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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학교발전기금 무리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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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00.05.22 00:00:00
학교붕괴 현상과 과외 전면 허용 등 어려운 교육상황 속에서 학교발전기금 문제가 새롭게 대두되면서 학교교육에 대한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

이번에 제기된 학교발전기금 문제는 제도 도입시부터 어느 정도 예상되던 것이다. 학교교육비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 속에서 학교현장에서는 각종 찬조금과 기부금이 모금되어 왔고, 이것이 문제화되자 한때는 교육청에서 모금해 다시 학교로 내려보내는 시기도 있었다.

그러다가 학교운영위원회가 구성됨에 따라 학운위가 중심이 되어 학교발전기금을 조성하기로 하고, 예견되는 부작용을 우려하여 나름대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학교에서는 불법적인 모금행위로 인해 학부모의 불만을 초래하고 있다.

특히, IMF 경제위기 이후 학교교육비에 대한 정부지원이 대폭 축소되면서 학교재정에서 학교발전기금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역별로 모금액의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어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그리고 2001년부터 학교회계 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학교비, 학교운영지원비(육성회비), 학교발전기금으로 분리되었던 예산항목을 통합 운영하도록 되어 있어 학교발전기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우리는 학교발전기금 및 각종 찬조금 거부선언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에까지 이른 현실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학교불신이 심화되고, 학교와 학부모 간에 갈등이 초래되는 것도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라고 본다. 상호대립하기보다는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진단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보다 슬기로운 모습이라고 생각하며, 몇 가지 입장을 제시한다.

첫째, 정부는 교육재정 확충계획을 조속히 수립하고 즉각적으로 학교운영비를 100%수준으로 지원해야 한다. '95년도에 산출된 학교운영비는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에 소요되는 표준교육비의 60∼65%수준이었고, 지금도 여기에서 크게 개선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둘째, 학교는 무리한 방법으로 그리고 경쟁적으로 학교발전기금을 조성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특히, 교육행정기관은 단위학교 평가에 있어 학교발전기금과 관련된 사항을 제외해 학교간 경쟁을 촉발시키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셋째, 학교운영위원회는 규정에 따라 학교발전기금이 조성되고 운영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학교운영위원회가 학교의 요청을 충분한 검토 없이 수용하거나 또는 앞장서서 학교발전기금을 조성하는 행위를 지양해야 한다.

넷째, 학부모들이 학교발전기금과 관련하여 느끼는 심리적 부담감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고, 또 이번의 전면적인 거부선언도 교육재정 확충을 등한시하는 정부의 무책임성을 질타하는 선언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전면적 거부라는 극단적 행위는 우리의 학교현실과 자녀 교육적 측면을 고려할 때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재학하고 있는 학교의 열악한 재정실태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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