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이야기> “팬이 생겼어요”
어느 금요일 교담시간, 밀린 업무 처리라도 해볼까 했더니 2학년 보결 수업에 들어가라는 전달이 왔다. 오랫동안 고학년 담임을 해온 터라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딸아이가 2학년이라서 남다른 관심이 생겼다. 교실에 들어가니 한 눈에도 별의별 아이들이 다 있었다. 씨름하는 아이, 뛰는 아이, 싸우는 아이, 여기 저기 기웃거리는 아이…. 대뜸 어디선가 “아줌마, 누구세요?” 이러는 것이다. 곧바로 “아냐, 할머니야!”라는 말까지 들렸다. 그 아이에게 다가가서, “이 녀석이, 내가 할머니면 너는 할아버지냐?” 하면서 간지럼을 피웠더니 주변 아이들이 책상을 치면서 우습다고들 아우성이다. “옛날이야기 해줄까?” 했더니 소란을 멈추고 “네”하고 큰 목소리로 답한다. 딸아이와 함께 읽었던 ‘종이봉지 공주' 얘기를 들려줬다. 결혼을 약속한 공주와 왕자가 있었는데 어느 날 불을 뿜는 용이 나타나 성을 불바다로 만들고 왕자를 잡아갔다. 옷마저 모두 불타 없어진 공주는 허름한 종이봉지를 옷 삼아 입고, 무서운 용을 물리치고 왕자를 구한다. 그러나 왕자가 초라한 행색의 공주를 외면하자 공주는 진심을 몰라주는 왕자를 떠난다는 내용의 동화다. 칠판에 네모난 종이 봉지 하나를 큼직하게 그리
- 강임순 인천 마전초 교사
- 2006-06-01 1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