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소원했던 한국교총과 열린우리당 간 대화의 물꼬가 23일 정동영 의장의 교총 방문으로 터졌다. 한국 최대의 교원단체와 거대 여당이 흉금을 터놓고 소통해야 하건만 그동안 왠지 서먹서먹했었던 게 저간의 사정이었다.
정당과 교원단체의 관계는 불가근불가원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교원의 권익을 보호해야 하는 교원단체의 입장에서 교육투자를 늘리고 교원의 권익을 신장하는 정당의 정책을 지지하고, 교원에 불리한 법과 제도를 도입코자 논의할 경우 이를 반대하고 견제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런 행태다.
한국교총과 열린우리당의 불편한 관계는 따지고 보면 국민의 정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무리한 교원정년 단축 조치에 대한 경력 교원들의 반감은 정년이 원상회복되는 그날까지 계속될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상당부분 국민의 정부 국정철학을 계승한 것이 사실이고 여기에 열린우리당의 전교조 편애가 소원한 관계를 심화시켰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교총이 야당인 한나라당과 마냥 좋은 관계인 것만은 아니다. 특히 최근 한나라당 소속 교육위원 일부가 교총이 반대하는 공모교장제 등을 도입하는 법안을 제출하면서 이에 대한 경계심이 발동하고 있다. 그야말로 교원단체와 정당의 관계에서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는 셈이다. 오히려 외국의 예로 보면 교원단체와 진보성향의 정당이 정책 지향성에서 궁합이 잘 맞는 게 일반적이다.
23일 교총 방문에서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 김두관 최고위원, 이은영 제6정조위원장과 윤종건 한국교총 회장, 이원희 수석부회장 등 회장단은 상호 관심사를 놓고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었다. 이 자리에서 교총은 보수단체라며 코드에 맞지 않는다고 거리를 두지 말 것을, 열린우리당은 남북교류와 소외계층에 대한 정책개발에 나서달라는 식으로 상대방에 대한 주문도 곁들였다. 이 같은 대화의 채널이 더욱 확대되고 대화의 기회가 늘어나 교육발전에 기여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