개혁과제들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교육개혁의 방법과 절차에 대한 의견을 말씀해주십시오. ▲이=정부의 교육개혁의 방향이 틀렸다는 것은 작년 교육혁신위 설문조사 결과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교육전문가들 절반가량이 현 정부의 교육개혁 방향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목표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고, 수월성 교육 추구, 대입제도 개선, 교원사기 진작이 시급하다고 했습니다. 정부가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여야 할 내용입니다. 또 교장임용제의 근간을 바꾸면서 당사자인 교장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것은 참여정부의 실상을 그대로 말해 줍니다. 교원 동의 없는 정책은 실패하고 만다는 사실을 빨리 깨달았으면 합니다. ▲정=최근 미국, 영국, 독일 등에서 진행되고 있는 교육개혁의 흐름을 보면 모두 수월성을 추구함으로써 교육의 국제경쟁력을 키우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우리 정부의 교육개혁도 이러한 세계적인 흐름 속에서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상만 앞서는 교육개혁은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장에서 학생과 학부모가 무엇을 원하고, 사회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올바로 파악하고 실현가능성이 높은 교육개혁을 진행해야 합니다. ▲전=단기간의 급격한 변화를 개혁으로 인식하는 잘못된 관행 탓에 지금까지 교육개혁의 주체인 교원들이 등을 돌리는 교심이반 현상이 초래됐습니다. 교직사회 모든 분야를 지식정보사회 변화에 맞춰 리모델링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그 과정은 단계적으로 차근차근 추진돼야 합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속담이 있듯이 서두르다보면 그만큼 부작용도 커지게 됩니다. ▲김=지난해 정부는 다양한 교육개혁과제를 설정하고 빠른 속도로 추진했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교육공동체 구성원들의 의견수렴을 위한 노력은 미흡해 정책의 현장 정착 여부에는 의구심이 남습니다. 교육개혁은 각 교육주체들의 이해와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만큼 이들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려 개혁과제에 대한 부담과 피로감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해야 할 것입니다. ▲서=교육부가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정책들을 추진한다는 데 큰 문제가 있습니다. 현직에 있는 교사나 교수들을 중심으로 교육정책의 결정자들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서는 교원단체들이 이런 부분들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교사는 단지 교육부에서 결정하는 대로 움직이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교육정책까지 결정할 수 있는 능동적인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