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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이야기> “팬이 생겼어요”

어느 금요일 교담시간, 밀린 업무 처리라도 해볼까 했더니 2학년 보결 수업에 들어가라는 전달이 왔다. 오랫동안 고학년 담임을 해온 터라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딸아이가 2학년이라서 남다른 관심이 생겼다.

교실에 들어가니 한 눈에도 별의별 아이들이 다 있었다. 씨름하는 아이, 뛰는 아이, 싸우는 아이, 여기 저기 기웃거리는 아이…. 대뜸 어디선가 “아줌마, 누구세요?” 이러는 것이다. 곧바로 “아냐, 할머니야!”라는 말까지 들렸다. 그 아이에게 다가가서, “이 녀석이, 내가 할머니면 너는 할아버지냐?” 하면서 간지럼을 피웠더니 주변 아이들이 책상을 치면서 우습다고들 아우성이다.

“옛날이야기 해줄까?” 했더니 소란을 멈추고 “네”하고 큰 목소리로 답한다. 딸아이와 함께 읽었던 ‘종이봉지 공주' 얘기를 들려줬다. 결혼을 약속한 공주와 왕자가 있었는데 어느 날 불을 뿜는 용이 나타나 성을 불바다로 만들고 왕자를 잡아갔다. 옷마저 모두 불타 없어진 공주는 허름한 종이봉지를 옷 삼아 입고, 무서운 용을 물리치고 왕자를 구한다. 그러나 왕자가 초라한 행색의 공주를 외면하자 공주는 진심을 몰라주는 왕자를 떠난다는 내용의 동화다.

칠판에 네모난 종이 봉지 하나를 큼직하게 그리고, 목과 팔이 나올 부분을 조금씩 지워가며 봉지를 입은 공주의 모습을 그렸더니, 아이들이 재미있다고 좋아하였다. 공주가 뛰는 모습도 조금 우스꽝스럽게, 용이 불을 뿜는 흉내도 조금 큰 동작으로 보여주었다.

수업을 마치고 복도를 걸어갈 때였다. 한 아이가 나의 옷자락을 잡는다. “선생님, 재미있어요.” 언뜻 보니 방금 2학년 그 반 아이였다. “뭐가?” 했더니 “옛날 얘기요”라고 대답한다. 야무진 모습에 동그랗고 반짝이는 눈동자가 너무 귀엽고 또 고마워서 아이를 꼭 안아주었다.

그 후 2학년이 있는 2층만 가면 나의 ‘팬’들이 나를 알아보고 반가워한다. 지금도 사랑스런 아이들을 생각하면 가슴 한구석이 찡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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